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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세 Nov 07. 2019

남자들의 삶은 왜 이리 쉬울까

셀럽파이브를 홀랑 가져가 버린 마흔웅앵때문에 빡쳐서 쓰는 글

 셀럽파이브 남자 버전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고의적이라 이름을 제대로 표기하고 싶지도 않다. 자조적인 그 재수 없는 태도부터 무지함까지 너무 짜증이 밀려온다. 그남들의 삶은 왜 이리도 쉬울까. 송은이가 셀럽파이브가 되기까지 바닥부터 시작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있었고, 수많은 자본이 들어갔으며 어떠한 고생을 했는지 다 헤아릴 수도 없는데, 그남들은 처음부터 펀딩 시스템을 이용해 후원금을 모으고 데뷔하자마자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 나온다. 괘씸하기 그지없다.

 셀럽파이브는 힘들게 얻었던 것을 남자들은 너무도 쉽게 얻는다. 왜? 남자들의 삶은 왜 이렇게 쉽고 간단할까. 왜, 여자들은 항상 힘들까.


 셀럽파이브의 각자의 삶은 '여성이기에' 사회에서 또 미디어에서 밀리고 지워졌다.

 잘 나가던 국민 MC 송은이도 일이 하나도 없었던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 TV에서 송은이가 보이지 않았다. 밥블레스유 어느 회차에서 말하길 자신은 그때 처음 실패를 경험해 봤다고 했다. 한 번도 뭔가에 떨어지거나, 못하거나, 일이 없거나 한 적이 없었는데 그때는 정말로 일이 하나도 없었단다. 송은이뿐인가. 박경림, 박미선, 김원희 등등 여자 MC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TV에서 여자 연예인들을 찾을 수 없었다. 김치녀 된장녀 워딩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창 여성 혐오가 심했던 시기였다. 미디어가 앞장서서 여성을 밀어냈다. 그때 ㅁㅎㄷㅈ이 참 잘 나갔다.

 김숙이 프로그램에서 하루 만에 잘리고 온 날, 분노한 송은이가 '더 이상 방송국에 의해 잘리고 싶지 않고,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해서 만든 것이 지금의 송은의 김숙의 비밀보장, 콘텐츠랩 VIVO다. 좌절을 딛고 일어서 일궈낸 그들의 파이인 것이다.


 신봉선, 안영미는 10년 전 개그콘서트의 주축 인물이었다. 대화가 필요해, 연예계의 별 봉써니, 뮤지컬, 예술속으로 gogo,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 얘기하면 누구나 기억할만한 코너들의 중심에 있었다.

 신봉선은 해피투게더에서 물갈이를 당했다. 그것은 김신영, 심지어 박미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예능에서 항상 재밌고 뭐든 열심히 하는 신봉선이 매니저와 소속사가 없다는 얘기는 충격이었다.(현재는 송은이가 만든 소속사 시소의 소속) 안영미도 스케줄이 없다는 얘기를 언니네 라디오에서 자주 언급했었다. 김신영에게 한국은 너무 작은 나라고, 항상 발전하는 천재 코미디언이었지만, 역시 어느 순간 텔레비전에서 사라졌었다.

 그런 그들이 뭉쳐 만들어 낸 것이 셀럽파이브다. 아무런 기반 없이 유튜브 웹 예능으로 시작해, 지상파 예능 <판벌려, 이번 판은 한복판>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처음엔 음악방송도 당시 김신영이 MC로 있던 쇼챔이 다 였다.


그런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별 노력도 없이 홀랑 가져간다. 열이 안 받으래야 안 받을 수가 없다. 남자 셀럽파이브 멤버 중 한 명이 자기네가 먼저 기획하고 있었다, 틴틴파이브/마룬파이브를 따라한 거다 하는데 이리도 뻔뻔할 수가.

 셀럽파이브 셀럽이 되고 싶어가 나왔을 때, KBS 연말 무대를 김대희, 김준호, 천명훈 등 남자 개그맨들을 세웠었다. 송은이,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가 멀쩡히 있는데 왜? 그때 비밀보장에서 김준호와 전화 연결을 했었는데, 그 와중에 하기 싫다고 징징대더라.


 남자들의 삶은 이리도 쉬운 것이다. 이 사태를 통해 새삼 얼마나 쉬운지 체감할 수 있었다. 여자들이 조금만 성공해서 잘 나가는 것 같아 보이면 어떻게든 비비려 애를 쓴다. 여성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방송에 못 나오고, 잘리고, 일이 없어 전전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응원한다. 특히 혐오에 가장 노출되기 쉽고 또 노출하기도 쉬운 개그계에서 건강한 여성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들의 행보를 지지할 것이다.

 

 열 받아서 두서없이 구구절절 썼지만 앞으로도 셀럽파이브 남자 버전에 관심을 가질 일은 전혀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 지금처럼 셀럽파이브만 관심을 가지고 응원할 것이다. 셀럽파이브 남자 버전은 뭐... 죽던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스르륵 사라져 버리길. 셀럽파이브가 항상 잘 됐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송은이와 김숙 둘이 있을 때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다. 하지만 방송국들은 둘이 컨셉이 비슷하다며 둘을 같은 방송에 섭외하지 않았다. 김숙이 하는 프로그램에 송은이를 추천했더니 컨셉 겹친다며 안된다고 했다더라. 송은이와 김숙이 어디가 비슷하죠? 결혼하지 않은 '나이 많은 여자' 코미디언이라는 점이? 송은이와 김숙은 비슷하지 않다. 둘은 정말 다르고 각자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남성들의 시선에선 같은 분류로 취급한다.

김숙은 2016년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 방송에 남자들이 너무 많다, 여성 예능인이 설 자리가 부족하다 말했다. 그 당시 김숙은 잘 나가고 있었지만 주변을 돌아보고 자신이 속한 사회가 어떤 지 파악했다. 그리고 온 주위가 남자인 곳에서 발언을 했다. 다른 여성 연예인들을 위해, 자신의 옆에 있는 송은이를 위해.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지라도 알탕 카르텔 방송가의 핵심을 파악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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