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을 하늘에
가을에 불러보는 노래 연재를 처음 시작할 때엔 수많은 대중가요 중에서 가을에 생각나는 노래 몇 곡 선정한 다음 나의 추억과 맛물린 이야기와 그동안 정리해 놓은 노래 이야기를 엮어서 이 가을을 따뜻하게 보내고자 하는 목적이 첫째요 내가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가수들의 이야기를 알리려는 것이 그다음이었다.
글을 쓰면서, 그동안 부를 기회가 없어 잊고 있었던 노래를 들으며 행복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쓰다 보니 내 위주가 되어버려 다른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이긴 하나 내 스타일이 아닌 노래, 이를테면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같은 노래는 건너뛰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자라난 때가 통기타 시절이어서 위의 예로 들은 노래를 많이 부르지 않았던 것이 이유가 되겠다.
이 글이 주관적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 <가을....> 글을 한 달 이상 쓰면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어떤 편은 3,4일 동안 써놨던 글을 다음 날 읽어 보고 그대로 지워버린 적도 있을 만큼 적어도 한 편 한 편 공들여 썼음을 자부할 수는 있지만 마음에 허전함이 남아 있는 건 사실이었다.
마음에 공허를 남기는 가을이라는 계절의 탓인가?
도대체 무엇일까?
아무리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을 해봐도, 굴러 다니는 낙엽에 차가운 시선을 고정해 보아도,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 들어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2%가 부족했다.
그게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계속 듣는 어느 순간 답을 찾은 것 같았다.
광석이(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난 김광석을 이렇게 부른다. 이문세를 문세 오빠라고 부르듯이)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마음이 전해진 것이다.
"비가 내리면 음- 나를 둘러쌓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비가 내리면 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광석이는 그 무엇인가에 의존해서 떨쳐버리고 , 잊고자 하나 부족함을 느꼈을 것이다.
비가 오는 가을날의 하늘을 창문을 통해 올려다보면 그런 상념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슴에 내려앉는다.
상념을 달래기 위한 편지를 써본다.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 파서 하늘에 편지를 보낸다.
지금까지도 난 이 구절을 하늘에 편지를 보낸다고만 느꼈다.
그런데 더 자세히 들어보니 하늘에 편지를 쓴다?
편지지에다 쓰는 것이 아니라 창문을 열고 하늘에 직접 쓰는 것이 아닌가...
그건 바람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관적이지만 그렇게 해석을 하고 보니 난 이 구절에서 마지막 2%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노찾사>와 <동물원>을 통해 그토록 찾았던 꿈이 하늘로 간 것처럼 보여 다시 만나고픈 마음에 편지를 쓰는데 이젠 그도 연필이 아닌 바람이 된 몸으로 쓰는 거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행하는 것.
하늘로 보내는 편지를 하늘에 대고 쓰는 것처럼 가을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가을이 되어야 했던 거다.
내가 가을바람이 되고 내가 가을 하늘이 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가을을 부를 수 있는 게 아닐까?
다시 한번 들어본다.
비가 내리면 음- 나를 둘러쌓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비가 내리면 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음-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바람이 불면 나를 유혹하는 안일한 만족이 떨쳐질까
바람이 불면 내가 알고 있는 허위의 길들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음-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마지막 후렴연은 세네 번을 반복하며 부른다.
지독한 편지다.
그렇게 쓰고 나서도 아쉬웠는가 아니면 결국 잊혀진 꿈을 못 만났는가, 광석이는 직접 하늘로 갔다.
흐린 가을 하늘이 되면 지독했던 가인(歌人) 김광석을 못 잊는 이유다.
그 노래를 다시 부르며 아니 노래를 행하며 하늘이 되어 본 나는 가을이 가슴에 꽂히는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가을이건 겨울이건 하늘이건 바람이건 내가 자연과 계절이 된다면 노래건 글이건 어려울 것이 없다.
그리고 그곳엔 안일함도, 허위도 없으리라.
이 가을 모진 진통을 겪으며 한 달 이상 연재 글을 쓰면서 진정한 가을 남자가 된 기분을 아시겠는가?
가을 하늘에 고맙다고 편지를 써야겠다.
https://youtu.be/loZ1Vkg38Xg?si=0HhIjTFDueA051y0
https://youtu.be/UQOiHJy6xzo?si=-rBM-YD3RxOz3ZAM
위 동영상에서 2분 정도 지나서 노래를 부르기 전에 보여주는 미소 혹은 웃음이 왜 슬프게 느껴질까?
광석이 보고 싶다.
https://youtu.be/rkajnyEtaP0?si=O_J3rTIF0boaYCUH
누군가가 말리지 않으면 밤새 김광석만 들을 기세다.
아무렴 어떠리
지금은 그쳤지만 추적처적 내렸던 아침의 가을비를 생각하면 밤새 들어도 좋다.
가을에 들어보는 노래
그렇게 또 가을의 하루가 지나간다.
광석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