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스페인에서 고향을 얻어갈 수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한다.
나는 스페인의 까딸루냐지방의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그리고 안달루시아지방의 그라나다라는 도시에서 살았는데 어느 곳이 더 좋았냐, 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바르셀로나에서 살 땐 바르셀로나가 좋았고, 그라나다에서 살 땐 그라나다가 좋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크게 19개의 지방으로 나눠지고 그 아래 수많은 도시들로 뻗어나가져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지역마다 저마다의 다른 매력, 다른 느낌이 있다. 그래서 스페인이라는 큰 나라를 여행하게 되면 '스페인'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기가 참 어렵다. 그 수많은 지역마다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또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역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한 지역에 거의 평생을 살며 자신의 동네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주변에까지 전해진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면, 그 누군가가 덩달아 사랑스럽게 보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스페인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그 곳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나까지 덩달아 그 곳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너무나 아끼게 된다.
내가 그라나다와 바르셀로나를 왔다갔다 하며 이사했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이별의 시간과 그리고 다시만남의 시간들이 있었다. 특히나 내가 가장 먼저 살았던 곳이 그라나다기 때문에 그라나다를 떠날 때 마음이 너무나 힘들고 너무나 슬펐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으로 떠날 때,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그리고 다시 떠나갈 때 3번의 만남과 이별의 순간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라나다의 친구는 매번 나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모두 다 그라나다를 그린 그림과 그라나다를 기억할만한 기념품이었다. 물론 그것들이 내가 살았던 그라나다를 추억하게 해주기위함이긴 했겠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그 동네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내가 살고있는 서울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 복잡한 도시를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나고자란 동네는 나에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자신들의 지방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고 부럽다. 나도 그렇게 사랑하는 나의 동네, 나의 고향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는 스페인에 오면서 그 마음을 처음 이해하고 느끼게 되었다. 나의 스페인의 고향 바르셀로나, 그리고 그라나다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고향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생겼다. 누군가 스페인에 간다고 한다면 나는 나의 스페인의 고향들을 핏대 세워 자랑하고, 또 소개해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또 다른 고향을 가지게 된 것이 참 행복하다. 그리고 누구나 나처럼 스페인에 오게 되면 고향을 사랑하는 그들을 따라서 자연스레 마음의 고향을 얻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