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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목 Sep 08. 2023

28kg 감량 후,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몸무게 숫자에 희비가 교차하는, 요요 인생


작년보다 5kg이 쪘고, 재작년보다 10kg이 쪘다. 작년엔 직장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고, 셰어하우스에 살아서 하우스메이트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야식도 거의 안 먹었다. 서울 살이 1년 차라 친구가 없어서 술도 안 마셨고, 매일 역삼동에서 신사동까지 걸어서 퇴근했다.  하우스메이트 언니에게 자전거를 배운 뒤로 따릉이에 빠져서 쉬는 날엔 하루에 두 시간씩 타기도 했다. 여러모로 살이 찔 겨를이 없었다. 물론 날씬했다는 건 아니고 그냥 몸무게가 일정하게 유지 됐다는 뜻이다.


  지방세포가 폭룡적으로 늘어나게 된 건 작년 시월부터다. 그때 셰어하우스를 벗어나 무조건 지하철을 타고 통근해야 하는 위치의 원룸으로 이사했고, 재택근무 일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근무 10분 전에 겨우 기상하고, 세수와 양치만 한 다음 계속 같은 자리에 앉아 기사를 쓰고, 근무 끝나면 졸려서 조금 자고, 그러다 보니 저녁도 늦게 먹고. 심지어 재작년에 거의 28kg을 감량한 상태였어서 요요가 오기 딱 좋은 타이밍과 환경이었다.


 약 1년을 먹고, 일하고, 자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결국 이렇게 됐다. 얼마 전부터 걸을 때마다 허벅지 사이에 마찰이 심해지고, 겨드랑이쪽도 불편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차기까지 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체중 조절 식품을 하나둘씩 사 모으기 시작했다. 점심은 회사에서 단백질 셰이크 하나를 먹고, 간식으로는 미니 단백질바를 먹고, 저녁은 현미밥 반 공기와 채소 위주의 반찬을 먹고. n회차 다이어터로서 적당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이어트가 그렇게 쉬운 거였으면 효소가 왜 그렇게 잘 팔릴까. 다이어트 한약을 줄서서 살 이유도 없겠지.


 나는 다이어트용 식품을 폭식하기 시작했다. 미니 단백질바를 하루에 다섯 개씩 먹고, 통밀 비스킷에 딸기잼을 발라서 열 개씩 먹고, 단백질 셰이크로 점심을 때우니 허기가 져서 회사에 비치된 과자들도 양껏 먹고, 저녁으론 다이어트 도시락과 단백질 쉐이크를 한 끼에 먹는다. 야식으로 컵누들과 저지방 우유를 먹고,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많이 먹었다 싶으면 그린 민트를 마셔준다. 이럴 거면 그냥 간식 끊고 하루 두 끼 일반식을 적당히 먹는 게 훨씬 건강하고 칼로리도 적을 텐데. 이걸 모르는 게 아니다.


 재택 근무를 할 땐 틈틈이 간식과 야식을 먹어주면서 배를 두드리고 있다. 계속 앉아서 먹다 보니 소화도 안 되고 배에 기름이 잔뜩 낀 기분이 드는데도 내일은 간장계란밥 도시락을 먹을지, 곤드레밥 도시락을 먹을지 고민 중이다. 미친 걸 아는데도, 이미 짜여진 알고리즘처럼 생각이 저절로 그렇게 흘러간다. 몸이 나날이 커지니 옷은 무얼 입어도 맘에 안 드는데, 음식은 무얼 먹어도 맛있게 느껴진다. 내일은 덜 먹어야지, 하는 다짐은 소용이 없다. 그냥 식욕이 줄었으면 좋겠다. 점심을 먹고 있으면서도 저녁은 뭘 먹을지, 다음 날에는 뭘 먹을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주어진 식사에 최선을 다 했으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며 내가 27년을 살아오면서 다이어트를 몇 번 시도했는지 곱씹어본다.


 첫 번째 다이어트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고, 지금까지 열 번은 시도했던 것 같다. 나의 다이어트는 늘 처참했다. 이 기록은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법을 알리는 것보단, 내가 어쩌다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내 다이어트가 그동안 얼마나 망해왔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외모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 나를, 이 글로써 마주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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