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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초이 Aug 15. 2020

스페인의 아침은 크라상과 함께

아침을 여는 행복해지는 맛

한국에 있을 때, 엄마와 나는 빵을 좋아해서 집에는 항상 빵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빵에 대한 취향은 확고하게 달랐다. 우리엄마는 페스츄리, 크라상을 좋아했고, 나는 치즈빵, 크림빵을 좋아했기에 나는 항상 크라상을 고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바사삭 부서져서 먹을 때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빵 안에 아무 내용물이 없는 그 빵은 나에게 그렇게 큰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와서 어쩔 수 없이 크라상을 많이 먹기 시작했다. 스페인 뿐만 아니라 유럽 여느 나라에 여행을 가더라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빵이 크라상인 것도 큰 몫을 했다. 그렇게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쉽게 먹을 수 있는 크라상을  아침마다 먹기 시작했고, 그렇게 뒤늦게 크라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렇게 크라상은 점점 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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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상+우유가 들어간 커피의 조합은 사랑

스페인에서는 보통 아침 식사를 작은 카페나 바에서 간단하게 먹곤 하는데, 그 스페인 특유의 아침 카페의 분위기가 참 좋다. 아침에 몇 열려있지 않은 자그마한 동네 카페, 아직 조명이 환하게 켜지지 않은 약간은 어두운 그 곳에서 주인장이 틀어놓은 TV에서는 스페인 뉴스가 작게 가게 안을 매우고, 저마다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으며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그 공간. 그 사이에서 나도 함께 어우러져서 먹는 투박한 크라상은 너무나 맛있었다.


아! 그리고 특히 크라상은 우유가 들어있는 커피와 먹으면 환상의 궁합이다. 언젠가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크라상은 꼭 까페꼰레체(까페라떼) 그리고 스페인식 진한 커피, 꼬르따도와 함께 먹어보기를 꼭 추천한다.

스페인에서 처음 접하게 된 꼬르따도라는 커피는 꼬르따르, 자르다 라는 뜻에서 나온다.

샷을 '꼬르따르(Cortar)' 잘라서 마시는 커피.


꼬르따도는 내게 굉장히 강한 커피였다. 한국에 있을 때 까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참 많이해서 커피라면 많은종류를 접하고 마셔봤는데, 내겐 가장 이해가 안되는 주문이 에스프레소라떼, 에스프레소 마끼야또였다. 즉 커피 원액에 아주 조금의 우유거품을 부어먹는 커피, 그것을 주문하는 손님들을 보며 왜 마실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너무 쓰기도 하고, 또 한번에 쪽-마시고 나면 끝나버리는 커피. 자고로 나는 커피는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나에겐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커피였다.

나에게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빵에 그렇게 빠졌듯이,

이해가 되지않던 커피, 꼬르따도의 매력에도 빠지기 시작했다.

작은 잔에 나오는 꼬르따도, 아주 진하고 고소하다.


보통 꼬르따도에 설탕을 넣어서 달달하게 먹기도 하는데,

나는 설탕을 넣지 않은 진한 꼬르따도를 좋아하게 되었다. 진한 커피의 매력에 뒤늦게 빠지게 된 것이다.


늦잠을 이겨내는 아침에 먹는 동네 카페의 까페꼰레체(카페라떼)와 크라상


스페인의 크라상은 행복해지는 맛이다.

쉬는날 하루의 시작, 그리고 새롭고 낮선 곳으로 떠나는 시작. 시작과 함께 하면 맛있는 빵이다. 데웠을 때 올라오는 버터향과 커피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그래서 크라상은 약간 씁쓸한 우유가 들어간 커피와 먹을 때 가장 맛있었다. 크라상은 스페인에서 일상이다. 한국에 오면 가장 그리운 것이 버터향 가득한 크라상과 커피한잔이다. 보통 일상은 지나고 나면 그리워지는 것이라하지만, 가끔은 일상에서도 문득 이 일상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구나, 돌아서서 그리워할 순간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다. 따뜻한 태양맞으며 집근처 코너카페에서 매일먹던 그 살짝 데운 크라상과 커피맛은 평생 잊지 못한다.


바르셀로나 고딕지구(El Gotic)의 한 카페의 커피와 크라상


쉬는 날이면 항상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오전에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오전에 먹는 크라상과 커피는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오후에 먹는 크라상의 맛과는 다르다. 나에게 크라상이 가장 맛있을 때는 두 순간이다. 크라상은 반전에 오전에 따끈하게 먹었을 때, 졸린 눈을 비비며 나가 먹었을 때 가장 맛있다.


스페인에서의 일상을 맛과 함께 기억한다면, 크라상이 가장 크게 차지하는 맛이다.

아주아주 고소하고 따뜻한 맛.

그 따뜻한 느낌때문인지 한국에 돌아와 가장 그리운 것은 싱싱하고 맛있는 해산물요리가 아닌,

늦잠자고 일어난 뒤 끄적끄적 나와서 먹는 따뜻한 '꼬르따도' 한잔과 크라상이다. 

언젠가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꼭 살짝 늦잠을 잔 오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꼬르따도'와 '크라상'을 먹어보길.

아침을 여는 행복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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