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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문 Apr 20. 2020

조이는 되고 조민 씨는 안 되는 것

청소년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총선이 끝났다. 각 당은 각자의 성적표를 들고 총선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너무 큰 승리에 중압감을 표시하는 당도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당도 있다. 그런 와중에 오래간만에 모든 정당이 일치된 목소리를 낸 일이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 ‘조이’의 국회 출입 문제이다. 조이는 미래한국당 김예지 당선자의 안내견이다. 국회가 조이의 출입과 관련하여 즉각적인 허용이 아니라 ‘검토’ 목소리를 내자 모든 정당이 바로 ‘조이의 출입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래한국당이 정의당에게 감사 인사를 할 정도로 이례적인 풍경이 비추어졌다.


제21대 국회는 다행히도 그 시작부터 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조이는 김예지 당선자와 함께 국회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우리 국회가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뜻이 깊다. 더욱이 조이는 상징적이었지만,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0번이기도 했다. 단순히 안내견이 아니라, 김예지 당선인의 입법 파트너로서 국회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관련 기사 : “비례대표 0번 조이를 국회로” 모처럼 한목소리 낸 정치권 http://m.hani.co.kr/arti/politics/assembly/941062.html?_fr=gg)

여기 또 다른 비례대표 0번이 있다. 바로 노동당의 조민 씨다. 조민 씨는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 특별 후보로 선정되어 활동했다. 왜 도대체 노동당은 조민 씨를 0순위로 비례명부에 올렸을까? 그는 지금 만 17세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투표도 출마도 할 수 없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되었어도 여전히 조민 씨에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는 쟁취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당은 그를 공식 후보로 올릴 수 없었다. (관련 기사 : 만 17세 노동당 비례 0번…“왜 선택받을 권리는 없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04082145025)


그에게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로 등록시켜주는 정당이 있음에도 국가는 이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조민 씨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자신의 선거 운동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혹자들은 이런 사례에 대해 ‘정당이 얼마나 낼 사람이 없었으면’이라고 비웃고는 한다. 하지만 그건 주요한 논점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청소년을 출마시키지 못하는 정치 환경, 청소년의 출마를 그 정도로 소비하는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다.


우리는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부른다. 미우나 고우나 그곳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기구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소년은 누구를 대표로 파견하고 있던가? 누가 그들의 입장을 지지해주던가? 청소년은 이 나라의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시킬 수 없었다. 사회는 만 18세 선거권을 엄청난 사건인 것처럼 말한다. 교복 입은 유권자가 탄생했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원래 행사해야 할 권리를 이제야 비로소 행사한 것일 뿐이다. 그나마 이것도 청소년 전부가 아니라 일부에게만 어렵게 주어진 권리다. 앞으로 개원할 제21대 국회는 이 점을 분명히 고쳐야 한다. 미성숙과 성숙이라는 틀 속에서 국민 일반에게 주어질 권리를 제한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조이의 국회 출입 문제와 관련해서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었던 것처럼, 조민 씨의 국회 입성에도 일치된 목소리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조민 씨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비로소 첫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출마할 수 없다. 2024년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조민 씨는 그가 참여했던 선거에서 다른 후보들이 마땅히 할 수 있었던 후보등록을 2028년 총선에서야 할 수 있게 된다. 즉, 아무리 빨라도 2028년은 되어야 조민 의원을 볼 수 있게 된다. 2020년. 조이는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조민 씨는 2026년은 되어서야 비로소 그 자격을 얻는다. 국회에 아무리 빨리 보내고 싶어도 2028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조이는 되고 조민은 안 되는 상황을 우리는 2020년의 중반까지 보아야 한다.


나는 조이와 조민 씨 모두 국회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최대한 빨리 보고 싶다. 2명의 조씨가 국회에서 조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국회를 만드는 것이 차기 국회의 책무일 것이다. 제20대 국회가 투표권 연령 하향을 이루어냈던 것과 같은 활약을 제21대 국회에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조이에게 박수를, 선거운동하느라 고생하신 조민 후보께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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