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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Jul 28. 2019

[16] 김정은 : 어설픈 짝사랑의 비참한 결말

- 일반인 시선의 정치사회 에세이 '우리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또 쐈다. 지긋지긋하다.

북한은 지난 5월 9일 이후 77일 만에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심지어 두 발 모두 약 600km 이상을 날아간 '새로운 형태'로 확인됐으며, 이번 시험 발사는 김정은이 직접 지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추측성 발언이 아니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이 사실을 직접 확인해주었다. 우리나라는 평화가 왔다,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며 온갖 근거 없는 희망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북한이 직접 '꿈 깨라'고 우리를 흔들어 깨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5월 4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와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대응이 정상적이었다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정상 국가'다운 대응을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난 5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우리나라는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포함한 '다수의 단거리 발사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단거리 미사일을 '단도 미사일'이라고 잘못 표현하며 우스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9.19 군사합의'위반을 의식한 청와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탄도 미사일'이라고 표현하지 못한 바 있다. 


심지어 당시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훈련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위반은 아니다"라며 "군사합의에 명확히 금지 조항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는데, 나는 이 같은 발언이 국방부 대변인에게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충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 장거리 미사일'만 명시되어 있으면 '단거리 미사일'은 수 백발을 발사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참으로 격이 떨어지는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출처 : 경향신문>

김정은은 뻔뻔하고 당당했다.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 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 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 때에 깨닫고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
"우리는 부득불 남쪽에 존재하는 우리 국가안전의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초강력 무기체계들을 줄기차게 개발해나가야 한다"


이런 정신 나간 소리를 늘어놓는 자와 무슨 평화를 논한단 말인가?

김정은이 언급하는 내용들은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나 우리나라의 F-35A 스텔스기 도입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북한과 김정은의 태도는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조차 아까운 수준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의 7월 25일자 기사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추가적으로 생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한 현재 북한은 20~60개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새로운 형태로 확인됐으며, 우리나라 군의 레이더로는 이를 끝까지 추적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핵무기를 수십 개 보유한 나라가 우리나라의 전투기 구매 혹은 매년 해오고 있는 한미 연합훈련을 핑계로 저런 미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이해해줘야 하는 것인가? 


<자료출처 : KBS>

김정은의 발언은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동맹을 파기하고, 완전히 무장해제를 하라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했을 가능성에 대해 "우리 정부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며 "그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결정은 안보리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변화 없다. 북한의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해 남북 간에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방향이 바뀌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및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경제 전쟁'으로 규정하고, 죽창을 들고 의병 활동을 일으켜야 한다던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한 일본을 주적으로 규정하며 '일본을 몰아내자'고 소리 높이던 '애국' 시민들은 전부 어디로 갔는가?

북한은 그야말로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미사일을 쏴대고 있는 실정인데 왜 북한에 대한 응징과 복수에 대해서는 입에 지퍼를 채우고 있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우리나라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수많은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나라와 무슨 평화를 논한다는 것인가?


당장이라도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북한과 김정은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애국 아니었는가? 6.25 때 희생된 용사들, 그리고 그 후에 1968년 김신조 사건부터 연평해전, 천안함 사건 등 북한의 만행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까지 모두 2019년으로 소환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저들은 경제 전쟁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국민들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세력인데 왜 '반북 운동'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


일본과 북한, 두 나라 모두를 비난하는 것이 옳다.

실질적 전쟁 위협이 나쁜지, 야비한 경제적 보복이 나쁜지 우열을 가릴 필요조차 없다. 두 사태 모두 비정상적이고, 두 나라 모두 우리나라에게 커다란 피해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면서 필자를 향해 '그래도 북한은 우리 민족이잖아. 우리가 품어줘야 할 대상이니까 이 정도 일로 평화를 포기하지 말자' 혹은 '일본이 더 나쁘잖아. 너 지금 북한 대신 일본 편드는 거야? 너 친일파네?'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필히 반성하시길 바란다. 지금 당신은 전체주의에 뒤덮인 민족주의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본인 스스로 선택한 길이 아닌, 대통령과 정부가 당신에게 주입하고 선동하는 대로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 연합뉴스>

한 술 더 떠, 북한은 우리나라가 지원하기로 한 '대북 쌀 지원'을 실무진 차원에서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본 시리즈의 5번째 글인 '대북지원 : 또 짝사랑일까?'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정부는 '특별한 조건 없이'북한에게 5만 톤의 대북 쌀 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쌀 수령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북한이 우리나라의 쌀 지원을 거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정부는 '춘궁기인 9월'이내로 신속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대북 쌀 지원 일정을 서두르기도 했고, 1,27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면서까지 북한에게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는데 북한이 이를 거절해 버린 것이다. 비참해도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정부의 대북 정책은 혼란스러움, 그 자체다. 북한은 서두에 언급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대북 쌀 지원 모두 우리나라의 군사 훈련 혹은 군사 무기 구입에 대한 북한의 보복성 행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은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정말로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걸까? 과연 그럴까?


<출처 : 뉴시스>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북한은 미북 회담 이후로도 핵무기를 추가 생산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올해 5월에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여 우리를 위협했으며 최근에는 600km 이상을 날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을 과시하며 한반도 전쟁 위협을 고조시킨 바 있다.


심지어 7월 23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령도자의 세심한 지도와 특별한 관심 속에 건조된 잠수함은 동해 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잠수함의 공개 목적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우리나라가 한미 연합훈련을 한다고 해서 불만을 표출할만한 자격이 없다.

지금 김정은과 북한이 우리나라를 향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그보다 몇십 배 아니 몇만 배 더 위협적이며, 지금이라도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한미 공조를 통해 군사적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9.19 군사협정의 파기도 협상의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언제까지 저런 자들의 '생떼'에 질질 끌려다닐 것인가?


<출처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평양을 방문해 9·19 군사합의를 체결하면서 이를 남북 간의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달 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담과 관련하여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의 종전선언을 언급한 바 있다.


아무런 근거 없는 평화, 종전선언, 적대관계 종식과 같은 말들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선동하는 것을 중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냉혹한 현실이나 각 사안별 세부적인 내용을 조금도 모른 채, 오로지 대통령의 발언만을 믿는 국민들이 생각보다도 훨씬 많다는 사실을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겉으로 아무리 예쁘게 포장해도 썩고 곪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당신은 우리나라의 국익과 국민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임을 잊지 말아 주시길 간절히 요청드리는 바이다.


북한은 '훈련 없는 한미동맹'을 고착화시켜 한미동맹의 끈을 약화시키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각종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강화한다면, 북한은 이를 핑계로 자신들의 핵무장을 정당화하고 각종 미사일들을 차근차근 늘려나갈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잃을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입장이 다르다. 잘못된 정책 방향으로 인해 외교는 완전히 박살 났고, 한미 동맹이 실제로 악화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는 거의 끝이 났고, 중국과 러시아는 어떠한 통보도 없이 우리나라 영공을 자유롭게 활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의 방향을 빠르게 수정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유일한 장기플랜인 '대북정책'마저 비참한 결말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부분이 공감하지 못하는 어설픈 짝사랑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끊임없이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지고 말 것이다. 이 정부를 좋아하냐, 아니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비참해질 대로 비참해진 우리나라의 현실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정부의 달콤한 말에 현혹된 당신의 '근거 없는 평화'를 걷어내고, 북한과 김정은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시고 판단해보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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