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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초이 Aug 14. 2020

사그라다 파밀리아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데나'

친한 언니가 스페인으로 신혼여행을 왔었다.

나름 스페인 가이드라는 직업의 왠지모를 사명감(?)으로 스페인의 가볼만한 관광지나 식당등을 다 정리해 보내주며 언니, 여기에 꼭 가봐야해, 언니, 여기도 엄청 좋아. 알함브라궁전을 미리 예약하지 않은 언니에게 타박 아닌 타박을 주기도 했었고,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미리 예약을 했는지, 언제 갈 것인지, 내가 더 노심초사 하며 언니를 맞이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언니였기에 하나라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 ,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은 많은데 시간은 없고, 맛있는 곳도 많고 보여주고 싶은 곳은 많고 내가 더 안절부절했다.


"언니 어디 갈래?"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드디어 언니를 만나기로 한 날,

짧은 시간에 가장 유명한 곳, 예쁜 곳, 맛있는 곳, 고르고 골라서 어디를 소개해주면 좋을까, 어디에 데려가면 좋을까 고민하는 내게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지현아 우리는 어디 유명한 곳보다 그냥 우리가 걸으면서 아무데나 돌아다니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언니가 선택한 곳은 '아무데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 언니는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로도 여겨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들어가지 않았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필수코스처럼 들렸다 가는 곳들을 그 어느곳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 어떤 유명 관광지가 아닌 '아무데나'에서 말이다.

.

.

.

그렇게 언니의 마지막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나게 되었고, 오히려 그 날, 언니와 형부의 신조대로 그냥 걸음이 이끄는 대로 '아무데나' 가다보니 살고 있는 나도 미처 몰랐던 작고 소중한 가게와 길들이 많이 보였고,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훨씬 더 맛있는 맥주와 따빠스를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그 곳에서 나 역시 그 어떤 계획된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데나' 들어간 작은 바(Bar)

물론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에, 이 도시를, 이 나라를 대표하는 많은 명소들에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곳들에 담겨진 수많은 이야기와, 수많은 세월을 느끼는 것을 놓칠 수는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가끔은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아무데나 가보는 것도 좋다. 계획되지 않은 알수없는 그 길에서 예상치 못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한대로만 살아가기에는, 그 예상치 못한 행복이 너무나도 달콤하다.



여행을 가게 된다면 낯선 곳에서 만나게 되는 작지만 어쩌면 가장 큰 행복을 꼭 느껴보길. 꼭 '아무데나'에서 말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고 행복한 시간을 그곳에서 만날 것이다.

'아무데나'에서 먹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따빠스들
그 날의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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