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나 Jun 11. 2023

첫 번째 상담

질문의 방

상담소를 가는 발걸음은 흥분과 불안감으로 떨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일단 우울감을 토로하면? 그다음은 무슨 말로 채우지?’


상담이란 게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가늠이 안 됐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상담소는 놀랍도록 적막했다. 자그마한 문들이 나란히 있는 벽. 그 너머가 상담실이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직원이 걸어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의 세상에 침입한 나의 이질감이 나에게 돌아가라 명하는 듯했다. 반발자국 정도 뒷걸음을 쳤다.


하지만 오늘 내가 여기 있어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 아니다. 남편이 응원하고 있을 것이고 나를 맡기로 한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의지해 일단 두서없는 말로 접수를 했다.


잠시 후 내 앞에는 작성해 달라는 종이가 몇 장이나 놓였다. 질문, 질문. 종이엔 온통 질문이었다.


“상담을 받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문제라고 느끼는 상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상담으로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아까 도망칠 걸 그랬다고 후회가 됐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냥 나는 그만 죽고 싶을 뿐이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어떻게 해야 좋아질 것 같은지, 어떤 기분으로 살고 싶은지 아무것도 모르겠었다. 나를 가득 채운 감정은 ‘죽고 싶다’와 ‘죽고 싶지 않다’ 단 두 개뿐이었다.


질문지를 앞에 두고 한참을 앉아만 있으니 이번엔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검사지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여전히 할 말이 없었고 내 앞엔 심리검사지가 놓였다. 검사와 함께 첫 번째 상담이 끝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보, 나 우울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