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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슈가 Mar 24. 2022

출간 계약 전 마지막 메일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결과

책 <감성 콘텐츠> 비하인드 스토리 2

작가님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겠다는 말

그날은 한 출판사와 미팅이 잡혀있던 날이었습니다. 5분 전 도착했는데도 출판사 대표님은 이미 미팅 준비를 해놓고 앉아 있는 듯했습니다. 이전 미팅처럼 저는 '원고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출간하게 되면 어떤 방향의 책이 될지'에 초점 맞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원하는  방향, 원하는 제목과 표지 목차 구성 맞춰드릴  있습니다. 중요한  이 모든 것이 일이 시작되어야 가능 한다는 것이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그런데 시간을 좀 주시면 돌아가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미팅을 마무리하고 나오는데 문득 근처에 대형 서점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코로나19 기승으로 외외부 미팅이 쉽지 않았을 때여서일 것입니다. 나온 김에 서점에 들렀다 집에 가기로 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미팅은 잘 끝났어. 아마 여기와 계약하게 될 것 같아. 서점 좀 들렀다가 갈게"

"그래. 고생했어. 천천히 들렀다 와"


저는 책을 구매할 때 서점에서 종이책으로 훑어본 뒤 사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날처럼 외부에 나올 일이 있으면 루트에 서점을 꼭 넣고는 했어요. 인터넷 서점 구매는 편리했지만, 강사로 코치로 출간 준비하는 작가로 비교적 책을 많이 사서 읽다 보니 훑어보고 구매하는 과정이 즐겁기도 했습니다.


서점에 가서 봐야 할 책 목록 첫 번째에 있었던 그 책은 마침 서점에 입고되어 있었습니다. 출간된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이었어요. 카테고리는 제가 쓰려는 책과 비슷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책이었어요. 서점 매대에서 그 책을 찾아 집어 들었을 때 스치는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책"

일단 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책인데 이렇게 서정적인 표지가 가능하다고? 군더더기 없는 책 표지 디자인만으로 직감했습니다. 이 책을 사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요.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목차 구성과 내지 디자인 등 책의 전체적인 만듦새였습니다.


여러분은 출간된 종이책을 어떤 이유로 구매해서 보시나요? 저의 경우 전자책 구독 서비스도 구독하고 있지만 제가 종이책을 사는 이유는 만듦새가 좋은 실물 책으로 읽고 소장하고 싶은 경우 입니다. 여기서 잘 만들어졌다는 의미는 여러 가지를 내포할텐데요. 제목, 표지, 목차 등 전체적인 구성부터 종이 재질, 인쇄 상태, 손에 잡았을 때 그립(grip) 감까지 총체적인 것을 포함합니다.


내가 느꼈던 알 수 없는 아쉬움의 정체

출판 일은  영역이 아니기에 만듦새가 좋은 책들의 공통점은 무엇냐고 한다면  꼬집어 설명하라면  수는 지만  출판사의 전작들이 스쳐갔습니다. 관통하는 어떤 비슷한 느낌이 있었어요. 내용과 만듦새를 포함해  만든 책의 주는 공통된 느낌 같은 것이요.


투고를 해야겠다 결정적 생각이 든 건 '콘텐츠 책이 이렇게도 나올  있구나' 이 지점이었습니다. 콘생 10년차. 콘텐츠로 제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과 가치를 이 출판사 분들은 이해하지 않을까?


SNS 연상되는 일차원적인 표지가 아닌 참신한 표지. 책을 펼쳐보니 편집 구성 또한 전반적으로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깊이있는 내용으로 짐작컨대 작가가 책에 담고 싶은 내용을 충분히 을 수 있도록 고려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출간 계약 요청 전화를 받으면서 제가 느꼈던 아쉬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같았습니다.


초고를 쓰는데도 시간이 많이 듭니다. 초고는 쓰레기다 라는 말도 보았지만, 어쩌면 초고가 정말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초고를 빠르게 써내야 했습니다. 매일 한 장씩 쓰는 것은 저의 성향에 맞지 않았어요. 깊게 파고 들어가야만 비로소 무엇을 쓰고 싶어 하는지가 한줄기 빛처럼 작게 보였습니다.


그때가 오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계속 써야 했습니다. 그렇게 기획서와 초고를 썼던 2개월의 시간이 지났을 때 몸도 마음도 지쳤던 것 같아요. 정작 투고 당일은 메일 목록을 자세히 볼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돌아와 엑셀 파일을 열어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투고할 출판사 메일 목록에 그 출판사가 누락되어 있었다는 것을요.


어쩌면 마지막 투고가 될 메일을 써보자

마지막 투고가 될지 모르는 메일을 쓰기로 결심하고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여러분은 중요한 이메일을 쓰실 때 리추얼이 있으신가요? 비록 모니터 너머로 뜻이 전달되는 것이지만 제 뜻이 온전히 가닿게 하고 싶은 마음에 저는 최대한 정갈하게, 실제로 세수나 간단한 샤워를 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이 날도 저만의 리추얼을 마치고 메일을 쓰기 시작했어요.


제 원고 방향은 무엇인지, 이 책으로 어떤 독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은지를 담고 귀 출판사의 책들을 보고 제가 느낀 점은 무엇인지, 왜 귀 출판사에서 출간을 하고 싶은지를 짧지만 설득력 있게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연락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어요. 출판사에 근무하는 많은 분들이 대부분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린다는 것을 다수의 글과 인터뷰를 통해 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출판사에 투고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이 출판사보다 크거나 작은 출판사는 출판사 투고 리스트에 있었는데 왜 이 출판사는 없었을까? 평소 이 출판사의 책을 눈여겨보고 몇 권 가지고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 점은 의아했습니다.


"엘슈가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다음 날 또는 그다음 날로 기억합니다. 메일이 왔는데 출판사 대표에게 온 메일이었어요. 이렇게 빨리 회신을 받을지 몰랐는데 회신이 온 것입니다.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또 저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출판사 분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말씀하신 시간대 미팅 모두 가능하며 가급적 빠르게 뵙고 싶다고 회신했습니다.


출판사 대표님과 직접 만나 미팅을 하게 된 건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충분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출판사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미팅에 참여하면서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나는 이 출판사와 계약하게 될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독서모임 기획/운영자로서, 매해 약 90여 권의 책을 읽는 독자로서, 출간을 준비하는 예비 작가로서 그 출판사의 책이 왜 제 눈에 띄었는지를 요목조목 말씀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팅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활기찼습니다. 제가 시종일관 활기차게 말씀을 드렸기 때문이에요. 저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잘되면 출간 계약이 될 테지만 못되어도 제가 흠모하는 출판사 대표님을 뵙고 말씀을 나눈 경험치가 쌓인 날이니까요.


대표님은 그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마스크 너머로 미소가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 길, 저는 이렇게 말씀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표님 그럼 출간 계약서는 이메일로 보내주시나요?" 당돌할 수 있는 저의 질문에 대표님은 웃으며 배웅해주시면서 이렇게 답 주셨습니다."네, 돌아가 확인하시면 메일 도착해 있을 겁니다'


그 책은 [콘텐츠 가드닝]이었고 출판사는 [퍼블리온]이었습니다. 출간 경험이 없는 예비 작가였던 저는 그 뒤 매일 3시간. 약 8개월의 집필 과정을 거친 뒤 올해 3월. 저의 책 <감성 콘텐츠>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엘슈가의 10년 고군분투&노하우가 들어있는

<감성 콘텐츠> 온라인 구매하기는 아래로-

https://url.kr/76rb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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