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도 관리가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면 전날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행복함으로 마음이 충만해진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잘 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텐션을 한껏 올리며 집안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다가 하루 종일 육아와 씨름하느라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하고, 커피 한잔 마실 여유도 없이 집안일을 하다 보면 나의 기분은 점점 가라앉기 시작한다. 게다가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울고 보채는 횟수까지 많아지면 나의 기분은 덩달아 요동친다. 이렇게 한번 휘둘린 기분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다. 저녁이 되면 체력까지 떨어져 더 이상 나를 다스릴 힘은 남아있지 않고, 기분은 그렇게 가라앉은 채 하루가 흘러간다.
퇴근을 한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나의 표정부터 살핀다. 얼굴만 봐도 내 기분이 어떤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티가 팍팍 나기 때문이다. 내 몸 어디에선가 만들어진 기분은 신기하게도 나의 얼굴 근육을 재배치하고, 누군가가 알아채 주길 바라고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말투와 행동이 좋을 리 없다. 아침과 사뭇 달라진 나의 태도에 남편은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는 말과 함께 내 눈치를 보며 내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 가늠한다. 남편도 퇴근 후에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을 테지만 숨은 집안일을 하나씩 찾아서 하기 바쁘다. 저녁을 먹고 난 그릇들은 물로 한번 헹궈 식기세척기에 넣고, 건조가 끝난 세탁물은 꺼내어 차곡차곡 갠다. 외투를 챙겨 입고 현관 한편에 쌓여있는 재활용품들을 모두 모아 분리수거도 하고 온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져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나를 대신해 아이를 보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고 함께 놀아준다. 남편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기분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다.
아이를 재우고 잠에 들기 전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별것 아닌 사소한 순간에 내가 나를 다스리지 못해서 주변 상황에 휘둘린 것은 아닌지, 내가 내 기분 하나 컨트롤하지 못해서 괜히 남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은 아닌지 입장을 바꾸어 반성도 해본다. 남편은 그저 우리 가정을 위해 일을 열심히 하고 온 것뿐인데, 그 사이에 기분이 한껏 가라앉은 아내를 감당해내야 하는 상황이 이해는 되면서도 억울할 것 같다. 육아라는 현실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텐데 이런 패턴을 지속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의 기분은 남편과 아이, 집안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리를 잘해야만 했다. 내 기분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내 것이다.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드는 상황은 내가 내 기분을 그렇게 택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내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기분이 요동치려 할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틈틈이 하면서 감정의 기복을 다스려보기로 했다.
매일 같은 날이 펼쳐지지는 않겠지만 나의 기분을 좋은 상태로 잘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육아에도 루틴이 필요했다. 아이의 컨디션과 먹고 자고 노는 패턴을 잘 유지하면서 틈틈이 나도 돌볼 수 있는 방법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산책과 커피를 육아에 접목시키기로 했다. 봄날의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지니 안성맞춤이었다. 우선 아이의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낮잠을 충분히 자게 한다. 자고 일어나면 분유를 배부르게 먹이고, 옷을 따뜻하게 입힌 다음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러 나간다. 아파트 단지부터 한 바퀴 돌며 오늘은 어떤 코스로 다녀올지 정하고, 그 동선 중에 커피가 가장 맛있는 카페로 가서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 한 다음 한 모금 크게 들이마신 뒤 산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집안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하늘도 가까이서 보고, 잎이 돋아난 나무와 노랗고 붉게 핀 꽃도 본다. 동네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새로 문을 연 가게가 있는지도 살펴본다. 아이는 바깥세상 구경을 해서 좋고, 나도 기분전환을 제대로 해서 좋다. 이렇게 한껏 기분을 좋게 만들면 저녁 육아도 지치지 않고 즐거운 엄마의 텐션을 잘 유지하면서 해낼 수 있다.
나의 기분은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상대방을 넘어 우리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오늘 하루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도 한순간에 기분이 삼켜버릴 수도 있고, 내 주변의 상황과 관계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몸을 관리하듯, 기분도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