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 시선의 정치사회 에세이 "우리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은행에서 대출업무를 할 때부터 부동산 투자 공부를 꾸준히 해왔고, 퇴직 후엔 직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분위기를 배워가고 있다. 은행에서 만난 부동산 사업가들은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고 매주 현장을 뛰어다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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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가격은 도대체 왜 이렇게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지가 매우 궁금해졌다. 시장은 똑똑하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이유 없이 움직이지는 않을 터,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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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은행에서 대출을 봤던 시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던 시절이었는데, 정권이 넘어갈 때쯤 '아파트 가격은 대세 하락'이라고 했던 시기가 있었다. 2013년쯤 분양했던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 아파트'는 당시 34평 기준 약 13억 원 수준으로 내 기억엔 평당 4천이 채 되지 않았는데, 당시만 해도 평당 4천을 육박하는 가격은 오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과 겹쳐 가격은 순식간에 평당 5천에 육박하기는 했으나, 이 시기가 불과 5-6년 전이라고 생각하면 현재의 평당 7천만 원이라는 가격이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2019.6.7 기준 평당 68~70백만 원 수준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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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내서 집을 사라"
보수정권 시기에는 LTV를 70%까지 완화하고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을 폈으며, 오래된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에도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해당 시기에 사업이 확정된 곳이 많다 보니, 문재인 정부의 전례 없는 부동산 수요 억제 시장 속에서 '신축 아파트'들이 그나마 꾸준하게 완공, 입주 중이며 분양과 청약도 아직까지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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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당시에는 부동산 가격이 우상향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았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했다. 가상의 돈(대출)을 찍어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샀다. 그뿐인가? 전세보증금의 최대 80%까지 대출해주는 전세대출 상품의 확대 정책과 저금리가 만나 미친 듯이 전세대출을 늘렸고, 그 전세금을 받은 사람을 끼고 사람들은 너도 나도 갭 투자를 했다. '언젠간 꺾이지 않을까?'라는 공포는 당연히 존재했지만 그냥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저렇게까지 하는데 가격이 내려갈 리도 만무했다.
2015년쯤 미사강변도시의 한 아파트 집단대출 현장에서 당시 같이 근무하던 부장님에게 "미사가 4억이 넘네요 평당 1,200인데 여기 치고 너무 비싼 거 아닙니까?"라는 질문에 부장님은 "그러게 여긴 너무 외곽인데.. 나라면 안 살래"라고 답하셨던 기억이 난다. 한 채를 사는데 1억 2천만원이면 충분했지만, 그때는 그 가격마저 비싸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지역은 박근혜 정권 말기에 평당 17-18백만 원 정도까지 올라갔었는데, 그때도 나는 "부동산 시장이 미쳤다"라고 했었다. 나는 진짜 바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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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황당하게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 짬밥 7년이 무색하게 나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찾을 수가 없었다. LTV 줄여.. 대출 쪼여.. 세금 올려.. 뭔가 극약처방 수준의 정책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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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격 폭등의 원인은 위에서 말한 극단적인 수요 억제에서 시장이 너무 기민하게 대처했던 것도 이유가 됐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멍청하고 구린 8.2 대책과 임대사업자 등록제 시행이 그 기폭제가 됐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9.13 대책은 8.2 대책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초극약 처방'이고, 이 처방 덕분에 당분간 약보합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긴 하지만, 향후 이 말도 안 되는 수요 억제를 풀어내는 순간(이 정부가 갑자기 자세를 바꾸거나 정권이 교체되는 순간) 부동산 가격은 매우 심하게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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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어쩌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닐까?'였다. 아무리 이 정부의 정책들이 아마추어의 온상이라 한들, 8.2 대책 같은 쓰레기 정책만으로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중에 따로 더 자세히 글을 적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초기 부동산 정책은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정책이었다. 심지어 그걸 나 같은 일반인들이 일찍 눈치채지 못했을 뿐, 열심히 공부하고 분석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를 예측하고 상당한 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막차를 탄 다수의 사람들을 뒤로한 채 이 정부는 9.13 대책이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며 진입로를 막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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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면 이 정부가 주택 가격의 안정화라는 좋은 명목 아래 공시지가를 올리고 보유세를 더 올려 걷으며, 양도소득세를 강화해서 거래 자체를 틀어막아 입지가 좋은 서울시 또는 경기도 핵심 지역 주택들의 가격을 높은 수준에서 고정화하려고 한 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만약 정말로 가격을 내려서 국민들이 손쉽게 내 집을 마련하도록 하고자 했다면, 하다못해 양도소득세라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하향했어야 했다. 주택 보유세를 올리고 공시지가를 미친 듯이 상승시켜버리는 것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얼어버릴 텐데, 양도소득세까지 이렇게 올려버리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다주택자들에게 보유세를 미친 듯이 상향시킬 테니 버티지 말고 팔라던 정부가 팔아서 남는 차익의 최대 68.2%를 양도소득세로 거둬가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바보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겠냐는 말이다.
결국 현 정부 들어 아파트의 가격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한 단계 더 올라갔고, 평범한 사람들이 집을 구매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환경이 되어 버렸다. 2014년도에 5~6억에 살 수 있었던 강동구 아파트를 지금 사려면 10억을 가져가야 하고, 미사강변도시 아파트 구입에는 7억 5천이 필요하다. 잠실 엘스를 사려면 16억이 들고, 강서구 마곡동에 새 아파트를 마련하려고 해도 10억에 육박하는 돈이 필요하다. 평범한 2-30대가 서울이나 경기도 핵심지역에서 살기 위해서는 본인이 부자가 아니라면, 전세대출을 80%까지 풀로 받아 세입자로 들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주택 가격은 떨어질 기세가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 전세 가격은 하향 추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장기적인 공급 축소로 수년 내 전세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김수현 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도 비서관 업무를 수행했던 사람이다. (두 대통령은 매우 다른 사람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유사했고, 가격의 폭등이라는 결과도 같았다.
어쩌면 이 정부는 주택을 소유에서 임차의 개념으로 바꾸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것 같고, 주택을 소유하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높은 세율을 부과하여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집을 소유한 사람은 가진 자'라는 논리, 그 썩어빠진 정의로움을 내세워서 말이다.
그들은 공시지가를 한 방에 높은 수준으로 올려놨고, 비싼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그들만의 '정의 논리'를 앞세워 보유세를 대폭 증가시켰다. 부동산을 통해 시세차익을 원하는 사람에겐 양도소득세를 물려 이마저도 봉쇄했고, 국민들의 '집을 소유하고 싶다'는 의욕을 차근차근 꺾어나가고 있다.(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일반 서민들일수록 이 정책을 더욱 반대해야 한다. 개인의 근로 및 사업소득이 현 정권 내에서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아파트나 주택의 매입을 통한 재산 증식 없이 중산층으로 올라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존'을 이유로 서울시내 수많은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을 사실상 올스탑 시켰으며, 정부의 초과이익환수제가 더해져 공급 부작용은 5-6년 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과 규제로 압박을 가했다면, 박원순 시장이 수요-공급의 측면에서 카운터 펀치를 날린 격이 된 것이다. 더군다나 2기 신도시가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에 하남, 일산 등지에 3기 신도시를 공급하며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이야기는 심지어 잘 짜여진 코미디처럼 보인다. 더 심하게 말하면 '괜히 애쓰면서 서울 사시지 말고 그냥 앞으로 지어질 저렴한 수도권 신도시에서 사세요. 거기도 충분히 좋은 곳 아니겠습니까?'처럼 들린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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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좌우 집권에 따라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정책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정치인들이 머저리 짓거리를 할 때 욕하고 수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조용히 그들의 의견대로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