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춘기 메뉴는 기분따라
편안하고 폭신한 침구. 새것 같은 감촉 속에서 잠이 들었다가 다음 날 통창으로 들어오는 순도 높은 햇살이 톡톡 잠을 깨우면 조식을 먹으러 가는 루틴.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여행'이라고 불리는 일정에서 내가 결코 빠뜨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조식을 먹을 때 뭘 가장 좋아해요?'라고 묻는다면, 호텔 조리사가 즉석에서 구워주는 따끈한 팬케이크라고 답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호텔에서 먹는 팬케이크는 어째서 집에서 굽는 것과 달리 구름처럼 폭신하고 봉긋한 것인지. 그 위에 뿌려지는 메이플 시럽은 또 어떻고.
꿀보다 살짝 가벼운 질감에 오크향을 머금은 시럽. 메이플 시럽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이십 대 무렵으로 기억한다. 회사 동료가 해외여행 다녀오면서 선물이라고 건넨, 작고 투명한 병에 든 무언가. 앙증맞고 예쁜 유리병에 든 그것이 얼마인지는 잘 몰랐지만, 먼 길 깨지지 않게 챙겨와 선물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선물이었다.
강남의 고급 푸드 마켓에나 가야 볼 수 있던 메이플 시럽이 이제는 동네 마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 퇴근 후 저녁 거리를 사러 집 앞 마트에 들렀던 날이었다. 계산 줄을 기다리는데 진열대에 놓인 메이플 시럽이 언뜻 보였다.
‘사두면 유용할텐데 한 병 사볼까?' 싶다가도 "손님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직원의 목소리에 다음을 기약하고, 어느 날은 장바구니가 꽉 차서 미루고, 어느 날은 '굳이 오늘?'이라며 미루곤 했다. 당장 없으면 안 되는 식재료가 아니기도 했지만, 나에게 메이플 시럽은 여전히 '잘 사는 사람들이 갖추고 사는 식재료'로 여겨져서인지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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