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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순풍 Dec 26. 2023

누가 괴물인가?

무비토크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보고 

12월 15일 금요일 롯데시네마 @판교  

어디선가 영화 '괴물' 이야기가 들리길래   봉준호 감독의 흥행작 '괴물'의 리마스터링 &  아이맥스 재개봉쯤으로 생각했었다. 자세히 보니  영화 '괴물'은  일본 거장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었네.  자국에서도 '괴물'이라는 타이틀로 개봉을 한다고 하니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사랑이 크긴 큰가 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포스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누구냐,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찬실이가 추앙하는  그 분 아닌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의 영화를 좋아하는  찬실이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남자가  서로 다른 영화 취향으로 인해  우동집에서 우동을 먹다가  한참을 흥분하고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동 먹다가 우동 사리를 내뿜을 뻔한  빵 터지는 장면으로 손꼽힌다.


그래,  찬실이가 추앙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잔잔한  가족 영화!!  기대해도 되겠지?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사토'와  '요리'라는  사춘기에 막 접어든 아이들이 있다. 두 아이 모두 한부모 가정의 자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영화는 다양한 시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영화가 끝날 무렵  어느새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며,   과연 누가 괴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미사토 엄마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았다.  학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저런 이상행동을 하지?   '호리'라는 담임 선생님은 또 누구인가?  동시에 나는  영화 속 엄마에게  질문을 하고 싶었다. 


미사토 어머니~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다그치지 마시고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이의 감정은 어떠한지  헤아려 보세요.  아이가 한 행동을  엄마의 닫힌 시선으로  재단하듯 자르지 마세요. 


내 아이가 그럴리가 없다고 단정하지 말고, 아이들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영화 중반에는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 '호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사토의 엄마의 시점에서 바라본 '호리' 선생님과  진짜 '호리' 선생님은  다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대로 경험하지 않고 풍문으로 듣고 남의 험담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역시나 눈에 보이는 것으로 억측하고,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하고 있구나. 


마지막 파트는 '미사토'와 '요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은요  ~  정황이 이랬어요.   실은요.  사실 이럴 수 밖에 없었어요. 마음이 찌릿찌릿하고 아팠다.  어른들 눈에는 당장 실체만이 보이고  그 실체를 어른의 기준으로 규정하고 단정짓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급급할 뿐, 실제 정황은 어떠했는지  아이들의 마음은 어떠한지 들여다 보지 못한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빛바랜 듯한  아늑한 느낌의  색상이 너무 좋았다.  수채화 물감으로 채색한 듯한 느낌....특히, 벚꽃이 떨어지는  4월 25일  그날의  학교 운동장의 풍경이 좋았다.  미사토와 요리가 함께 걷던  등교길, 컨버스 한짝씩 나누어 신고 걷던 어느 날.  


숲길을 뛰어가는 미사토와 요리의  신발,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마을의 풍경, 다시 둑길 .... 이렇게 딱딱 끊어지는 쇼트의 연결이 좋았다.  이 장면은  영화 도입부에도 나오고   중반에도 반복해서 다른 시점으로 보여준다. 


미사토와 요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린 그린한 숲길을 뛰어 가던 미사토와 요리는  다시 태어난 걸까?  아니면 꿈일까?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 연주곡이 울려퍼질 때   '기쿠지로의 여름-히사이시 조',  '굿바이 마이 프렌드' 오마주 처럼 느껴졌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춘기 아들과 갈등상황에 직면할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보이는 대로 규정하고 판단하고 단정짓는 괴물이 될 것인가?   정황을 파악하고  왜그랬을까? 마음을 드려다 볼 것인가?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영화이다.   


 PS> " 찬실씨!   저도 요즘엔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보면  졸아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보면 아늑해져서 너무 좋아요."


#무비토크

#괴물

#고레에다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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