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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초이 Sep 05. 2020

마음의 고향

누구라도 스페인에서 고향을 얻어갈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 보른지구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한다.

나는 스페인의 까딸루냐지방의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그리고 안달루시아지방의 그라나다라는 도시에서 살았는데 어느 곳이 더 좋았냐, 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바르셀로나에서 살 땐 바르셀로나가 좋았고, 그라나다에서 살 땐 그라나다가 좋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크게 19개의 지방으로 나눠지고 그 아래 수많은 도시들로 뻗어나가져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지역마다 저마다의 다른 매력, 다른 느낌이 있다. 그래서 스페인이라는 큰 나라를 여행하게 되면 '스페인'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기가 참 어렵다. 그 수많은 지역마다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또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역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한 지역에 거의 평생을 살며 자신의 동네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주변에까지 전해진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면, 그 누군가가 덩달아 사랑스럽게 보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스페인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그 곳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나까지 덩달아 그 곳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너무나 아끼게 된다.    


그라나다의 구시가지, 알바이신 지구

내가 그라나다와 바르셀로나를 왔다갔다 하며 이사했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이별의 시간과 그리고 다시만남의 시간들이 있었다. 특히나 내가 가장 먼저 살았던 곳이 그라나다기 때문에 그라나다를 떠날 때 마음이 너무나 힘들고 너무나 슬펐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으로 떠날 때,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그리고 다시 떠나갈 때 3번의 만남과 이별의 순간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라나다의 친구는 매번 나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모두 다 그라나다를 그린 그림과 그라나다를 기억할만한 기념품이었다. 물론 그것들이 내가 살았던 그라나다를 추억하게 해주기위함이긴 했겠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그 동네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내가 살고있는 서울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 복잡한 도시를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나고자란 동네는 나에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자신들의 지방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고 부럽다. 나도 그렇게 사랑하는 나의 동네, 나의 고향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는 스페인에 오면서 그 마음을 처음 이해하고 느끼게 되었다. 나의 스페인의 고향 바르셀로나, 그리고 그라나다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고향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생겼다. 누군가 스페인에 간다고 한다면 나는 나의 스페인의 고향들을 핏대 세워 자랑하고, 또 소개해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또 다른 고향을 가지게 된 것이 참 행복하다. 그리고 누구나 나처럼 스페인에 오게 되면 고향을 사랑하는 그들을 따라서 자연스레 마음의 고향을 얻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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