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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ngtake Oct 26. 2023

점심시간에 만나는 친구

점심시간에 만나는 친구가 생겼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 J가 사는 영국과 이곳은 시차가 8시간이라 고정으로 만나는 시간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퇴근하면 J가 출근하는 시간이다. 특히 나는 퇴근 후에 주짓수도 배우러 가야 하고, 노트북이 없기도 한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회사에 있는 시간이 가장 안정적이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우리는 평일, 내 점심시간의 30분을 매일 만나기로 했다.      


첫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줌에서 방을 만들고 J를 만났다. 영국의 이른 아침인 5시에 J를 만났다. J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임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처음 만났고, 환하게 웃고, 우리가 각자 그리고 서로 하기로 했던 것들을 했다.      


여러 잡학 정보를 통해 나름 각자 배우고자 하는 목표 언어를 15분 동안 어떻게 학습할 것인지 정했다. 먼저 단어를 5개 정도 읽고 따라 하고, 20%는 잡지를 통해 내용을 설명해 주고, 80%는 어린이 그림책으로 스토리텔링해주는 방식으로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로 했다.                     


J  : (그림책의 욕조를 가리키며) 보쓰!

나 : 보쓰? 보쓰? (욕조는 배쓰인데... 다른 걸 말하는 건가?)

J  : (더 분명한 발음으로) 보쓰!

나 : (혹시) 배쓰?

J  : 예스! (배쓰는 미국식 발음이고, 보쓰는 영국식 발음이라 설명)

나 : 아하! (욕조를 가리키며) 보쓰! (영국식 악센트 ㅋㅋ)


첫 시간이 끝나고 서로의 소감을 나누었다. 너무나 재밌는 시간이었음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잘해보자며, 서로 좋은 파트너를 만났음에 감격하며 내일 만나기로 했다. J를 보며 한국어가 배우기 쉽지 않은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어려운 언어가 영어라고 생각했는데 어렵고 쉽고가 따로 있는 게 아니겠구나 싶었다.  

    

* 이렇게 시작한 다음 날 J가 연락이 왔다. 다음 주 일요일부터 시차가 한 시간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유는 설명 못 함) 1시간 동안 시간을 조정했고, 최선의 시간으로 내가 5시에 일어나고, J가 퇴근 후에 만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남들 다 일어나는 5시에 일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J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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