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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와 그레이스-수잔 레드펀]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름 여행






"

한 발짝씩 꾸준히 앞으로 내딛는 거야. 그렇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에 도착해 있지.





서른여덟 하들리는 남편 프랭크의 폭언과 폭력으로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었던 15년 간의 삶을 견디다 못해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간 돌봐왔던 조카 스키퍼를 동생네 데려다 주기로 약속하던 날로 계획을 세웠고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고를 털 생각으로 프랭크의 사무실에 들렀다.

같은 시각. 같은 생각을 가진 그레이스와 마주한다.

술과 도박으로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하고 입대를 한 남편과의 결혼 생활도 보육원, 소년원, 교도소 생활도 잘 이겨냈는데 서툰 육아만큼은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녀였다. 직장 내에서 자신이 이뤄낸 성과급도 못 받게 되자 금고를 털어 도망치려 했다. 그렇게 금고가 있는 프랭크의 사무실에서 맞닥뜨린 두 여자는 뜻하지 않은 동행을 하게 된다. 돈 가방을 두고 싸움을 벌이다 발목을 다친 하들리에게는 두 아이와 함께 멀리 떠나기 위해 운전을 해줄 그레이스가 필요했고 4개월 된 마일스의 울음에 늘 어찌할 줄 몰랐던 육아에 능한 모습을 보여준 하들리가 절실했던 그레이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90만 달러씩을 나눠 갖고 이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며 즐겁게 살게 되기란 것도 잠시다.

사실 그녀들이 훔쳐 달아난 돈은 프랭크가 운영하던 주차장 사업 외에 불법 도박과 마약 거래로 벌어들이고 있는 돈이었고 이를 추적하기 위해 FBI 요원인 마크와 피츠가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두었던 것이다. 은밀했던 그날 밤이 드러나게 되며 그녀들은 쫓기다 점점 지쳐가며 헤어질 결심도 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오롯이 엄마로서 응원하는 대상들이 늘어나며 격정적이었던 매 순간의 위기도 모면하게 된다. 어느새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머무르게 된 자신들의 진심을 알아차리게 되고 무심한 듯 다가왔던 따뜻한 배려에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잊혔던 나를 찾으며 상념에 잠긴다. 자신을 낮추며 힘겹게 살아왔던 그녀들의 인생에 더는 굴복하지 않겠다며 결심을 한다.







소설은 그레이스와 하들리의 심리로 나눠 이어졌어요.

둘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음에도 함께 하게 된 여정에는 서로의 다름이 자신에게는 절실히 필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벌레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는 순진한 하들리지만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지혜로움을 발휘해요. 그레이스를 늘 눈물 나게 했던 마일스의 배앓이도 낫게 하는 육아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요. 반면 그레이스는 매 순간 강한 추진력 때문에 그녀들의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장을 넘길수록 그녀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안에서 밖으로 자꾸만 새어 나오는데 하들리가 그레이스를 떠나보내려 할 땐 눈물도 나더라고요. 사랑하지만 내 곁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힘겨운 이별을 하려 했거든요. 하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함께하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했기에 둘은 더욱 돈독한 관계로 매듭지어요. 

티격태격하면서도 돌고 돌아 가족이라는 소중함을 지켜내고 싶었던 공통적인 면모를 발견하게 되며 진정한 사랑을 깨우치게 됩니다. 그녀들은 엄마였거든요. 아이들의 존재가 힘듦도 헤쳐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을 거예요. 책은 [델마와 루이스]를 넘어 그 이상의 사랑과 우정, 감동이 있는 웃음꽃을 안겨 줍니다.

이번 여름엔 사랑하는 사람 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난 보는 건 어떨까요?

내일이라는 희망은 또 그렇게 뜻하지 않던 관계 속에서도 피어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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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당신이 해야 할 일들 중 내일 하면 안 되는 일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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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원인 모를 아기의 울음에 지쳐 있던 그레이스에게 하들리가 자신에게 아기를 맡기고 들어가 쉬라면서 했던 말입니다. 그래요. 오늘 아니면 내일 하면 돼요. 열심히 산 하루가 아니었다고 죄책감도 후회도 가지지 않아도 되어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고 하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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