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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Jan 14. 2024

54. Chistmas in Barcelona

정말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 그리고 액땜...액땜...ㅠㅠ

작년(아직도 어색한 작년이라는 말과 올해가 2024년이란 사실!)부터 시작된 나의 코스로 인해

우린 참 바쁘게 지냈다.

남편도 남편대로 일이 바빴고 나도 한가한 시간들을 뒤로하고 매일같이 수업에 허덕이며 보낸 12월...

크리스마스 연휴는 기대도 없었는데 역시나 스웨덴사람들은 선생이고 학생이고 모두 한마음으로 휴가가 필요한가보다.

집에서 해보라는 숙제를 잔뜩 내어주고선

크리스마스연휴(스웨덴에선 24일부터 26일까지 빨간날이다.)부터 연말까지 쉬어갈 시간이 생겼다.

일정이 미리 나오는 게 아니라 운좋으면 다음 주 일정까지 알 수 있거나

아님 월요일이 되어서야 이번 주 일정이 나오곤 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이 되어서야 내 연말 일정을 알게 되었다.


원래 닥쳐서 뭔가 계획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너무 현실에서 치여사느라 여행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여행갈까 던졌는데 우리 남편은 진짜로 받아들이고선 비행기표를 덜컥 샀다.

스웨덴에서 스페인까지 직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이 임박해서 사려니 표값도 비싸고 해서

경유하는 티켓으로 끊었다. 직항이면 4시간을 쭉 가는데 우린 2시간씩 쪼개서 비행을 하고 경유를 하는 걸로.


갈 땐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고

돌아올 땐 벨기에 브뤼셀을 경유하는 티켓이었다.


루프트한자 들어만 봤지 처음 타봤다.

리뷰를 가기 전에 공항에서 급하게 찾아보니 썩 좋진 못해서 불안하긴 했다.

아니나 다를까... 스웨덴 공항에서부터 연착이다.

경유시간이 빠듯해서 걱정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니 이미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떠났다.


낯선 공항에서 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공항 직원들에게 물어물어서 리부킹하는 곳으로 찾아갔고

긴긴 대기줄을 기다렸다가 다시 비행기표를 끊는데 이미 오늘치 비행기는 매진이고

내일 아침 일찍 뜨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선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 묵을 수 있는 티켓을 받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경우이니 받아들어야 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셔틀이 있다고 해서 남편이랑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셔틀버스가 오는 곳을 찾아다녔다.

공항 버스를 타고 호텔 도착. 이른 체크인을 했다.

예상치도 못한 프랑크푸르트에서의 하루.

여기도 날씨가 스톡홀름 못지않게 추웠고 어두웠고 비까지 내려서 더 음산한 느낌이었다.

호텔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연식이 오래되어 보였고 딱 잠만 자고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녁식사 쿠폰을 받았는데 점심도 못 먹은 우린 온 김에 프랑크푸르트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시내에서 한참은 떨어진 공항 근처라 어쩔 수 없이 볼트를 불러서 타고 나갔다.


여기에 한국 치킨브랜드인 BBQ가 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한국음식이 많이 그리웠던 차라 남편과 함께 찾았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던 때라 문을 닫았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 문을 열고 있었고 브레이크타임에 걸리기 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치킨만 먹어도 우리 둘이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텐데

배가 고팠던지라 우린 눈이 좀 돌아서 떡볶이까지 추가해버렸다.

한국과 달리 많이 비쌌다.

치킨 한마리에 30유로를 넘겼으니 4만 5천원정도?

치킨무도 2유로인가 유로였다... 여긴 유럽이다ㅠ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의 떡볶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제일 좋은 건 치킨이다!

한국 비비큐랑은 좀 다른 거 같지만 여기서 먹을 수 있는 한국치킨이라니

이것에도, 이 가격에도 우린 감지덕지였다.

이거 먹고 유명하다는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마켓을 가보고 싶었는데

운이 참 좋지 못해서 우리가 왔을 때 기준으로 전날 마켓이 문을 닫았다...

우리가 갔을 땐 이미 마켓을 철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독일 크리스마스마켓이 유명하대서 온 김에 보고 싶었는데 아까비...

구글맵을 열심히 두드려서 찾은 빵집, 카페 맛집

배가 불렀지만 우린 여기서 빵을 먹고 가야 한다며 빵까지 시켰다.

결론적으론 잘 시켰고 참 맛있었다.

독일하면 프레첼이나 라우겐빵 같은 걸 연상했는데

현지에선 그런 빵을 보기 힘든 거 같았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이나 공항이 아니고선 내가 생각하는 짙은 갈색의 빵들을 잘 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하루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린 공항으로 가서 새벽에 뜨는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무사히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바르셀로나 시내를,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다녔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 좋았는데;;;

지금부터 사진들이 뒤죽박죽이다.

이유는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4박 5일의 사진이 무작위로 섞여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에서 열린 크리스마스마켓

이 통나무 장식이 크리스마스 상징이라길래 고민고민하다가 나도 하나 데려왔다.

안경을 쓰는 나에게 딱 눈에 들어온 특이한 안경 쓴 얼굴.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스페인 식당도 운 좋게 다녀왔다.

연휴 전날이라 가능했을지도...

유럽엔 빨간 날에 문 닫을 가능성이 높아서 식당 문을 열어 주면 참 고맙다.

기대도 없었던 감자가 참 맛있었고

기대가 많았던 꿀대구는 사실상 그냥 그랬다.

앙증맞은 사이즈의 감바스

여기선 기름국물에 빵을 찍어먹지 않는 거 같았다.

한국식인가?


맛있었던 빵집투어

그리고 여기저기 많이 보이던 체인 카페 365


전반적으로 스페인 커피는 참 맛이 없었다...

설명도 어려운 니맛도 내맛도 아닌 커피...

물맛도 좀 별로였다.


스웨덴 물맛에 익숙해져서인가?


내 입엔 한국 커피가 제일 맛있고 그래고 스웨덴...

물은 스웨덴 물이 제일 나은 거 같고 그렇다...

암튼, 물맛도 커피맛도 바르셀로나에선 많이 실망스러웠다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하루종일 쨍쨍했던 햇볕이었다.

이거 하나로 게임 끝이었다.

음식이 안좋고 커피가 별로였어도 하늘만 올려다보면 기분이 리셋되었다.

이거지 바로!

해변도 참 예뻤고

내가 살던 부산도 생각나게 해서 좀 서글펐다.

까탈루냐어와 스페인어가 공존하던 바르셀로나.

'펠리스 나비다'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본 나달'은 여기와서 처음 알았다.

여기서 바르셀로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카페 체인.

연휴를 끼고 여행하다보니 맛집보단 문 연 가게 위주로 다녔다.

워낙 문닫은 집이 많았어가지고ㅠㅠ

예약도 없이 들어간 식당인데

문 연 식당도 귀하고 예약을 안하고서도 우릴 받아줘서 참 고마웠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맛은 좋았고

바쁜 와중에 서버들의 미소가 참 반가웠다.

여기서 친절을 당연히 바라면 안된다는 걸 알기에 그들의 미소가 참 고마웠던...

구글 평점 남기기 귀찮아하는 우리가 사진까지 넣어가며 평점도 열심히 남겼다.

미리 예약하고 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여긴 기대하고 갔는데 진짜 별로였다ㅠ

토마토 파스타가 맛없기 힘든데 면도 너무 푹 삶겨졌고 맛도 없고...

피자 도우는 덜 익어서 밀가루맛이 났다.

그나마 처음 시킨 이 샐러드가 가장 괜찮았다.

돈은 돈대로 많이 내고 먹었는데 별로여서 괜히 내가 미안했다.

식당 예약은 다 내몫이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네;;

브레이크 시간이 없어서 들어갈 수 있었던 일본라멘집

다만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곳 같은...

그냥 무난한 라멘이었다.

김치가 있길래 시켜봤는데 이것도 그냥 무맛이다.

맛없다가 아닌 맛이 없는...


날씨와 함께 가장 인상적인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었다.

입장료내고 들어가는 관광지를 별로 선호하지 않은 우리가

유일하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여기도 연휴엔 문을 닫는다길래 미리 어플까지 설치하고

각자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열심히 꼼꼼히 봤다.

진짜 좋았다.

사진도 많이 남겼는데 다 사라지고... 결국엔 눈으로 본 내 기억만 남았다.

한국어로 된 것 바로 밑에 스웨덴어도 있었다.

이런 우연이?

이런 걸로 우린 우리 둘이 운명이라 서로 좋아했다...ㅎㅎ

아침에도 보고

낮에도 보고

해질녘에도 보고

밤에도 봤다.

매일같이 지나면서 봐도 좋았던 성당.

언제 완공될 지 모르겠지만 남편이랑 약속했다.

완공되면 다시 찾아오자고.

아마 한 10년 후?

말차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찾은 말차라떼 전문점

난 호지차를 더 좋아해서 호지티라떼를 시켰다.

둘다 구수하니 맛있었다.

연휴에 유일하게 문을 열었던 한국식당.

어찌나 반갑던지ㅠ

여기서 먹은 김치찌개와 양념치킨은 참 고마운 음식이었다.

맛은 평범했지만 한국음식을 먹는 것에 되게 행복했던 순간.

아침에 눈뜨자마자 호텔에서 나와서 사왔던 커피.

스타벅스 커피도 그냥 그랬다... 아니 맛이 없다ㅠ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우리 호텔 근처에 유일하게 문을 열었던 파이브가이즈

바보같이 에브리띵으로 시켰어야 했는데 소스를 빼먹어서

강제 건강식이 된 햄버거;;

남편이 타고 싶다고 결제한 투어버스

몰랐었는데 우리 남편은 이런 시티버스를 참 좋아한다.

단, 여기도 겨울이라 버스 2층은 참 추웠다.

2번 탔는데 처음엔 진짜 얼어 죽는 줄

2번째엔 완전무장하고 탔는데 그래도 칼바람에 추웠다ㅠ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날... 아니 떠나기 전날

난 폰을 소매치기 당했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도 난 잘 방어했는데

정말 사람이 많지 않았던 기념품샵 안에서

방심한 채 구경하다가 자켓 주머니에 있던 폰을 도난당했다.

항상 손에 쥐고 있었는데 깨지기 쉬운 그릇을 보느라 두손을 다 그릇에 집중했다.

누군가 내 주머니를 타켓으로 삼고는 가져간 거 같다.


그렇게 여행의 마무리가 망쳐졌다.

경찰서에 다녔고 남편은 스웨덴 은행에 전화하느라 바빴고

난 내 계정들의 비번을 찾느라 힘들었다.

답답해서 폰이 없이 버틴 24시간이 너무 힘들고 바보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항으로 가기 전에 폰을 사려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연휴 직후라 재고가 없었다. 마지막이다 하고 간 곳에서

딱 하나 남은 재고를 색상을 선택할 수도 없이 그냥 사야만 했다.


새 폰으로 최대한 찾을 수 있는 계정을 되살리고

은행을 닫고 암튼... 힘든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벨기에 공항에서 환승하면서...

배가 고파서 먹은 슈니첼과

바르셀로나 기념품으로 산 크로와상 식빵

이건 그냥 먹는 거 보다 토스트기에 구워먹는 게 더 맛있었다.

찌그러지지 말라고 따로 백팩에 넣었는데 결국엔 찌그러졌...

벨기에 하면 와플이라서 사먹어봤는데

공항이라 그런지 그냥 그랬다.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뭐가 더 특별하지도 않았던;

벨기에를 뒤로하고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폰을 잃어버리고 왔다는 죄책감때문에 여행의 기억이 참 힘들었다.

지난 2년 여간의 내 기록과 사진이 모조리 날아갔다.


백업도 없었고 따로 저장한 것도 없이 그냥 날아간 나의 추억들... 안타깝다.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그래도 담담한 편이지만 어찌나 아쉽던지ㅠ

지금도 문득문득 좀 힘들지만 그래도 큰 액땜했다 치고,

몸은 무사히 잘 돌아왔으니 다행이라고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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