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름의 습기를 머금고 있던 지난 4월 말, 부산의 저녁이 기억난다. 빽빽하게 수면위를 비추고 있던 광안 대교의 네온사인 빛깔과 바닷가 근처 아파트 사이 사이로 어둡게 축 늘어져 있던 짙은 나무의 형상이 떠오른다. 운동화 바닥에 닿은 축축한 모래알은 어느센가 맨 발로 스며들어 있다. 밤바다의 낭만을 즐기느라 쏘아올린 폭죽은 떼를 지어 하늘위로 타들어 올라갔다가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편의점에서 사온 1866 블랑쉬 맥주를 들이킨다. 차갑고 거칠게 목구멍을 타고흐르는 알코올의 느낌이 좋다. 끊기지 않는 동영상처럼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자유가 느껴진다. 화려한 바다의 축제에 달은 가려져 보이지 않으나, 맥주 깡통위에 내 립글로스가 남긴 초승달 모양의 흔적이 있다.
이번 여행은 해운대에 도착하자마자 그 근처에 모텔을 잡았고, 해운대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광안리가 너무도 가고 싶어져서 결국 광안리를 한참을 향유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로 다시 갔다... 청춘의 감정을 간직하기에 현실은 점점 복잡해지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사랑했던 과거 앞에서 정직해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