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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훈 Jul 23. 2020

오늘도 내일도 조금은 다른 사람이고 싶다.

 "우리 지훈 멘토님은 꿈을 정함에 있어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셨나요?"

 "아니요. 부모님이 전혀 관심이 없었죠."

 "아. 그럼 부모님이 지훈 멘토님을 자유롭게 방목을 했던 것인가요?

 "아니요. 방목이라기보다는 당시 제가 하는 일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마음에 안 드셨던 것 같아요."

 "그럼 지금까지 본인만의 길을 오며 많이 허전함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네. 많이 외로웠죠. 아무래도 저랑 가까운 분들이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았으니까. 부모님에게 저를 증명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 교육을 하기보다 실시간 Live 형식의 진로 토크쇼를 종종 하게 된다. 나는 이것저것 하고 있는 일이 많아 때로는 강사로, 때로는 작가나 개인사업가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앞에 선다. 요즘은 주로 학생들의 사연을 미리 접수받아 현장에서 읽거나, 실시간 채팅창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의견을 눈으로 빠르게 확인하며 멘토로서 대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고민은 주로 '꿈'에 관한 것이다. 사연을 읽다 보면 '꿈을 어떻게 꾸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 친구는 꿈을 정했는데, 나는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이걸 하라는데 그걸 하면 잘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까지  다양한 고민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핵심은 '내가 잘할 수 있냐'에 있다. 이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온 어린 학생들이 본인이 어떤 일을 할 때 본인을 사랑할 수 있을지 느끼기도 전에, 벌써부터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이 일찍부터 잘하는 것을 찾으려고 할까?'

대부분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이다.


 내가 나한테 잘 보이기 이전에, 남들의 시선에 먼저 좋게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기 전에 직업을 빨리 찾으려고 하고, 그 직업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관련 공부를 생각 없이 묵묵히 하게 된다.

 '한참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찾을 나이에 누가 우리 아이들을 잘못된 꿈의 압박으로 몰아넣는 것일까?'

 우리 어른들은 은연중에 학생들에게 '그건 지금 하면 안 돼'라거나 '무엇을 하지 마'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누군가 때가 아니라고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했을 때 다양한 것들에 일찍 도전하고, 빨리 경험한 친구들이 사회에 좀 더 잘 적응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작가로 서기 위해 글을 썼을 때는 '글 쓰면 책이 좀 팔리냐'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개인사업을 했을 때는 '왜 불안정한 직업을 택하냐'라고 주변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십 대 후반의 나이에 강의를 시작했을 때는 강의를 하기에 너무 이르다는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작가와 강사와 개인사업가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다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다 내가 좋아서 시작하는 일이었지만, 모든 일들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고, 오랫동안 노력해도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가까운 이들의 정서적 지원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결국 내가 나를 이끌어야 했다.


 내가 나를 이끌었던 방법은 그냥 나를 믿고 묵묵히 작은 것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강사로서 더 많은 강의를 나가기 위해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그 커리큘럼을 교육업체에 제안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매일 새벽에 시를 썼다. 시를 SNS에 올리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시 몇 편을 뽑아 출판 관계자분들에게 보여드리기도 했다. 교육 사업을 유지시키기 위해 매일 전화 영업을 하고, 제안 이메일을 보내고 미팅을 했다.


 이 중 그 어느 것도 쉬운 것은 없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다년간의 시간이 필요했고, 일도 띄엄띄엄 들어왔다.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많은 책임이 따르는 일이었다. 때로는 지치고, 가끔은 많이 우울했다. 그럼에도 아침이 되면 정해 놓은 일을 했고, 새벽이 되면 시를 썼다. 가끔 들어오는 강의를 하며 진심을 다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청소년 교육업체에서는 어느 곳에 내놓아도 제일 안정적이고 반응이 좋은 강사로 나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첫 시집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군부대에도 보급이 돼 2판 5쇄(8,000부) 이상이 팔렸다. 연간으로 진행되는 기업교육도 수주할 수 있었다. 남들이 봤을 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난 나 스스로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일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끌고 오고 있는 것에 칭찬을 해주고 싶다. 중간에 하나라도 포기했다면 지금처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을 때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했을 것 같다.

 

 2020년은 누구나 힘든 해이다. 나는 위기를 발판 삼아 글의 분야를 달리해 글을 쓰고 있고, 청소년들과 부모님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획서를 작업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이후 갑작스럽게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대면으로 하는 일들이라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지 잠시 방황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를 돌이켜봤을 때 나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했고, 남들이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환경에서도 곧잘 버티곤 했다.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을 시작 때 낯선 환경에 들어가 적응하다 보니, 코로나의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부딪혔다.

 


 그 결과 교육사업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형식의 플랫폼을 만들어 기업에 제안을 할 수 있었고 너무 다행스럽게도 일부 기업에서 진행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환경이 되다 보니, 오히려 작가로서는 그동안 쓰지 않았던 다양한 형식의 글을 쓰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에 자신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공부, 다양한 방향을 미리 제시해줄 수 있는 공부와 관련한 진로 프로그램도 기획 중에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연도가 수익으로 봤을 때는 실적이 가장 좋지 않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소비하는데 멈칫하는 현상이 있다. 아무래도 나 역시 소비에 좀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임에도 내가 현재와 미래를 희망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더 확장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과 채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진로멘토로서 청소년들 앞에 섰을 때 하나의 직업을 택해서 인생을 살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어느 하나에 올인을 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유연하게 사고하지 못하고, 상황이 좋아지길 하염없이 기다렸을 수 있다. 그런데, 다양한 일을 하며 다양한 환경에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변화의 소식도 자주 접하게 되고, 주변의 반응도 더 빨리 체크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글 쓰고, 강의하고, 사업하는 모든 것은 결국 교육이라는 하나의 맥락으로 합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다양한 일을 하며, 때로는 전문가로 때로는 사업가로 역량을 나타낼 수 있을 때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하나의 분야로 내가 정의되지 않을 때이다. 나는 한 직업으로 내가 정의 내려질 때 속박을 느낀다. 나는 자유롭게 내가 가진 좋은 매력을 좋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고, 꿈을 꾸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코치가 되고 싶다. 다양한 글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짜임새 있는 교육을 기획하는 기획가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은 내가 더 많이 설렐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하나의 직업으로 정의되지 않음으로써 오늘도 내일도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지금 당장, 무엇을 잘하려고 하기보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일들을 가급적 많이 찾으세요. 그 모든 것이 결국은 나를 보호해줘요."


 이 말은 내가 청소년들에게 마지막 인사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 말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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