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 애용자인 나. 일요일 아침이다, 다리 근육을 키워준다는 레그 프레스를 밀고 있는 내 곁엔 돌하르방 한 분. 멀리 제주도에서 유배라도 오신 듯, 좀 억울해 보이는 퉁방울 눈매로 낑낑대는 나를 지켜보신다.
30대 아빠가 다섯 살 정도의 딸을 데리고 등장. 킥보드를 세워놓고 딸에게 헬맷을 씌우더니 무릎보호대를 매어준다. 다음은 아빠표 잔소리 몇 마디겠지. 딸은 킥보드에 올라타 살짝 비틀거리더니 곧장 앞으로 내닫는다. 금세 눈앞에서 사라진 딸. 아빠의 눈은 공원의 키 큰 소나무와 대나무들 사이로 이리저리 딸을 따라다닌다. 공원 한 바퀴를 마친 후 다시 돌아온 딸을 반기는 아빠. 엄지 척으로 잘 달리는 딸을 응원한다. 딸과 아빠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어쩌면 딸의 첫 라이딩이었을까? 그렇다면 그들의 가족사에 기록되고 기억될 사건이다. 어린 딸은 아빠와 함께 공원에서 킥보드를 타던 날 아침을 기억하게 될까? 아빠에겐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 속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내게도 아이들이 첫 자전거를 타게 된 날의 기쁨, 자동차를 처음 운전하던 날의 흥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첫 주행을 아이와 함께 기뻐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기쁨 반, 걱정 반이었을 터. 걱정은 부모된 자의 직업병이 아닌가. 어린 딸과 아들의 안전에 조바심을 내던 습관은 그들이 성장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킥보드를 타고 아빠의 시야를 벗어나 달리기 시작한 오늘은 어린 딸이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는 원년! 부모 품을 떠날 준비의 첫날이 될까. 걱정주의자 부모의 시선을 뒤로하고 한 연두빛 영혼이 자기주도 일상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돌하르방과 함께 지켜보며 나는 축복한다. 아빠와 딸이 함께 많이 웃는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