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장대비가 쏟아진 다음날 아침.
하늘을 바라보며 든 생각이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향해지는 발걸음이 왜 이리 무겁던지요.
전날, 아니 요 며칠 마음의 무게가 온통 아래로 쏠려 있는 듯했어요.
직장 내 또 한 분의 강사님이 학원 내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다른 지점으로 인사이동 신청을 해서 떠나가기도 했고, 아이들과의 신경전에 남몰래 눈물 흘리기도 했습니다.
사람에 대해 좀 무뎌지기 위해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심리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늘 그때뿐이었던 저 스스로를 질책하며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보다로 끝을 냈던 날들이었죠.
[정혜신의 사람 공부} 책을 읽다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불편한 관계 속에서 저는 나름의 돌파구로 아이들과 대화를 유도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이 부분에서 저자의 글이 유독 크게 눈도장 찍혔던 건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인간에게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전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걸 알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도 비난하지 않아야 해요. 내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일상에서 자각할 수 있고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심리적인 힘이 있는 사람이 된다였어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지만 어찌 그런 기분으로 지낼 수 있을까 싶은데 즐길 수 없다면 흐르는 물처럼 지내보라고도 합니다.
계곡물은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돌에 부딪치기도 하고 어쩌다 사람들의 발길질에 채이기도 하면서 그저 묵묵히 흘러가요. 그러다 작은 웅덩이를 만나 잠시 숨을 고르면서 비어져있는 틈새로 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너와 내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 봅니다.
그래야만 우린 오래도록 사랑하며 어제보다 나은, 그리고 오지 않을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오늘을 살아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