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과 겨울, 두 번의 방학 동안 나는 딸을 대신해 손주들을 돌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7월 24일부터 시작된 여름방학, 아이들과 어디를 다녀올까 고민하다가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별마당 도서관을 선택했다. 무더운 여름, 야외 활동이 어려웠던 탓에 실내를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사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라서 아이들이 조금은 시무룩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나를 챙기며 무척 즐거워했고, 그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덩달아 신이 났다.
1. 첫 번째 방문한 별마당 도서관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질문을 쏟아 냈다. 그 질문 중에 두 녀석 모두 똑같이 궁금한 것은 ‘저 높은 곳에 꽂힌 책들은 어떻게 꺼내요?’라는 것이었다. 별마당 도서관에 방문한 이들은 한 번쯤은 이 의문을 품어보았을 것이다. 높이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며 나 역시도 ‘저 책들은 장식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손 닿는 곳에도 모두 있는 책들로 저 위에 책을 꺼낼 필요가 없을 꺼야. '라고 대답했지만, 나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높이 쌓여 있는 서가속의 책들은 영화 속 도서관처럼 신비함과 지식의 무한함을 상징하며 일종의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이 책들은 작은 공간을 더욱 깊고 넓게 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종ㅇ로 만들어진 책들이 주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 역시 이 서가 덕분에 살아난다.
물론, 코엑스 측에서는 높은 책들을 꺼내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 두었을 것이다. 몇 번이고 방문하면서 궁금증이 남았지만, 그것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하느냐?, 어떻게 알 수 있냐? ' 등 그 답을 찾아가려는 모습이 참 대견했다.
2. 두 번째 방문 코엑스 아쿠아리움
이어 방문한 아쿠아리움에서는 둘째 아이가 가장 신이 났다. 과학자가 꿈인 둘째는 동물과 생태에 관한 책을 즐겨 읽는데, 책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는 마치 선생님이 된 듯, 나에게 동물들의 서식지와 먹이, 특이한 행동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앞으로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을 갈 때는 이 아이를 앞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아이들은 모든 체험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이 떠올랐다. 그는 ‘관중석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었던 재미를 느껴보려고 게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내가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그 재미를 알 수 없다. 적극적으로 체험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무대 위에서 직접 체험하며 삶의 재미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손주 돌봄의 어려움
아이들을 돌보면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먹일까 하는 것이다.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등 기본 영양소를 챙기면서도 아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때로는 고민하기도 싫고, 아무것을 주어도 잘 먹기도 하고, 귀찮아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만 주면서도 영양의 균형을 걱정하며, 몰래 건강한 재료를 섞어 넣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잘 먹어주면 그보다 뿌듯한 일은 없다. 그러나 이내 다음 끼니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 ...하며 요리책을 뒤진다.
이렇게 방학 동안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소중한 순간으로 쌓여갔다. 손주들을 돌보는 일은 내리사랑의 가장 큰 표현일지 모른다. 방학 동안 함께한 시간들은 아이들의 웃음과 호기심, 작은 투정이 모여 작은 축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손주 돌봄은 ' 고생도 그런 고생은 없다. 표도 안 나고 까딱하다간 원망을 듣는다' 라며 주위에서는 극구 만류했다. 그런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가 즐거운 이유는 방학동안 만이라는 한정된 기간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새롭게 배우게 된다.
손주들이 성장하여 더 이상 나의 돌봄이 필요하지 않게 될 날이 오겠지만, 그때까지 함께하는 이 순간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