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욕망 일곱감정 여섯마음> 을 마치며
에필로그라니. 초고클럽을 하며 처음 소설을 써 본 것이 작년 여름. 시작했던 포부가 무색하게 도저히 끝마무리를 할 수가 없어 허겁지겁 마무리 지은 어디도 내놓을 수 없는 부끄러운 소설이지만 처음으로 기승전결을 만든 글을 썼다는 것이 참 뿌듯하고 행복했다. 처음 글을 어찌 썼었나 생각해 보았다. 늘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일을 실제로 해보겠다고 덜컥 선량작가님께 인스타그램 DM을 보내 모임에 참여해 놓고, 처음 주신 글감을 생각해 보면 선량작가님의 품 아래 처음 한 문단의 글을 짓는데도 한참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었는데
선량작가님께 처음 글쓰기모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보냈던 디엠을 찾아보았다. 2021년 4월. 내 노트북에 있는 선량글방 폴더에 처음으로 저장된 한글파일도 2021년 4월.
아 그때 내 마음이 참 힘들었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 조차도 모르고 있었구나, 지난 글을 열어보니 느껴졌다.
그 이후로 한 문단이 두 문단이 되고, A4 한 장이 넘어가는 한 꼭지가 되고, 투박하지만 한 편의 소설도 되었다가 시가 되기도 하고......
초고클럽의 멤버들 덕분에 매거진을 시작하고 또 이어나갈 수 있었지만, 나는 몇 편을 미처 다 쓰지도 못한 채 수 주간 또 글을 쓰지 못했다. 매 주제마다 주어졌던 마감일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만 밀려서 늦곤 했지만, 결국 함께한 덕분에 하나의 매거진을 같이 끝낼 수 있었다. 그냥 하면 되는 일이라 누군가에게는 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 한걸음 한걸음이 그저 감사하고 소중하다.
그 그냥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힘을 내야 하고 젖은 솜 같은 몸과 마음을 다잡아야 하고 ,
우울증이라는 병은 그동안 내가 나를 보살피지 않은 대가로 내 몸이 시위를 하는 거라고 , 그래서 한없이 가라앉고 게을러지는 거라고, 그 마저도 책망하면 내 몸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 시위하는 것뿐일 거라고.
힘내자 나 자신.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