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원 : 따뜻한 호두과자 한 알을 전하고픈 마음
나는 호두과자를 좋아한다. 갈색의 작고 동그란 몸 안에 따뜻한 기운을 뽐내며 노란색 포송한 빵의 기운과 달콤한 팥이 한데 모여 바삭함과 담백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호두과자. 과자라고 하기엔 묵직하고, 빵이라고 하기엔 약소한 그 호두과자를 나는 자태부터 냄새까지 모두 좋아한다. 참고로 춘향 휴게소의 막 나온 호두과자를 맛보았는가? 한 번에 30알은 먹을 수 있다.
오늘은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렸다. 내가 내린 출구는 바로 에스컬레이터가 연결되는 핫존이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어디선가 많이 들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경석 대표 목소리가 들린다. 티브이에서, 용산역에서 박경석 대표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박경석 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장애인권리입법 제정촉구와 장애인복지법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방송에서는 지금의 집회가 불법 집회임을 알리며 해산하라고 요구했다. 박경석 대표는 시민들에게 “출근 잘하시라!”는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 인사를 받고 크게 말했다. “응원합니다! 저는 지금 지각하면 안 되는 처지인 사람으로 빨리 달려가야 하는데, 마음은 이 자리 한쪽에 보태고 싶습니다. 저처럼 다들 무심한 듯 한 번 보고 지나가지만, 크게 소리 내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많은 한 사람으로, 언젠가는 큰 소리로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라고 마음으로 말했다.
입으로 소리 내 말하지 못하는 자, 얼른 달렸다. 그리고 개찰구를 나가 역사 안에 있는 호두과자 가게에 갔다. 따뜻한 호두과자를 샀다. 그리고 다시 개찰구로 들어가 활동가 한 명의 뒤로 조용히 갔다. 그리고 등을 톡톡 두드려 따듯한 호두과자를 건넸다. 달랑 호두과자지만 달콤함과 따뜻함이 전해지길 바랐다.
오랜만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페북에 들어갔더니 민폐 집단이라는 말은 너무나 정중한 표현이고, 장애를 가진 사람 자체를 비하하는 댓글들이 본인의 얼굴을 걸고 말해지고 있다.
단순히 집회로 인한 불편함과 생존의 대립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을 알고 있다. 다 표현하기 힘든 각자의 사정, 어려움, 생존이 있을 테다. 다만, 그 비난이 어려움을 겪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향해야 하는지는 되묻게 된다.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으로 얻어진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난 무심히 타고 다녔었다. 원래 있던 것인 양 타고 다녔었다. 왜 장애인은 버스를, 지하철을 타지 않은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는 장애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밥을 먹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고,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위로의 날’이라고 하고 휴가를 주는지 볼 때마다 불편해하기만 했다.
작가 나다타 도요타카는 섭식장애를 겪는 아내를 10여 년간 간병하며 쓴 책 「아내는 서바이버」의 끝에 “마음이 아픈 사람도 살기 좋은 사회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해 함께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마음이 아프고, 몸이 아픈 시기를 보내지 않는 사람이 있던가. 몸과 마음이 힘들 때,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을 때, 그런 사람이 꼭 내 옆에 붙어살지 않더라도 ‘살기 좋은 사회’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돌이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