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처럼 빛나는 삶의 조각들 - wood님
오늘의 주인공 wood님 소개
안녕하세요!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wood님입니다. wood님께서는 스위스 여행 중 느꼈던 벅차오르는 감동과 아름다움을 많이 이야기해 보았지만, 그 감동을 완벽하게 전하지 못해 아쉬우셨대요. 그래서 인터뷰를 통해 그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Wood님 브런치 글도 굉장히 재밌으니 꼭 읽어보세요!
죽기 전에 모든 나라를 가보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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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Wood입니다. 작년에 혼자 떠난 스위스 여행에서 정말 행복하고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소중한 기억들이 잊히는 것이 아쉬워, 브런치 작가로 ‘30대 직장인의 나 홀로 스위스 여행기’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7월 어느 날 연차가 너무 많이 남아서, 왠지 해외로 긴 여행을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동안 주로 가까운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국가만 여행했었고, 먼 나라는 거의 가본 적 없었어서 이참에 유럽이나 북미를 가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생 때 유럽이나 호주로 여행 다녀온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저도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었죠.
사실 처음에는 뉴욕 여행을 계획했어요. 그런데 여행 두 달 전쯤 알아보니 괜찮다 싶은 호텔이나 한인 민박은 이미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방이 다 차버렸더라고요. 이왕 돈을 쓸 거라면 차라리 스위스처럼 비싸기로 유명한 곳을 가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위스에 대한 환상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버킷리스트에도 스위스 알프스를 배경으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것이 있었거든요.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스위스를 선택했죠.
처음에는 함께 갈 사람을 찾아봤지만, 결국 찾지 못해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가 본 나라는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터키, 대만, 헝가리, 그리고 크로아티아예요. 아직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나라들을 여행할 생각이에요.
스위스에 가기 전에 혼자 여행했던 경험은 딱 한 번 있었어요. 일본 간사이 지방(오사카, 교토)으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사실 그때도 처음 이틀만 혼자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이틀은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일본으로 들어온 친구와 함께 보냈죠. 그런데 그 이틀 동안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던 로망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래서 이번 스위스 여행만큼은 절대로 망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결국, 그땐 아직 스스로도 제 여행 스타일을 몰랐고,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게 문제였어요. 하루에 어느 정도의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지도 계산해보지 않았고, 일정 간의 여유를 두지도 않아서 마음이 조급하니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항상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래서 이번 스위스 여행은 출발하기 몇 달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준비를 거의 안 하고 떠난 여행이라 멘붕의 연속이었어요. 일본어 회화를 할 줄 알았기에 대략적인 일정만 잡고, 현지에서 길을 물어보면 될 거라 생각했죠. 이동수단도 알아보지 않았고, 거기에 너무 많은 일정을 넣은 게 문제였어요. 보조배터리나 110V 변압기도 챙기지 않고, 현지에서 사면되겠다는 생각이었고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 배터리가 다 떨어지고, 변압기도 없어서 충전 못하고, 로밍 문제까지 겹치면서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했죠. 겨우 숙소에 도착해 첫날 교토로 향했는데, 길을 물어보다 소통오류로 잘못된 전철을 타고, 급행열차도 몰라서 밤늦게 도착했어요. 그런데 신사는 문을 닫았고, 바로 숙소로 돌아와야 했죠.
첫날 아무것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엄청나게 받았어요. 준비 부족에 화가 나면서 외로움까지 느껴졌어요. 친구랑 왔다면 해프닝으로 넘겼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날에는 제대로 일정을 소화했어요. 근데 혼자서 여행하려니 좀 심심하긴 하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준비한 내용은 Wood님 브런치에서 확인해 주세요)
저는 항상 이국적인 곳을 여행하고 싶었는데, 스위스는 동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을 질리도록 마주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흔히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여행지들을 두고 '한국의 스위스', '베트남의 스위스'라는 표현을 쓰곤 하잖아요. 그만큼 스위스가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으로 유명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제가 가본 곳들 중 ‘이국적이고 압도적인 자연’이라는 기준에서 스위스를 따라잡을 만한 곳은 없더라고요. 스위스를 다녀온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저뿐만 아니라 스위스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 그리고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도 하나같이 '실제 느낌이 카메라에 절대 담기지 않는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진부하게만 여기던 표현이었는데, 막상 그곳에 가보니 저 역시 이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실, 가장 좋았던 한 곳을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정말 막상막하인 곳들이 많아요.
우선, 정말 환상적이었던 세 가지 하이킹 코스가 있어요.
- 뮈렌 ~ 김멜발트
아이거글렛처 ~ 클라이네샤이덱(37번 하이킹 코스)
맨리헨 ~ 클라이네샤이덱(33번 하이킹 코스)
이 세 코스는 모두 너무나도 인상 깊었어요. 셋 다 스위스 알프스 3봉인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를 볼 수 있어서 뷰가 정말 아름다워요. 특히 33번 코스의 경우 거대한 아이거 북벽 옆에 미니어처처럼 작게 보이는 그린델발트가 정말 신기했어요.
그리고 그린델발트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 피르스트에서는 네 가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트로티바이크'가 액티비티가 정말 최고였어요. 참고로 저는 ‘피르스트 플라이어’와 ‘마운틴카트’까지 포함해 세 가지 액티비티를 체험했어요. 트로티바이크를 타는 것 자체가 재밌다기보다는 타고 가는 코스와 뷰가 정말 환상적이었고, 자유도가 훨씬 높아서 더욱 특별했어요.
그리고 체르마트에서 본 마테호른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외시넨호수는 웅장함이 상상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어요. 라우터브루넨도 정말 좋았어요. 양 쪽에 깎아지른 절벽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인데 정말 비현실적이었어요. 융프라우의 유명 전망대인 융프라우요흐는 생각보다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어요. 생각보다 볼 게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저도 원래는 안 가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날씨가 맑은 융프라우요흐를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농담이 있는데 그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안 가기 아깝더라고요. 37번 하이킹 코스의 끝 지점인 아이거글렛처가 융프라우요흐에 가는 길에 있어서 겸사겸사 간 것도 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고 특히 한국인이 너무 많았어요.
어디를 갈 때마다 항상 너무 좋았어서 몇 개를 꼽을 수가 없네요(웃음). 근데 앞서 언급한 여행지에 갔을 때를 제외하고 말하자면,
- 처음 인터라켄에 가서 숙소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탔을 때
- 비행기와 도미토리, 여행지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 알찬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삼겹살과 맥주를 먹으며 내일의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정도가 생각나네요.
특히 스위스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들이 정말 많아요.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페루 변호사 누님, 인터라켄 숙소에서는 한국, 미국, 중국에서 온 친구들과 칠레 스타트업 CTO, 제네바의 도미토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텍사스와 코펜하겐에서 온 친구들, 쉴트호른에 가는 길에 만나서 동행한 한국 공무원 형님, 유랑 카페를 통해 만나 그린델발트에서 룸 쉐어 및 33번 하이킹을 동행한 기계공학 박사과정생 분, 인터라켄 아레강에서 함께 오리에게 식빵을 준 분들 등등.
Q. 스위스에도 삼겹살을 파나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마트 체인 중 하나인 쿱(COOP)은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장을 보고 요리를 해 먹는 곳이에요. 그런데 인터라켄의 쿱은 언제 가도 삼겹살이 보이지 않았어요. 인터라켄에 있는 한국인들이 아침 일찍 삼겹살을 모두 사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체르마트의 쿱에서 마지막 남은 삼겹살을 겨우 득템하고 인터라켄 숙소로 돌아왔어요. 숙소의 공용 주방에서 여러 한국인들이 저한테 어디서 삼겹살을 구했냐고 묻더라고요. 그분들도 인터라켄에서 삼겹살 구하는 데 실패한 모양이었어요 (웃음)
스위스는 외식 물가가 비싸서 한국 여행객들 대부분은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것 같아요. 저도 경비를 아끼기 위해 아침은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점심은 샌드위치, 저녁은 직접 요리해 먹었어요. 간단한 식사를 제외하면, 외식은 두 번 정도 했어요. 괜찮은 식당에서 보통 양으로 먹었는데도 1인당 약 5만 원 정도가 나오더라고요.
인터라켄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는데, 사진과 영상 구매까지 해서 총 88만 원이 들었어요. 사진, 영상 없이 다이빙만 하면 60만 원대였던 것 같고요. (호주는 훨씬 저렴하게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스위스 트래블 패스라는 교통권이 있어요. 8일권을 57만 원 정도에 구매해서 사용했는데, 스위스 대부분의 기차를 무제한으로 무료 이용할 수 있어요. 또한 일부 케이블카나 곤돌라도 무료 거나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융프라우요흐(융프라우 전망대)에 가기 위해 타야 하는 산악열차는 할인을 받지 않으면 20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래서 스위스에 오래 머무는 여행객들은 융프라우요흐를 굳이 가지 않는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스위스 와인은 꼭 많이 마셔보고, 사 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 이유가 스위스 와인이 맛있기도 하고, 대부분의 생산량이 내수로 소비돼서 수출되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사실 저는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와인도 맛있게 즐기는 ‘와알못’이고, 여행 중에는 쇼핑이나 기념품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 그 돈으로 차라리 더 풍성한 여행을 하자는 주의거든요.
아무래도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알프스 지역, 즉 여행객이 많은 지역에 주로 머물렀기 때문에 스위스를 단편적으로만 보았을 수도 있어요. 또 다른 유럽 국가들을 많이 경험해보지 않아서 비교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과거에 유럽 여행을 꺼렸던 이유 중 하나가 소매치기였는데, 스위스는 제가 주로 알프스 지역에만 머물러서인지 소매치기 청정구역같이 느껴졌어요.. 기차에서도 캐리어를 선반에 그냥 올려두고 자물쇠도 걸지 않았어요. 심지어 내릴 때 보니 다른 사람이 가방을 꺼내면서 떨어뜨린 건지, 기차가 흔들려서 떨어진 건지 제 캐리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더라고요. 중간에 타고 내린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제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안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물론 운이 좋았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적인 인종차별을 경험했어요. 인터라켄 기차역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서양인 아저씨가 “니하오, 니하오” 하며 말을 걸었는데, 생각보다 별로 신경 쓰이지 않더라고요. 그냥 피식하고 갈 길 갔습니다.
과거에 인종차별을 걱정해서 서양 국가 여행을 꺼려했던 저로서 그 순간 아무렇지 않게 느낀 이유를 추측해 보면, 이미 유튜브 등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걸 많이 접해서 그런 것 같아요. 또 동행도 있었고, 주변에 한국인 여행객도 많이 보였고, 그리고 그 사람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인종차별보다는 직접적으로 억울한 피해를 입거나(예: 식당에서 주문을 받지 않는다거나),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인종차별을 하거나 물리적인 접촉이 있었다면 훨씬 정신적 타격이 컸을 것 같아요. 무튼, 치안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사소한 해프닝 정도였던 것 같아요.
스위스 여행 준비할 때 '스위스 프렌즈' (줄여서 '스프')라는 카페와 '발로 뛰어'라는 유튜브 채널이 여행 준비하는데 매우 유용했어요.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이곳에 있는 정보를 많이 공부하고 가시길 추천드려요.
스위스 여행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알프스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구름이 끼면 아무리 유명한 전망대에 올라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날씨가 안 좋아서 같은 곳을 다시 찾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저는 일정을 하루 단위로 짜놓고, 전날 밤과 당일 아침에 메테오스위스(스위스 날씨 앱)로 지역별 날씨와 구름의 움직임을 확인한 뒤 그날의 일정을 결정했어요. 산 정상에 있는 실시간 웹캠을 검색해서 보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저는 메테오스위스 앱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스위스 알프스 지역을 알차게 잘 여행하려면 공부해야 할 게 꽤 많아요. 하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스위스를 처음 여행하기가, 어려우면서도 쉽다는 말이 있어요. MBTI 가 J 가 아니더라도 최대한 세밀하게 계획해서 시간과 돈이라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최소화하는 걸 추천해요(원래 제 여행 스타일이기도 해요). 물론 멘탈이 강하고,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며, 굳이 많은 곳을 가보지 않아도 되는 분이라면 가볍게 흘려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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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Wood님의 꿈이 있으신가요?
우선 스위스에 다시 가고 싶어요 :) 9월의 스위스도 정말 좋았지만 7월의 스위스도 궁금합니다. 호수에서 수영도 하고 싶고, 가보지 못한 도시들도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제가 대자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이탈리아(돌로미티), 프랑스(샤모니), 오스트리아, 독일, 슬로베니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알프스의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고, 캐나다(밴프), 미국(요세미티) 등등의 곳들도 가보고 싶어요.
또 제가 버킷리스트가 있는데, 그 안에 여행 관련된 것들 중에 이집트 피라미드 보기, 오로라 보기, 아프리카 초원 가보기와 같은 것들이 있어요. 이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