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 인도 뱅갈루루에서, 에드워드
오늘의 주인공 에드워드님 소개
오늘의 주인공은 인도 뱅갈루루로 출장을 다녀오신 에드워드 님입니다. 인터넷에서 인도 여행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에드워드님은 정말 좋았다고 하셔서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사고의 지평선이 확장되었다"라는 구절이 저의 인터뷰 목적과 비슷하여 흥미로웠습니다.
헬스와 구기종목을 좋아하는 남자 에드워드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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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 @dongjoo00
안녕하세요, 에드워드입니다.(?)
이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인도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인도에서 6개월가량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공유드리고자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출장 중 대부분의 시간은 뱅갈루루라는 도시에 있었고, 뉴델리나 다른 곳으로 잠깐 가기도 했습니다.
뱅갈루루는 한국으로 치면 판교 같은 느낌의 도시로 IT 회사들이 인도에 진출할 때 보통 뱅갈루루에 지사를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남인도의 대도시 중 하나로, 날씨가 정말 좋다는 특징이 있죠.
제가 갔을 때도 사계절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억에 남아요.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가기 전에 자취방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던 것이 조금 복잡하긴 했습니다.
말라리아 약을 챙겨가긴 했는데, 제가 가는 동네는 말라리아가 없는 지역이라 크게 준비한 것은 없었습니다. 원래 한국에서도 맞아야 하지만 맞지 않았던 예방주사, 예를 들면 간염 예방접종 같은 것들을 접종하고 갔던 것 같아요.
저도 안 가본 곳이 너무 많아서 정말 아쉽습니다. 가본 곳 중에 몇 곳을 추천드리자면, 바라나시는 꼭 가보셨으면 합니다. 인도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 정말 좋습니다. 저는 반년 이상 있어서 그렇게 할 기회가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더 많이 하지 못해서 아직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라나시가 좋았던 이유를 뽑아보면, 일단 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겐지스 강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겐지스 강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바라나시를 방문한 수많은 다른 백패커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느낀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도시의 역사도 매우 오래되어서 풍경도 정말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뉴델리나 뱅갈루루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바라나시는 인도에게 종교적으로 매우 상징성이 큰 도시라서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인도인들에게도 바라나시는 특별한 곳인 것 같아요.
아직도 바라나시의 골목들을 잊을 수가 없네요. 거긴 진짜... 다른 세계입니다.
일단 골목 자체에 역사가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서울에 있으면 100년 전에 이 골목은 이렇게 생겼을거야.. 라는 느낌이 잘 오진 않는데, 바라나시의 골목은 그 보다 훨씬 더 오래 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마치 몇백년 전으로 돌아가도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와 같은 느낌. 종교적인 느낌도 매우 강했던 것 같아요. 힌두교과 관련된 상징들이 많았고,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얼굴에도 힌두교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였어요.
골목길의 크기도 압도적이 었어요. 골목 한개 한개의 크기는 매우 좁고 작지만, 골목길을 가도 가도 끝이 없고, 골목이 다른 골목으로 이어지고, 진짜 복잡하게 얽힌 미로 같은 길들이 많아요.
인도 시장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주로 했습니다. 인도에서 어떤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지, 어떤 경우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특정 세그먼트가 우리 제품을 잘 사용할 것 같은데, 과연 그 세그먼트의 일상은 어떻고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저희는 인도 학생들, 특히 대학생들을 타겟으로 삼고 그 들을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요, 이 부분은 일 얘기라서.. 그냥 넘어가겠습니당!
악센트는 유튜브에서 보는 인도 유튜버들이 가진 악센트 그대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악센트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사실 악센트가 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감회는 없었어요. 고향이 경상도라서 악센트의 존재 자체에 대해 크게 부담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호주 영어가 어떻다, 인도 영어가 어떻다 이런 말을 많이 듣는데, 사투리 없이 자란 사람들의 호들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다만 인도의 언어 자체는 신기한 부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모두가 한국어를 쓰는 우리와는 달리, 인도는 땅이 넓고 사람이 많아서 언어가 다양하고, 같은 인도인이라도 다른 언어를 쓰며, 언어가 다르면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영화도 한국어 더빙, 영어 더빙이 있는 것처럼 인도에서는 타밀어, 카나다어, 힌두어 등으로 더빙되거나 영화 자체가 다양한 언어로 촬영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제가 있던 지역에서는 카나다어라는 언어를 사용했는데, 그 지역에서 자란 한 분에게 듣기로는 영어, 카나다어, 그리고 힌두어를 할 줄 알았고, 힌두어는 TV를 보면서 배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인도에서도 비즈니스로 만난 사람들 또는 조금 더 인터네셔널 배경에서 자라온 분들을 주로 만나서 이야기 드리는게 단편적인 경험일 것 같습니다.
애초에 한국에서 살아온 경험을 가지고도 저는 "한국인"을 잘 정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인은 보통 어떤 생각을 할까..? 라고 하면 성별, 나이, 종교, 지역, 정치에 따라서 너무 다른 것 같고, 당장 같은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 다른 한국인들의 댓글을 봐도 저와는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인도인"이라는 것을 정의하기는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10억 명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단편적인 관찰뿐일 것 같습니다. 그 관찰도 관찰 대상이 "인도인"이라서 느꼈던 특별한 소감이나 인사이트보다는 그냥 "그 사람"이라서 느껴진 인상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그치만! 그래도 얘기를 해보자면, 한국인들 보다 조금 더 외향적이고 자신감 있는 모습들이 좋았어요. 제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을 때는 돌이켜 보면 정말 숨막힐 정도로 어색했던 상황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교내 동아리 활동을 했을 때 중국에서 모바일 관련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이 와서 강연을 하셨는데, 학생들이 질문도 많이 하지 않고 매우 어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학생들이 아마 영어 실력에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고, 혹시 내 질문이 바보 같은 질문이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인도에서 비슷한 활동을 했을 때는 (저희가 대학을 방문했을 때)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질문을 주저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의견을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그런 적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실감”이라는 것이 몸소 체험하는 것인데, 사람 많은 것 체험은 서울에서 9호선 타는게 더 “실감”이 날 것 같아요.
(역시.. 9호선 .. 아침에 타면 정말 장난 아니다 느끼는 이유가 있었군요)
가끔 "나는 무슨 카스트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그냥 정보 전달 정도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잘 모르지만, 카스트와 종교와도 약간의 관련이 있어서 종교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배경 공유를 위해 카스트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길거리에 원숭이가 조금 있긴 했고, 소도 많이 봤습니다. 제가 있는 동네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다른 도시에 가면 길거리에 염소도 있고.. 그런 동물들은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또 다른 뚜렷한 차이로는 도로에서 차들이 좀 더 도전적으로 운전한다는 것과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이 많이 없어서 눈치 보고 무단횡단을 하는 도로가 많았던 것이 기억나요. 아! 그리고 도로에서 차들이 경적을 엄~~~청 자주 울려댔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에 도로에서 소를 볼 때는 신기했지만, 나중에는 큰 감흥이 없었어요. 경적 소리는 적응이 되긴 하지만, 그나마 가장 적응이 덜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생활방식 같은 경우에는, 저녁 먹는 시간이 조금 늦었던 것 같고, 채식주의자가 많았던 게 기억납니다!
채식주의자도 많고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적어서 고기 먹는 게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닭고기만 먹어서 다른 고기가 그리웠던…
그래도 닭고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파는 곳이 있긴 하지만, 그냥 조금 더 찾기 어렵다? 정도로 기억합니다. 아마 채식하시는 분들이 한국 와서 채식 식당 찾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분들이 조금 더 힘들 것 같긴 하지만…).
저는 인도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어요. 그냥 다 좋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고, 모든 것이 다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이 아니라 출장 개념으로 가다 보니 여행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도 많이 보고 배운 것 같아요. 서울은 10년 후에도 서울일 것 같지만, 인도는 오늘 보지 않으면 영영 보지 못할 모습이 너무 많아서, 하루라도 일찍 인도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행운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점을 꼽는다면 그 “새로움”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 두루뭉술한 답변이라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사람들은 경험한 것에 따라 사고의 지평선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자면, 제가 왕좌의 게임이라는 소설을 많이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는데, 인도에 가기 전에 읽었던 왕좌의 게임과 갔다 온 후에 읽었던 왕좌의 게임이 주는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왕좌의 게임에서 어떤 도시의 모습을 묘사할 때, 인도에 가기 전에는 그 모습을 상상하기 조금 힘들거나 상상의 디테일이 많이 부족했지만, 갔다 온 후에 읽었을 때는 제가 진짜 그 도시에 있고, 그 도시를 보고 있는 것처럼 묘사가 잘 읽혔어요. 매우 작은 예시이긴 하지만, 이 예시를 제가 일할 때, 소통할 때, 생각할 때 등 앞으로 인생의 다양한 상황에 대입해 보면, 사고의 지평선이 넓어짐에 따라 더 풍부해진 제 인생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고마워요, 인도!
인도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인상은 다 있었던 것 같아요.
인구가 많은 나라, 경제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나라, 모디 총리, 공학 관련 유튜버가 많은 나라 등등요.
조금 더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인상은 뭔가 조금 더 몽글몽글하고 말랑말랑한 느낌이었는데, 아마 어렸을 때 읽었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사실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뭔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했던 기억이 있었고, 그 느낌이 오래갔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책 내용 자체는 하나도 기억 안 나고, 제목만 겨우 겨우 기억해내서 구글에 “인도 여행 호수 제목” 이렇게 검색해서 다시 찾았네요. (이쯤 되면 그냥 제목에 대한 좋은 인상만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제 꿈.. 제 꿈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답변이 달라지는 것 같은데요, 때론 성공과 돈과 같은 그런 노잼 답변을 할 때도 있고, 예술적인 감성이 단긴 답변을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근시안적으로 보면 하루 빨리 경제적 자유를 얻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좀 큰 것 같고.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좋은 사람과 재밌는 일 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걸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지금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대박 나서 엑싯을 잘 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게 잘 되면 제가 같이 일하고 싶은 회사에 가서 좋은 프로덕트를 좋은 사람들과 같이 만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