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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초순보기 Feb 05. 2023

인생 60에 떠난 서울여행 4개월 차 소회

60이 넘어 처음 홀로 시작한 서울여행이 새해 들어서 다소 주춤해졌다. 폭설과 강추위, 설날이 있어서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틈틈이 서울의 유적지를 쫓아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다녀본 유적지 모두는 일제강점기 때의 흔적들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 나라를 위해 애쓰신 분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분들 이외도 너무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안 나의 무지에는 뼈아픈 후회를 했다.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역사를 제대로 모르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간과했을까? 하기야 내가 뭐 대단한 애국자도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최소한 이 나라를 위해 애쓴 분들은 제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4개월 차 서울여행에서는  역사 속 인물들을 보며, 앞서 살아간 선구자들을 보며, 60부터는 제대로 살아보자 각오도 다지게 된다.




인생 60이 되어 제대로 살아보기 위해 처음 시작한 것이 여행이었고, 그 목적지가 서울이었다.  


하루종일 발이 부릅트도록 돌아다니다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이 맞을까?  지금 하고 있는 여행이 맞는 것인가? 여행에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처음 목적지를 서울로 정한 것이 맞았을까? 책에서나 매스컴에서나 가장 살아보고 싶은 곳이 제주도라고 하는데, 제주도에서 시작할걸 그랬나..
아니면 어차피 새로 시작하기로 맘먹은 것 외국에서 시작할걸.. 그랬나..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얽히고설키고 있었다.



그때 옆을 툭치며 말을 건네는 어르신이 계셨다.  " 도로 건너편 포장마차 어떻게 보여요? "


어!! 버스가 언제 지나갔네"  하얀 띠를 두르고 떠가는 구름이 있는 하늘을 보고 있던 나는  어르신의 말씀에 그제야 기다리던 버스가 지나갔음을 알아챘다.


" 저기 봐봐요. 저 포장마차 너무 깨끗하죠? 저 포장마차는 70이 넘으신 부부가 운영하는데,  늘 저렇게 주변을 쓸고 닦아요. 아주머니는 다리가 불편하고, 아저씨는 늘 같은 시간에 저렇게 청소를 합니다. 그 옆에 포장마차 좀 보세요. 너무 차이 나죠?"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아!! 정말 그렇네요. 다른 집은 포장도 구겨져 있고, 저 집은 반듯하고 반질반질하네요." " 오늘 저기서 밥 한 그릇 먹고 가요. 가격도 싸고 맛있으니까." 어르신은 조금 전의 말씀을 다시 하시며 포장마차 부부에 대하여 극찬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버스 한 대가 지나가고 어르신과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어르신은 이 동네에 사신다고 하시면서, 언제 보아도 저분들은 한결같다고 한다. 청결과 맛을 한결같고, 가격까지 저렴해하다며 연신 포장마차 부부를 칭찬하셨다. 심지어는  퇴사한 모기업 회사 회장님도 가끔 드시려 오셔서 말씀을 나누고 가신다고 했다. 

 

추운 겨울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도 주변을 정리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포장마차 사장님!!


 생판 모르는 나에게까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갔다. 


나이 들어 조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고, 감나라 배 놔라, 라테는 말이야.. 하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었다. 


포장마차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다시 어른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라테는 말이야... 하는 시대에 어른이란 어떻게 해야 할까? 여행을 다니면서도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노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은 아닐까? 지하철에서 유적지에서 어른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어른 행세를 하려 한 적은 없는가? 


나와 상관없는 사람에게 나는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먼저 말을 거는 성격도 아니고, 남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는 내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불편과 올바르지 못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듯싶지만,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 여행의 진가는 수 백개의 다른 땅을 같은 눈으로 바라볼 때가 아니라 수백 개의 다른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볼 때 드러난다 "라고  마르셀 푸르스트가 말하였듯이 


매일 여행지를 몇 곳을 다녀왔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한  깃발을 꽂지 말고, 한 곳이라도 다양한 관점으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여행을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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