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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딜김 Dec 21. 2021

놀면 뭐하니는 왜 슈가맨이 되려 하는가

올드 미디어가 추억을 소비하는 방식은

정해진 컨셉이 없는 게 컨셉인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이번엔 '도토리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그 시절, 싸이월드 BGM으로 흥했던 노래를 재조명하고, 추억을 되새긴다.

'도토리 페스티벌'에 앞서, ‘싹쓰리’, ‘환불 원정대’ 등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놀면 뭐하니?>는 추억과 음악을 결합하는 데에 능하다. ‘싹쓰리’와 ‘환불원정대’ 모두, 이효리나 엄정화, 비 등 추억의 가수들을 활용했다. 올해 진행했던 'MSG 워너비' 역시, SG 워너비를 오마주한 프로젝트다.

7년 전, <무한도전>의 ‘토토가’로 ‘옛 추억 되살리기’의 대중성을 확인했던 김태호 PD는 이번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은 추억을 가장 잘 소환하는 매개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그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사실상 실패할 확률이 낮은 프로젝트기에, 매번 화제성의 중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추억 남발면 피로감을 낳는다. 추억의 일회적인 소비는 옛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특히 지난 96회 방송은 '추억 되새김' 류 콘텐츠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회차는 MSG워너비 프로젝트 중,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이자 MSG워너비 멤버인 김정민 헌정 특집으로 꾸려졌다. MSG워너비 멤버들이 모여 그의 옛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곡을 MSG워너비 멤버들이 부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MSG워너비는 과거가 아닌 현재에 초점을 맞춰야만 했던 기획이다. 200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던 SG워너비를 오마주해 새로운 발라드 그룹을 꾸렸긴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개그맨, 래퍼,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음반을 내는 여정이 중심이다. 프로젝트가 노리는 재미와 웃음, 감동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어울리는 데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지, 선배 가수를 향한 예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MSG워너비는 어느 한 개인을 조명한다기보다는 그들이 만들어가는 화합 그 자체를 주목해야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정민의 노래’와 같은 추억이 하나의 소재로 쓰일 수는 있을지언정, 그게 프로젝트를 지탱하는 근간은 아니다. 기성세대 스타를 단순히 과거의 영광으로만 대한다면 그를 활용한 콘텐츠도, 시청자의 수도 유한할 수밖에 없다.

사실, 추억의 가수는 그 세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사실 새로운 가수나 다름없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95년생 원슈타인도, 68년생 김정민도 신인이다. 다채로운 멤버들로 구성된 MSG워너비, 그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신선함보다는 추억에 집중한 이 회차는 특히 아쉽다. 올드와 뉴를 아우르며, 모두에게 새로움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기획을 뒤흔든 에피소드였다.


물론, TV의 시청층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을 고려할 때, 추억에 집중한 <놀면 뭐하니?>가 반드시 틀린 선택을 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TV보다 넷플릭스, 유튜브가 더 익숙한 요즘 세대는 예능을 짤막한 클립으로 소비한다. 따라서, TV 앞에 앉아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트로트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증명하듯, 대표적인 올드 미디어인 TV는 기성세대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다만, 추억이 일회적으로 소비되고 휘발되는 콘텐츠에 그치지 않으려면 단순한 되새김만으로는 부족하다. <놀면 뭐하니?>가 지향하는 지점이 어떤 특정한 색깔을 띠는 콘텐츠, 혹은 특정한 시청자 층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컨셉이 없는 게 컨셉이었던 <놀면 뭐하니?> 에게 특정한 컨셉이 입혀지고 있는 건 아닐까.


특히, <무한도전-토토가>, <슈가맨 투 유>, 그리고 <놀면 뭐하니?>의 추억 소환 프로젝트의 선봉장 역할을 한 유재석이 올드한 이미지를 지니게 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현재로서도 충분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MC가 추억을 소환하는 이미지로 굳혀져만 가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TV 역시, 과거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매체로만 남을지, 혹은 변화에 적응하며 여전히 유효한 힘을 지닌 매체로 남을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말 오후 황금 시간대에 편성된 <놀면  뭐하니?>의 선택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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