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 까딸라나
스페인사람들은 달콤한 후식을 굉장히 즐기는데, 나도 만만치 않게 달달한 군것질을 굉장히 좋아한다. 스페인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밥 먹고 달달한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경우는 많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전통 간식, 한과만 보더라도 달달한 것이 굉장히 많지 않은가. 단 것 좋아하는 것은 우리나라사람들이나 스페인사람들이나 만국 공통인가보다.
보통 스페인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전식(Primero)-본식(Segundo)-후식(Postre) 이렇게 세단계에 걸쳐서 먹는 편인데, 내가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가장 좋아했던 후식은 '크레마 까딸라나' 였다.
크레마 까딸라나는 프랑스 ‘크림 브륄레’와 굉장히 비슷하다. 커스터드 노란크림에 위에는 뽑기같이 굳힌 설탕층이 있다. 처음에는 그 설탕층 부분이 너무 달아서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이 그 설탕층을 부셔서 먹는 모습이 너무나 맛있게 보인 어느 날, 따라서 한 입씩 먹다가 그 다음부터는 항상 부숴서 노오란 커스타드크림과 함께, 아주 확실하게 먹곤 했다. 역시 그 나라의 음식은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대로 먹어야 그 진가를 깊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크레마 까딸라나는 행복 그 자체이다. 한입 떠먹는 순간 그냥 행복해진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레마 까딸라나는 그것을 먹는 순간만큼은 항상 사람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우울할 때 단 것을 먹으라는 말이 아주 신빙성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나와 함께 일했던 스페인사람들은 특히나 후식을 크레마까딸라나로 함께 많이 즐기곤 했다. 사람의 위는 후식을 위해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나지만, 어느 날은 그날따라 빠에야를 아주아주 배불리 먹고 턱끝까지 배부름이 차올라서 도저히 후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후식은 뭐 먹을래?"
"어...나 오늘은 배불러서 그냥 안먹을게."
그러자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앞에 앉아있던 스페인 친구가 심각하게 이렇게 물었다.
‘초이, 너 오늘 어디 아프니?’
그렇다. 아프지 않는 이상 맛있는 점심식사 후에 달콤한 마무리가 없을 리가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