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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뫼여울 Jun 10. 2023

홍준학 단장의 삼성 라이온즈? 그렇다면 노답!!!

2023년 삼성 라이온즈의 현주소

6월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졌던 삼성과 롯데의 클래식시리즈 첫 판이 롯데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롯데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나균안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6승째를 올렸고, 공격에서는 전준우가 4안타 1타점, 고승민이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습니다. 4연패에 빠져 있던 롯데로선 삼성을 만나 한 숨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삼성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던 대표적인 팀이 롯데였는데 이제는 두 팀간의 먹이 사슬이 완전히 뒤바뀐 모습입니다.

삼성 기록도 한번 살펴볼까요. 새로운 푸른 피의 에이스라고 칭송받는 원태인은 어제 경기에서도 부진한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4회까지는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5회 한 이닝에 4실점하며 빅이닝을 허용했습니다. 롯데 타선에 집중타를 얻어 맞은데다 폭투까지 내주며 중요한 3연전 시리즈의 첫 판을 무기력하게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6회 우규민이 등판했지만 전준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오히려 점수 차가 벌어졌고, 삼성 불펜의 핵심인 두 명의 이승현까지 마운드에 올라 헛품만 판 꼴이 되고 말았네요.

이날 패배로 삼성은 23승 31패(승률 .423)를 기록하며 시즌 성적 7위를 유지중에 있습니다. 하위권 판도는 크게 바뀌질 않고 있습니다. 삼성이 이토록 부진한데도, KT, 키움, 한화의 경기력이 워낙에 좋질 않다보니 최하위까지 떨어지진 않고 있습니다만 8위 KT는 6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10위 한화와의 게임 차는 겨우 2경기에 불과합니다. 언제라도 삼성이 꼴찌로 곤두박질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으며 지금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다 운이 좋아서라고밖에 얘기할 수 없습니다.


2016년 이후로 몇 년째입니까. 이제 한 손으로는 부족해서 양 손을 다 써야 할 지경이네요. 팀이 몰락한 것이 무려 8년째입니다. 모든 팀이 한 두번의 암흑기를 거쳤다고 해도 삼성처럼 페난트레이스 5년 연속 우승을 했던 팀이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위업을 달성한 다음해 주전 선수들의 불법도박 파동으로 인해 위대했던 삼성의 전통과 역사가 신기루처럼 처참하게 무너진 이후 팀을 재건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이는 것이 2023년 삼성라이온즈의 현주소입니다.

이제는 올라갈 때가 되었겠지, 올해는 뭔가 다르겠지 하는 마음으로 십 년 가까이를 지켜봤지만 남은 것은 "이 팀은 답이 없다"는 암담한 현실을 확인한 것 뿐입니다. 적당히 잘 했어야 하는 것인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너무 잘해서 삼성 왕조까지 만들었던 것이 오히려 화근이었습니다.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 전까지 이 팀은 정말이지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메던 팀이었고, 한이 맺혔던 팀이었습니다.

2014년 삼성 라이온즈는 넥센 히어로즈를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물리치며 한국시리즈 4연패에 성공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2016년 이후 삼성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


그랬던 팀이 5년 연속 페난트레이스 우승을 했고 그 중 네 해를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버리니 더 이상 삼성 구단에게 '우승'이라는 두 글자는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그것은 팬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우승이 그리 어려워보이지도 않고, 언제나 우리가 원하면 쟁취할 수 있는 것이라 어리석은 마음을 먹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구단 입장에서 보자면 우승 프리미엄으로 한껏 올라버린 선수들의 몸값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팀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제일기획으로 팀이 이관된 후 모든 삼성 계열의 프로 스포츠가 망했듯 프로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천하의 삼성 입장에서 구단을 없애거나 다른 기업에 매각하기도 낮부끄러우니 적당한 수준에서 구단 운영은 하되, 과도한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삼성 그룹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조인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보니 적당한 경기력으로 꼴찌로만 떨어지지 않을 수준의 구단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착하디 착한 삼성팬들이다보니 처참한 팀 성적을 이유로 그 흔한 감독 청문회 한번 하질 않습니다.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울분을 토하는 팬들도 없습니다. 경기야 이기든 지든 구단에서 제공하는 라팍 콘서트를 보며 희희낙낙하는 팬들의 모습은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쪽에선 관중석에서 흥겨운 노래와 춤을 즐기고 있고, 다른 한쪽 그라운드에선 선수들의 특타가 밤늦게까지 공존하는 모습은 참 이채롭습니다. 

'허파고'라는 칭송까지 받았던 허삼영 감독은 13연패의 치욕을 안기며 결국 팀을 떠나야 했습니다. 13연패가 오롯이 그의 책임이었겠습니까.


선수들은 그런 모습이 부끄럽지 않나요? 팬들은 그런 장면에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나요? 수많은 롯데팬들이 어제 경기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삼성 라이온즈와 그 팬들에게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요? "야 이 팀은 정말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야구 자체를 즐길 줄 아는구나. 경기에 져도 소란 일으키지 않고 즐겁게 춤과 노래를 즐기는 팬들이구나."하며 탄복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같으면 한심한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시대가 달라졌고 세대가 달라졌으니 이제는 다르게 야구를 봐야 한다고 여기는 분들도 물론 계실 겁니다. 그분들의 생각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입니다. 프로는 밥벌이로 하는 겁니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처럼 프로야구 선수들도 그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합니다.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고, 우승하지 못하는 프로 팀은 그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기려고 발버둥치지 아니하고, 우승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아니하는 프로 구단은 이미 프로가 아닙니다.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에 기여하는 일종의 재단법인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 삼성 라이온즈가 그런 팀입니까.

제가 화나는 이유는 삼성이 매번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고 십 년 가까이 우승하지 못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코칭스탭, 프런트,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기고자 하는, "이번엔 정말 우승 한번 해보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경기에 지든 말든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코치의 모습에서, 팬들에게 적당한 즐길거리만 제공해주면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은 조용히 넘어갈 것이라는 단장의 얄팍한 계산 속을 보며 40년 넘게 이 팀을 응원해 온 자신이 한 없이 모자라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그라운드라는 전장에서 뛰는 전사가 되어야지 팬들의 인기에 연연하는 엔테테이너로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선수 여러분들은 왜 프로 선수가 되려고 했습니까. 그 오랜 기간 동안의 힘들었던 훈련과 합숙생활, 부모님들의 경제적 부담을 왜 이겨 왔습니까. 야구가 하고 싶어서, 야구를 잘 하고 싶어서 아니겠습니까.

팀의 일원이 되었으면 팀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게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 야구선수의 본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의 삼성 야구를 보고 있노라면 제대로 된 팀 운영을 포기한 구단, 팀이 망가지든 말든 자신의 임기 연장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단장, 뾰족한 타개책을 찾지 못하는 코칭스탭, 야구선수인지 연예인인지 구분이 안되는 선수들까지 총체적 난국입니다.

홍준학 단장은 2016년 가을 삼성 라이온즈 단장에 부임해 시간만 나면 왕조 재건을 외쳤지만 야구단의 엔터테이먼트화를 이룬 것 외에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야구를 보는 눈이 여느 단장들에 비해.....


손대야 할 부분이 많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삼성 그룹이 야구단 운영에 획기적인 변화를 꾀할 것인가 하는 데 있을 겁니다. 현재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 팀의 미래는 암울합니다. 손을 댄다면 홍준학 단장을 조속히 교체해야 합니다. 홍준학 단장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삼성 그룹의 야구관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니까요.

1997년 삼성 구단의 이만수 선수 강제은퇴 사건 때를 기억하는 올드팬들이 많을 겁니다. 그 당시 은퇴를 반대하는 삼성라이온즈팬클럽 측 일원으로 삼성 구단 관계자들을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홍준학 대리도 함께였습니다. 이만수 선수에 대한 갖은 험담을 일삼으며 이만수 선수와 팬들 사이를 이간질하던 모습, 야구장비 제공을 빌미로 팬들의 환심을 사려 하던 그 모습이 현재 삼성 라이온즈 단장으로까지 이어졌다면 홍준학 단장과 삼성 라이온즈 프런트에 대한 기대는 접어두는 게 맞을 겁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해 왔습니다. 최고의 전력을 보유하고도 늘 한국시리즈 정상 일보 직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수많은 아픔을 저 역시도 함께 했습니다. 우승을 밥먹이듯 하는 팀의 팬으로부터 조롱을 당했어도 당당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팀은 최고라고 자부했고, 다음에는 좀 더 나아질 거란 기대를 품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팀과 함께 저의 학창시절을, 청춘을, 그리고 중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전통과 역사가 오롯이 우리의 아이 세대에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팀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안타깝네요. 삼성 라이온즈. 뭔가 달라지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 홍준학 단장이 물러났다는 소식이 들릴 때까지 삼성 야구와도 잠시 작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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