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확장을 준비할 때였다. 초반에 돈 생각에 웅크리지 않으려면 여유 자금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앱이나 유선 상 상담도 가능 했지만 나는 집을 나서 은행으로 향하고 있었다. 돈을 빌리는 일인데 창구에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았다.
은행 창구에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숫자를 설명해 주는 직원 앞에서 문득 나를 흔드는 강렬한 생각이 있었다. 어디에 말하기도 뭣한 엉뚱한 생각이. 그 생각은 바로
"지금 이 순간 푸릇푸릇한 냉이를 뜯으러 가고 싶다."
하필 풀 뜯으러 가는 소리라니. 그것도 특정 식물인 냉이를 뜯으러 가고 싶다니. 냉이를 뜯어나 봤니? 스스로 물으면서도 그렇게 하고 싶은 감정은 선명하고 강렬했다. 애둘러 표현할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딸깍. 클릭 하나로 다 되는 세상이 솔직히 편하다. 그러던 어느 날 느꼈다. 편한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속에서 중요한 걸 잃어가고 있다고. 그건 어떠한 '감각'이었다. 살아있다는 감각, 지금 이 순간이라는 감각, 내가 선택을 하고 있고 그것에 따라 결과 값이 바뀐다는 감각 말이다. 대학 다닐 때 배낭 하나에 짐을 욱여넣어 미지의 여행지로 떠날 때의 ‘설렘’에 가까운 감각이기도 했다.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짬이 날 때마다 모자를 눌러쓰고 방랑자처럼 밖으로 나도는 일상을. 다시 세상을 직접 만져대며 느껴지는 희열 속으로 나를 밀어 넣기로 했다.
그래야 쓸 거리가 생기니까.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작가로서 생존의 문제였다. 이번 연재는 그 팔닥 팔닥 살아있는 날것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