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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Jun 21. 2019

[5] 대북지원 : 또 짝사랑일까?

- 일반인 시선의 정치사회 에세이 "우리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본 편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현 정부의 '인도적 대북 쌀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최근 정부는 인도적 대북지원 차원에서 쌀 5만톤을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반대 여론이 급증하였으나, 정부는 6월 19일 WFP를 통해 국내산 쌀 5만톤을 북한에 제공하는 것을 매우 신속하게 결정해 버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생존의 위협을 받는 북한 내 주민을 위한 최소한의 긴급 지원의 성격'이라고 말했는데, 이 말을 듣고 금번 대북 쌀 지원이 굶주리고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식량 제공 차원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대북지원은 우리나라가 북한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카드이며, 장차 통일을 추진할 때 필수적 요소인 '북한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소중하게 사용해야 할 정책이기 때문이다.


본문의 내용은 2개로 나눠진다. 하나는 필자가 2011년 1월에 개인적으로 작성했던 '대북지원, 이대로 좋은가?'라는 글이며, 다른 하나는 2019년 현재의 대북지원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에 관한 글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손을 마주 잡고, 미북 정상회담이 몇 차례 진행되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평화가 온 것이 절대 아니다. 체제가 다른 두 나라는 절대로 합쳐질 수 없으며, 김정은은 최근까지도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우리나라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2011년과 현재의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2011년의 글로도 현재의 대북지원 문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8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1.1월 작성 '대북지원, 이대로 좋은가?']


지난 11월 23일 2시 34분,
북한은 서해 연평도 북방 개머리 해안포 기지에서 연평도로 해안포와 곡사포 100여 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80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휴전 이후 발생한 '가장 높은 강도의 도발'이었고, 모든 뉴스는 '연평도 사건'으로 도배되다시피 하였다. '연평도 사건'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이 사건은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의 정비는 물론,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관해서 다시 한번 재고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대북지원'에 관한 문제는 더더욱 중요하게 다가왔다. 이 글에서는 북한의 화폐개혁과 식량난, 한국의 대북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며, 향후 우리나라의 대북지원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해볼 것이다.
 


1. 북한의 화폐개혁과 식량난

대략 10여 년 전부터 북한의 계획경제는 총체적인 부실에 빠져들었다. '고난의 행군'은 명목적으로만 끝났을 뿐이다. 일반 주민들에 대한 식량배급과 급여지급은 특정한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 중단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집중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시장은 지속적으로 번영하게 되었고, 주민들의 식량과 필수품의 부족을 해소해주는 출구가 되었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시장 확산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시장 없이는 식량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었으며 되려 시장 사용권과 같은 권력행사를
통해 일부 재정적자를 보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지나친 시장의 성장이 계획경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2009년 11월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시행하게 된다.
 
화폐개혁의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3대 세습의 성공을 위한 결정이었다. 현실적으로 화폐의 공급을 늘려야 했던 북한은 화폐개혁을 통해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많은 돈이 국가로 귀속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둘째, 시장의 확산을 막고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계획경제의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셋째, 국가의 통제력 강화이다. 시장을 통해 많은 돈을 소유한 신흥 상인 세력들이 출현했고, 이들로 인해 계획경제의 질서가 교란되어 국가의 통제력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화폐 흡수의 효과를 거두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화폐개혁은 성공을 거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완벽하게 실패하고 있는 중이다. 일반 물가는 폭등했고 북한의 경제정책은 서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북한의 화폐가치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는 달러화 또는 위안화로 대체되기에 이르렀고, 이러한 수요에 따라 환율 역시 폭등했다.
더 이상 북한은 자력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없게 됐다. 북한 경제의 해외 의존도는 크게 증가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중국 의존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점차 중국에 귀속되어 가고 있다.
 
북한은 경제난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식량난이다.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연간 400만 톤대에 머물러 있다. 북한이 이렇게 낮은 생산량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비효율적인 주체농법을 고집하고 국영농장의 운영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모작을 확대하여 농지 이용도를 높여 생산을 늘리고 생산의 다양화를 추진하였지만 연료와 농자재 부족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
두는데 실패했다. 북한의 곡물 수요량은 최소 460만 톤에서 최대 540만 톤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최소 60만 톤에서 최대 140만 톤의 식량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맞물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식량원조가 크게 감소하였고, 핵개발 및 핵실험 강행으로 인하여 국제사회에서 점차 고립되어가고 있다. 즉, 북한의 식량난은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2. 인도적 지원, 이대로 좋은가?

햇볕론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햇볕론자들은 이러한 이유를 들어, 대북 인도적 지원, 교역, 투자에 걸쳐서 지속성과 일관성을 보일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1995년부터 시작되어 대략 16년 정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에 남긴 것은 대체 무엇인가? 대북지원이 원래의 취지대로 취약계층을 포함한 북한의 일반주민에게 전달된다면, 그것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자 한민족인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이 될 것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그들의 식량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꽤 긴 시간 동안 북한의 식량난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인도적 지원의 실효성에 대해서 물음표가 붙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인도적 지원은 사실상 '대책 없는 퍼주기'에 불과하며, 그 명분을 찾을 수 없는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대북지원이 엉뚱하게도 독재정권에 대한 지원이 되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여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북지원은 인도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이 경우 대북지원은 어이없게도 김정일 독재정권의 유지 및 수명연장을 돕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북한의 체제로 인한 결과이다.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책임을 지고 있다. 북한은 식량이 매우 부족하고, 정부는 그러한 부족량을 채우기 위해서 해외에 돈을 지불하여 식량을 사 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화가 필요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북지원은 북한 정권의 '외화절약'을 도와주는 일밖에는 되

지 않는다. 즉, 대북 식량지원은 북한의 재정을 돕고, 북한 정권을 경제적으로 안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뿐인가? 그나마 지원되는 식량들도 북한의 일반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특권계층에 우선 배분되며, 선군정치 노선에 따라 군대에 집중적으로 배분된다. 2008년 2월 14일, 한 일간지의 사설과 관련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군 당국은 대북 지원 쌀이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북한군 최전방 부대로 유출된 사실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최근까지 잇달아 포착해 왔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한군 부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쌀이 담긴 마대는 10여 차례에 걸쳐 400개가 넘는다. 동부 및 중부 최전방 군부대 지역에선 북한군이 대한적십자사 마크 또는 대한민국이 찍힌 쌀 마대들을 군 트럭에서 하역하거나 부대 내에 쌓아두고 있는 모습이 경계 병력에 의해 계속 관측되어온 사실(군 당국은 관련 장면 등을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해 포착했으며 관련 장면을 찍은 사진을 여러 장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은 군량미 둔갑 개연성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미루어 볼 때, 현재의 대북지원은 실효성의 문제를 논할 수준조차 못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바람직한 대북지원의 방향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북지원에 들어가는 쌀은 이중용도 품목에 해당된다. 하나는 '주식', 다른 하나는 '군량미'다. 우리가 지원하는 쌀을 북한군이 먹게 되면 이는 북한의 군사력 유지, 더 나아가 김정일의 선군정치노선에 기여하는 지원이 된다. 이는 결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아니며 군사적 지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대북지원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군사적 전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보다 바람직한 대북지원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인권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인권 개선이 연계된 대북지원 방안을 반드시 강구해야 할 것이다.
 
(1) 분배 투명성 확보
분배 투명성의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햇볕론자들은 인도적 지원이 '무조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는 논리에 입각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분배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을 거부한다. 또한 분배 투명성을 강조하는 이들을 보수적이며 냉전적인 경향을 가진 이들로 치부한다. 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분배 투명성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위에
서도 지속적으로 언급하였지만 현재의 대북지원은 취약계층을 포함한 북한의 일반주민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재정을 돕고 북한 정권을 안정화시키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분배 투명성의 확보는 인도적 지원에 내재된 당연한 원칙이다. 이는 인도적 지원에 있어 책임성과 실효성을 제고하는 수단이므로 이를 반대하는 의견
이 제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의 관건은 어느 정도까지 북한 측에 분배 투명성을 요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양측에 매우 민감한 문제이므로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분배 모니터링 요원의 상주, 불시 방문에 의한 공정한 분배 확인 허용, 최종 소비자와의 접촉을 통한 현실적인 분배 상태 파악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중에서도 분배 모니터링 요원의 숫자를 늘리고 상주 기간을 늘리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또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타 국가 및 단체들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도 분배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2) 감자, 밀가루 중심의 지원 (쌀의 지원을 최소화)
위에서 언급했듯이 쌀은 '주식'이 될 수도 있지만, '군량미'가 될 수도 있다. 현재로써는 후자의 용도로 더 많이 쓰이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쌀 지원의 효용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쌀의 지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차피 우리가 지원하는 대규모의 쌀은 북한의 지배계층에게 분배되고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감자나 밀가루의 비율을 지원품목 내에서 대폭 늘려야 한다. 감자나 옥수수는 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패 가능성이 높아 군량미로써의 기능을 하기에 매우 부적합하다. 게다가 감자와 옥수수는 북한의 고위층 사람들의 간식에 불과하지만, 일반주민들에게는 주식에 해당하므로 이들에게 더 많은 양이 분배될 가능성이 높다.
 
(3) 인권 개선 병행 추진
북한의 인권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남북 분단과 북한 정권의 존재로부터 발생하는 고통이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해결이 시급한 인권문제는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이 있는데 이들 문제들에 대한 진전 수준에 연계하여 식량 지원을 실시하는 것이 이 방안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남북한 간의 상당한 신뢰가 조성될 경우, 송환 탈북자의 처벌 완화나 일반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등을 연계하여 추가로 식량 지원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는 '상호적 인도주의'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을 것이다.
 
(4) 농업체제 개혁과 연계한 비료 지원
북한의 식량난에 관한 언급은 이 글 초중반부에 이미 언급했다. 북한의 식량난은 체제 개혁이 있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가 없는 문제다. 비효율적인 주체농법과 국영농장의 운영으로는 절대로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대규모의 비료 지원을 실시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밖에는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료 지원을 북한의 농업체제 개혁과 연계시켜 지원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상호협력'차원의 인도지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지금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비료 지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맺음말

지금까지의 대북지원은 그야말로 무조건적이었다. 더 이상 '묻지 마'식의 대북지원은 안된다. 이 글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인 현재의 대북지원이 북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관하여 중요하게 언급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북지원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몇 가지 대안들을 제시했다. 이러한 대안들을 통한 다차원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식량권, 생존권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며, 북한의 체제 변화 및 통일기반 조성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무분별한 인도적 지원보다는, 인도적 관점과 전략적 관점을 동시에 가지고 접근할 때가 되었고, 그때는 바로 지금이다.



[2019.6월 '대북지원, 선물이 아니라 거래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정부는 6월 19일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쌀 5만톤을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것을 공식 발표하였다. 통일부는 금번 대북지원용 쌀 조달에 약 1,2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남북협력기금에서 270억원을 조달하고 1,000억원은 양곡관리 특별회계에서 충당하기로 하였다.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춘궁기인 9월 이내로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내놓았으며, 북한의 식량 사정을 고려하여 추가적인 식량 지원의 시기와 규모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금번 대북 쌀 지원은 2010년 이후 첫 지원으로, 9년 만의 대북지원 사례가 될 것이다.

마지막 지원이 2010년 북한 수해 긴급구호를 위해 지원한 쌀 5천톤이기 때문에, 공교롭게도 내가 글을 작성한 2011년 이후로 대북 쌀 지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북 쌀 지원은 기본적인 영양섭취조차 충족되지 않는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될 때 '인도적 지원'이라는 당위성을 가질 수 있다. 김정은이나 조선노동당, 그들에게 충성하는 북한의 군인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군사적 지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도 그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그들이 시행하는 모든 대북지원 정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가 이득을 취한 것은 무언인지를 소상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들은 북한에게 사용되는 세금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하고 '인도적 지원'과 같은 무책임한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부적절한 내용들이 발견될 시 그들에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할 책무가 따른다. 아낌없이 주고,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는 '무분별한 대북지원'은 국민들의 무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금번 대북 쌀 지원을 통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우리 국민들이 모니터링해야 할 부분들을 알아두는 것은 바람직한 대북지원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11년에 언급했던 바람직한 대북지원의 큰 틀은 현재에도 똑같이 적용되나,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에 세부적인 부분들을 현시점에 적용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여기 정부에게 요구해야 할 몇 가지 '바람직한 대북지원 방법'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


(1) 분배 투명성 확보

정부는 금번 지원 식량의 전용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대에 '대한민국'을 명기하고, WFP와 협조를 통해 분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포대에 '대한민국'을 명기하는 것은 특별한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WFP와 북한이 협력한 분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만, 단순히 그들에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지원 후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분배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왜 필요할까? 지금까지 북한이 우리나라의 대북지원을 우리 취지에 맞게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북한은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 구호품 쌀 5천톤과 시멘트 5만톤 등 재해물자를 지원했지만, 모니터링을 위한 현장방문은 1년이 지난 후에야 이뤄졌다. 당연히 분배가 끝난 시점이었고, 제대로 된 모니터링은 하지 못했다.

- 2006년 수해복구용 쌀/시멘트 등 2,210억원의 구호품 역시 모니터링에 실패했다. 심지어 2006년 10월 북한은 우리의 대북지원에 '핵실험'으로 화답을 했는데, 물품 전달 과정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여 전달이 중단되기도 하였다.

- 같은 해 백두산 관광사업 도로포장용 자재 8천톤(50억원)의 경우, 우리나라의 기술자가 현장 기술지원을 하기로 했었는데 북한 측에서 자재를 받자마자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며 사용처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였다.

- 2007년 평양 이산가족 화상상봉센터 건립용 현금 40만달러/건축자재 340만달러 등 우리라나의 지원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이 점이 중요한데, 대북지원 시 '현금 지원 금지' 원칙을 깬 사례이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북한이 어디에 돈을 썼는지 명세를 통보하고, 현장 방문을 허용하기로 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하지만 돈이 한창 집행될 시기에도 현장 방문은 할 수 없었고, 사용명세서 역시 받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이뤄져야 하지 않겠는가?

5만톤의 쌀이 실제로 북한의 어느 지역, 어떤 주민들에게 지원이 됐는지 상세하게 모니터링해야 하고, 조선노동당 간부들이나 군인들에게 지원됐을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향후 모든 방식의 대북지원을 전면 철회해야 할 것이다. 모니터링의 시간은 북한에 쌀이 도착한 시점부터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진행이 되어야 하며, 우리가 지원한 쌀 전체의 적절한 분배가 완료될 때까지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2007년 통일부 관계자가 했던, '엄격한 모니터링을 요구하면 북측이 식량지원을 거부하며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라는 이야기가 2019년의 정부의 입에서는 절대로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측이 식량지원을 거부하면 우리도 끊으면 된다. 대한민국에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1,270억원이면 어려운 '우리나라' 국민들을 도울 수 있는 큰 금액인데 오히려 잘된 일 아니겠는가?


(2) 장기적 관점의 체제 전환 추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나치게 남북관계 문제에 몰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집권 3년차인 현재까지도 이러한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임기 내내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개선시키겠다며 대부분의 노력을 쏟아붓고, 비핵화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이는 북한의 상황을 보고도 '서둘러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대북지원이 9년만에 재개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됐을 것이다.


혹시 문 대통령의 최종목표는 '통일'인가?

이러한 행보가 '통일로 가는 길'이라면, 지금 그 길 어딘가에 커다란 씽크홀이 있는데 그걸 애써 못 본 척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통일이 정말로 어려운 이유, 아니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는 체제의 전환과 통일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가 자유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은 어렵기도 어렵지만, 체제 전환에 성공한 다른 공산국가와는 달리 북한은 '3대 세습'이라는 특징이 있어 더욱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북한은 장기적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대부분을 국가가 소유하는 전체주의에서 벗어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일을 해야 한다면 말이다. 이런 체제의 변화 없이 종전선언이나 통일은 어불성설이다. 문 대통령의 모든 북한 관련 행보가 장기적으로 통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면, 대북지원을 통해 조금씩 북한의 체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수다.


(3) 인권 개선 병행 추진

<출처 : 중앙일보>

북한의 인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대북 인권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공개 처형지는 323곳에 달한다. 공개 처형된 시체를 처리하는 장소는 25곳으로 확인됐고, 공개처형 장소에 인민학교(초등학교) 아이들이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참관하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알려졌다. 조사에 응한 84명의 탈북자들 중 공개처형을 목격한 비율은 83%에 달했으며, 최저 목격 나이는 7세에 불과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와 같은 단순히 남북관계에서 비롯된 것들도 있지만, 이처럼 공산주의 정권 하에서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권 말살에 가까운 사건들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약 20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4곳의 '정치범 수용소'는 인권 개선을 위해 즉각 폐지해야 하며, UN 인권이사회의 권고와 별개로 우리나라 정부에서 꾸준히 인권개선을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는 인권 문제가 대두될 시, 그들의 정권에 불만을 갖고 있는 주민들의 폭동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 여부나 인권문제를 그들과 상관없는 문제로 치부해왔다. 대북지원을 통한 북한의 인권개선 요구는 주민들의 생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므로, 중장기적으로 체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대북지원은 선물이 아니라 거래다.

짝사랑에 가까운 선물 공세는 우리에게 어떠한 이득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에 대한 선호 여부와 관계없이 이 문제에 대해선 국민들이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그들로 하여금 정확하고 상세한 대북지원 결과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바람직한 대북지원'으로 가는 올바른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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