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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Dec 20. 2023

53. 눈, 겨울, 스웨덴

'스웨덴'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단어들, 그리고 일상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신상 메뉴가 나왔다.

감초라떼.

할로윈기념으로 나온 거 같은데 아마도 한정메뉴인듯?

우리는 할로윈 지나서 찾았는데 운좋게 만났다.

나는 불호지만 우리 남편은 이 감초를 참 좋아한다.

아마도 북유럽에서 즐겨먹는 듯한 감초과자들... 젤리, 사탕 등으로 즐겨 먹는다.

영어로는 licorice

스웨덴어로는 lakrits라고 한다.

한잔에 7천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플랫화이트를

남편은 특별히 감초라떼를

냄새부터... 존재감이 상당하다;;

우리 자리에서 보이는 카페 카운터

오전시간에는 브런치처럼 즐길 수 있는 샌드위치들이 많이 보인다.



점심은 남편이 예전부터 같이 가자고 말했던 생선전문식당.

피쉬앤칩스같은 메뉴들이 시그니처인 거 같았다.

추워서 수프하나랑 피쉬앤칩스

내가 생각한 스프랑 다른 비주얼이 나왔다.

재료를 읽었어야 했는데... 크림수프였다.

핀란드에서 먹었던 연어크림수프랑 굉장히 흡사했다.

11월부터 스톡홀름은 본격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했다.

장식도 많이 보이고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들도 팔기 시작한다.

이 나라 가장 큰 연휴이다보니 사람들이 일찍 준비하는 것도,

크리스마스라는 단어에서 주는 설렘도 이해가 된다.

스웨덴어로 크리스마스는 Jul[율]이라고 한다.

이 기간동안엔 뭐든지 이 단어가 붙는다.

합법적(?)인 접두사같은...ㅎㅎ

이탈리아 식료품점에서 파나토네를 쌓아놓고 팔길래

우리도 상술에 못 이겨 샀다.

공산품치곤 좀 비쌌지만 일년에 한번인데 뭐 싶어서 

과감하게 하나 질렀다.

남편이 다른 도시로 출장을 떠났다.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 일정이라서 

같이 기차역에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이른 아침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 스톡홀름 센트럴은 처음인 거 같다.

그냥 빈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아침 일찍 여는 카페를 찾았다.

거의 오픈시간에 맞춰서 찾았는데

내가 첫 손님은 아니였다.

아마도 동네 할아버지가 먼저 첫손님으로 앉아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신문을 보고 계셨다.

나도 구석 자리에서 크로와상과 커피를 즐겼다.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들어왔는데

이 크고 정교한 결을 가진 크로와상을 보는 순간 그냥 나도 모르게 시켰다.

한국에선 크로와상을 즐기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스웨덴와선 크로와상이 가깝게 느껴지고 

카페에서 자주 찾는 메뉴 중 하나가 된 거 같다.

혼자 집으로 돌아와서 챙겨 먹는 식사

귀찮아서 미뤄둔 돈까스를 만들었다.

스웨덴산 돼지고기인 줄 샀는데 다시보니 독일산...

어쩐지 좀 싸더라;;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산 육류나 채소, 과일, 달걀 등에 자부심이 있다.

자연에서 난 것들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해야 하나...

물도 깨끗하고 공기도 좋다는 자부심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여기선 식수가 따로 없다.

그냥 아무 수돗물이나 마시면 된다.

이거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나도 이젠 거부감이 덜 한 거 같다. 그냥 수돗물을 마신다...

기름을 최대한 적게 쓰려고 자작하게 붓고 튀겼다.

남편없는 식사 중 하나, 청국장

냄새가 워낙 세니까 남편없을 때 해먹고 환기시켰다.

최근에 스톡홀름 한인슈퍼에도 팔기 시작한 거 같은 청국장.

나는 독일에 있는 한인마트에서 주문해서 구했다.

한국에서 사면 인터넷상으로 1,500원 정도 인 거 같은데

여기서 구하려면 2배가 넘는다ㅠ 그래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두부는 스웨덴산!

한 냄비 가득 끓였다.

손이 커서 혼자 먹어도 3-4인분의 양을 만든다...

여기가 한국인지, 스웨덴인지...ㅎㅎ

진짜 맛있게 먹었다.

무생채도 무쳤다.


그렇게 혼자 지내다가 남편이 돌아오는 날이 되었다.

최애 빵집에서 빵을 사고 역 근처 까페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기차역 근처이다 보니 여행객들이 많이 보인다.

괜히 나도 설레게 만드는 기차역, 공항...

남편이랑 같이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처음 스웨덴에 왔을 때부터 남편이 소개해주고 싶어했던 레바논음식점.

은근 스웨덴엔 레바논 음식점이 많다.

유럽을 여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느끼겠지만 유럽엔 많은 이민자들이 살고 있고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아랍권 사람들인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아랍권 나라들의 식당들이 쉽게 보인다.

여긴 좀 고급레스토랑느낌이 나는 곳이었는데

스웨덴 현지인들이 참 많았고 가격대도 높았다;;;

남편이 원하던 맥주가 품절이어서 

추천해주신 멕시코스타일(?) 맥주를 시켜야했다.

남편말로는 그냥 그랬...

타파스터럼 작은 플래터를 여러 개 시키거나 

메인요리를 크게 하나 시키면 된다는데

우린 작은 거 4가지, 큰 거 1가지 시켰던 거 같다.

정말 이국적인 음식들...

입짧은 나도 먹을 순 있었지만 그냥 신기한 정도이지 엄청 맛있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좀 깨작거리면서 먹었던 거 같다. 

향신료를 최대한 덜 넣은 것 같은 메뉴들로 골랐는데도 뭔가 색다른 향과 맛이 났다.


이국적인 경험이었다.

남편한테 남은 돈까스를 튀겨서 한상 차려줬다.

나에겐 한국음식이 최고다:)

다행히 우리 남편도 여기 동의해준다. 입맛은 한국인 못지않은 우리 남편!

스웨덴 크리스마스 음식에 빠지지 않는 향신료는 사프란이다.

특히 빵이나 디저트에 사프란을 넣어서 노랗게 만들어 먹는다.

이 빵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서 나온 샤프란빵.

처음엔 사프란 맛도 향도 못 느꼈는데 지금은 안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ㅎㅎ

참을성 없는 우린 크리스마스를 한달이나 앞두고 그냥 먹었다.

이탈리안 크리스마스 빵이라는 파나토네...

주말에 넷플릭스 보면서 뜯었다.

우리가 산 건 피스타치오맛.

윗 부분이 초콜릿으로 덮여 있고 

아래는 그냥 빵이다.

피스타치오 잼같은 게 듬성듬성 있긴 한데

피스타치오맛은 강하지 않았다.

좀 건조했다...

마트에서 산 파나토네보단 괜찮았지만 어쩔 수 없는 공산품의 맛...

한번 먹어 본 걸로 만족했다:)

커피가 필수!

마트에 보이기 시작하는 글뢰그

우리나라에선 뱅쇼라는 이름이 더 유명한지만

뱅쇼는 프랑스어, 스웨덴은 글뢰그라고 한다.

와인에 과일을 넣어서 끓이는 건 비슷하지만

스웨덴 글뢰그가 더 향신료향이 짙은 거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수정과에 잣을 띄워 먹듯이

여긴 건포도와 아몬드를 띄워서 먹는 전통이 있다.

직접 만들어 먹어도 되지만 마트에서 쉽게 사다가 끓여 먹어도 된다.

God Jul[곧 율]이라는 말은 스웨덴어로 메리 크리스마스!

냉동생선튀김을 오븐으로 데우고 

사이드로 방울토마토랑 데친 브로콜리를 같이 곁들어 먹었다.

색감이 예뻤다.

글뢰그의 단짝인 페파코카, 진저쿠키다.

스웨덴 대표 과자라하면 아마 이게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올해 새로운 맛이 나왔다.

라임과 칠리... 으윽;;

식물보러 갔는데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엄청 많았다.

스웨덴에서 파는 닭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

일반 닭과 옥수수를 먹인 닭

옥수수 먹인 닭이 더 부드럽고 색이 좀 노랗고 더 비싸다...

맨날 일반 닭만 샀었는데 큰맘먹고 옥수수 먹인 닭을 처음으로 사봤다.

남편이 좋아하는 오븐로스트치킨.

오전 일정땜에 같이 일보고 같이 피카하고...

오후 4시의 스톡홀름은

어둡다. 해가 저물었다.

저물어가는 모습이 예뻐서 찍었다.

이것도 몇 주 전이고

지금은 3시면 해가 저문다.

한동안 눈이 펑펑 내렸다.

정말 겨울이다 싶을 정도로 눈도 많이 내렸고

추웠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었다.

남편 점심도시락으로 김밥도 싸줬었다.

역시 한국쌀로 만들어야 찰기가 있다.

독일에 한인마트에서 주문해서 먹는 한국쌀...

가격은 후덜덜이지만 이 맛을 놓을 수가 없다ㅠ

퇴근하는 남편과 만나서 같이 집에 왔다.

남편이 일하는 곳은 스톡홀름 번화가 쪽이라서 올 때마다 참 정신이 없다.

눈도 펑펑 내리고 조명도 많고 

스톡홀름에 살아도 우리 동네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어서

뭔가 시골쥐가 서울에 온 느낌;;;

동네 피자리아에서 오랜만에 포장해서 와서 먹었다.

남편의 최애 케밥브레드

나의 최애 아보카도 샐러드

스웨덴에서 먹는 외식 중에서는 이게 제일 가성비가 좋은 거 같다.

남편이 만들어 준 스페니쉬 오믈렛

남편표 찜닭

동네 이탈리안피잣집에서 포장해 온 풍기피자, 마르게리따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언니와 번개모임을 잡아서 만나러 갔다.

날씨가 좋지않아서 미룰까 하다가

그럼 또 언제가 될 지 모르니 그냥 고고!

이건 트램

만나기로 한 카페에 도착해서 바깥을 보니 눈이 더 많이 온다... 와우!

밀린 수다를 떨고 

나는 퇴근하는 남편과 만나서 집으로 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인 스톡홀름 센트럴

춥고 어둡고 

그래도 조명들이 예뻐서 이 시기가 나쁘지만은 않다.

이른 아침

달이 여전히 하늘이 걸려 있다.

뭔가 몽환적인 느낌이라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린 손을 꺼내서 찍었다.

스웨덴의 겨울하늘에 구름없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건

아마 손에 꼽힐지도 모르겠다.


온 세상이 하얗던 12월.

여긴 스톡홀름이고 

나름 스웨덴에선 남쪽이라서 그마나 적은 편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눈은 더 많이 왔을텐데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스웨덴다운, 스웨덴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눈, 겨울, 그리고 여긴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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