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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Feb 18. 2024

55. 새해, 그리고 벌써 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맞이하는 2024년

만으로 3년을 넘어가는 나의 스웨덴살이

첫번째 두번째까지는 세어지다가

점점 몇 번째 겨울을 맞이하는 건지

몇 번째 새해를 여기서 맞이하는 건지 무뎌지고 있다.

어김없이 시간은 가니까 또 새해가 왔다.


매년 겨울엔 항상 새로운 코스를 시작하는 중이라 정신이 없다.

스웨덴어 코스에 이어서 지금 나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어로 해도 힘들었을텐데 스웨덴어로 발버둥치려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던...

그리고 지금도 그런 중이다.

스웨덴의 새해 문화는 이렇게 불꽃놀이로 새해를 맞이한다.

2023년 밤 11시 59분에서 2024년 12시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가장 많은 폭죽소리가 들린다.

우리 동네는 그나마 덜 한 편인 듯?!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선 정말 폭죽소리가 가까이서 많이 났다.

우리 집 발코니에 나가서 보이는 폭죽을 잠깐 구경했다.

야밤에 밤공기가 너무 차서 오래 보진 못했다.

처음엔 폭죽을 이렇게 합법적으로 많이 사서 터뜨리는 게 

뭔가 스웨덴사람들 답지 않으면서도

생소하고 그랬다.

다음날 길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다 써버린 폭죽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냉면이 있어가지고

새해 음식으로 떡국 대신 이한치한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아시안마트에서 사온 쌈무고명도 잔뜩 올려서 먹었다.

냉동만두는 전자렌지에 쪄서 같이 사이드로:)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선 점심을 먹을 수 있다.

학교도 공짜, 점심도 공짜

말이 공짜지 세금으로 운영하는 거라서 우리 남편이 그간 열심히 낸 세금을

내가 열심히 써먹는 중인 거 같은 느낌도 받는다.

암튼, 스웨덴에서 김치는 꽤나 보편적(?)이라 이렇게 나왔다.

이게 한국음식인지 알고 먹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오리지널 김치의 맛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 같다.

스웨덴식 김치였던 이 이국적인 맛...ㅎㅎ 나름 새콤해서 볶은 신김치 같기도 했던 맛이었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음식이라 하면 

바로 미트볼!

그래서 이케아에서도 미트볼을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 파는 가보다.

나름 스웨덴문화를 전세계로 전파중인ㅎㅎ

암튼, 우리가 좋아하는 미트볼 맛집 중 하나인 곳

오랜만에 들렸다.

미트볼, 그리고 그레이비소스(이름이 맞나?)

감자무스, 오이피클, 링곤베리

여기까지가 딱 세트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섭섭한 조합.

추운 겨울엔 보기 힘든 사슴을 동네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반갑다:)

추운 데 잘 지내니?

학교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만난 

눈 치워주고 자갈 뿌려주는 트랙터

이 차 덕분에 내리막에서 그래도 덜 위험하게 걸어갈 수 있다.

눈이 펑펑 오는 날엔 동네에 이 차가 와 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남편이 먹고 싶대서 만들어 준 닭갈비

시판 고추장써서 만드는 데에도 맵다고 난리난리...

어허...

우리 남편의 38번째 생일이었다.

나이를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생일을 거하게 축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난 케이크로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고

뭔가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케이크는 내가 손수 학교에서 만들어 온 것!

마침 타이밍 좋게 케이크만드는 수업이 있던 날 남편 생일이라서

내가 만든 걸 사올 수 있었다.

한국식 생크림케이크와는 달리

이 나라엔 라즈베리잼과 바닐라크림을 시트 사이에 넣는다.

생크림엔 아무런 단맛도 가미되지 않고 우유 본연의 맛이 나게 만든다.

뭔가 비슷한 점이 있으면서도 다른 두 나라의 케이크.

둘이서 이렇게 홀케이크를 사서 먹기 쉽지 않은데

내가 만들어 온 덕분에 케이크를 실컷 먹었다.

생일상으로 차려 준 

콩나물밥

미역국

잡채

소박하지만 여기서 먹을 수 있는 우리만의 만찬이다.

이것만 보면 여기가 스웨덴인지 한국인지 싶다...ㅎㅎ

다음 날 주말이었어서 

남편이 좋아하는 햄버거집에 외식도 했다.

나는 진저비어를

남편은 꼭 먹어줘야 한다는 밀크쉐이크를 시켰다.

나는 싱글패티버거

남편은 더블패티버거

그리고 콜리플라워튀김

먹다가 결국 감자튀김까지 추가로 더 시켰다.

생일 플렉스!

좋아하는 카페 중 한 곳

오전에 일찍 학교 일정이 마쳐서

혼자 브런치 겸 먹으러 왔다.

남편이 일하는 곳 근처이기도 해서

같이 점심도 먹을 겸 기다렸다.

학교가 아침 일찍 수업이 있으면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먹기 힘들어서

애매한 10시 11시면 배가 고프다.

결국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도 하나 시켰다.

크림치즈와 선드라이토마토의 조화가 맛있었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지점의 카페인데...

오늘 글을 쓰는 시점으로 문을 닫는다는 공지를 봤다.

엄청 자주는 아니라도 한달에 한두 번은 갔었는데

아쉽다...ㅠㅠ

근무 중인 남편이랑 점심시간에 잠깐 만나 같이 먹은

일본라멘

이 날 눈이 펑펑 내렸어서 국물이 땡겼다.

스웨덴사람들도 은근 추운 날에는 라멘집에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국물이 땡기나보다.

암튼, 

남편은 소유라멘을

나는 나에겐 하나도 맵지 않은 매운미소라멘을 시켰다.


어느 날 

오전에 남편과 함께 볼일을 보고 같이 평일 브런치를 즐겼던 날

중요한 일정이었어서 학교도 째고 같이 나왔다.

남편도 반차를 쓰고 나와서 같이 오전을 보냈고

오후엔 재택으로 근무했던...ㅎㅎ

무탈히 일정을 소화하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같이 브런치를 먹었다.

이것저것 시키다보니 한끼 맞먹는 가격을...ㅎㅎ

여긴 좀 비싸지만 맛이 좋아서 종종 찾게 되는 빵집이다.

흰 바탕에 파랑 포인트가 특징인 이 곳


살다보니 

스톡홀름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빵집, 카페들이 생기고

내가 자주 가는 곳들이 생기고

살다보니 적응해가고

뭔가 신기하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살아간다는 게...

스웨덴마트에서 흔히 살 수 있는 피자키트로

남편이 마음대로 토핑을 올려서 피자를 구웠다.


이건 인스턴트라멘

우리나라 라면이 최고지만

한번씩은 별미로 일본라멘이 땡기기도 하다.

부침가루로 만든 내맘대로 오꼬노미야끼랑

최대한 포장지를 따라 토핑한 라멘

한동안 눈이 많이 왔고

비도 내리고 녹으면서 길이 엉망진창이었다ㅠ

날씨는 계속 영하에 추워서 길이 녹으면서 얼었는데

어찌나 아찔한 지... 거북이걸음으로 엉금엉금 다녀야했다.

그와중에 해질녘 하늘은 어찌나 예쁜지...

고개를 들면 보이는 아름다운 하늘에 잠시 넋놓고 바라보았다.

사진 속 색감은 실제 내 눈으로 보는 것의 백만분의 일도 안되는 거 같아 안타깝지만

그래도 너무나 예뻤던 그 날의 하늘.

오랜만에 단팥빵 공장 가동!

반죽기가 없을 땐 꾸움님 레시피를 애용했는데

지금은 반죽기가 있어서 마카롱여사님의 레시피를 참고해서 만들고 있다.

단팥빵이 없으니까 만들어야 한다. 먹으려면... 


단팥빵 나눔도 할 겸

오랜만에 보는 언니랑 수다도 떨 겸 만났다.

카페에서 1차로 수다 떨고

충동적으로 저녁까지 같이 먹기로 했다.

원래 밥은 각자 집에 가서 먹는 걸로 했는데

아쉬우니까ㅎㅎ

이 라멘집은 처음이었는데

사이드에 한국식 치킨을 팔길래 둘이서 1인 1개로 주문했다.

한국 순창고추장을 쓰시더라.

가게 한 켠에 쌓여있는 한국브랜드 고추장에 좀 믿음이 갔다.

그런데 맛은 물엿만 좀 더 넣어서 단맛을 내면 좋았을 걸 하는

10%부족한 맛.

그래도 나름 스웨덴에서 먹은 치킨 중엔 괜찮은 편이었다.

나중에 남편도 데려와봐야지 싶었다.

언니는 미소라멘을 시키고

나는 소유라멘을 시켰다.

칼국수면 같이 생겨가지고 되게 쫄깃했고

고기도 덩어리로 들어있고

되게 특이하면서도 맛있었다.

특징있는 라멘집이다.

다음에 다시 또 올 것 같은!


눈이 펑펑 내렸고

언니랑 헤어지고 혼자 집으로 왔다.

1월은 눈도 많이 내리고 많이 추웠고

학교 일정에 정신이 많이 없었다.

유일하게 언니 만난 게 내 사회적 활동이라면 전부...


그 정도로 여력이 없었던 거 같다.

지금 2월... 또 다른 이유로 힘들지만 

어찌저찌 반을 버텼다.

참 시간가는 거 보면 빠른데 하루하루 버티는 그 과정에선 너무 버겁다.

암튼,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나 자신을 토닥이며 

1월의 스웨덴 일상를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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