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영노트 Apr 30. 2023

엄마로 사는 기분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오늘도 무사히 보내었다는 사실에 안도할 무렵, 아이의 짜증 섞인 울음 한방이 애써 균형을 잡고 있던 나를 처참하게 넘어뜨린다. 왜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는지 알고 있으니 잘 다독여주면 금방 지나갈 상황일 텐데,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불쑥 올라오는 감정은 온전히 내 입장에서 나를 방어하기에 바쁘다. 얼굴은 어느새 잔뜩 굳어있고, 입으로는 '그만 울어, 엄마 우는 거 싫어.'와 같이 나를 위한 말만 줄줄이 나온다.



그리고 마침표를 찍음과 동시에 이미 눈물이 한가득 차있는 아이의 두 눈을 보면서, 이내 후회와 자책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아이 탓을 하고 말았다는 사실이, 도망치고 싶을 만큼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아이를 안아주며 많이 속상했냐고, 엄마가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넨다. 그러면 아이는 눈물을 그치고 미소를 띠며 다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아이는 금세 감정을 회복해서 다행이지만, 내 감정은 여전히 내 안에서 요동치고 있다. 결국 멀리 한강이 내다보이는 다용도실로 몸을 옮겨본다. 한쪽에서는 세탁기가 세찬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고, 나는 그 소리를 방패 삼아 잠시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들이켜며 감정을 추스른다.



노을이 지는 순간 © 나영노트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과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한 건물과 자동차들. 그리고 저 멀리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비행기까지. 저 움직이는 빛을 따라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이내 차오른다. 누군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창가에 기대서서 어딘가에 시선이 꽂혀있는 나를 종종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마치 내 모습 같았던 © 나영노트



네 식구의 삶에서 나라는 사람, 엄마라는 사람의 삶은 어떤 시간을 더 살아내야만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는 걸까. 엄마가 되었으니 다른 식구들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이 무거운 책임감을 오롯이 감당해야만 하는 걸까. 불쑥 치밀어 오르는 감정들마저 온전히 내보이지 못하고, 글을 쓰면서 풀어낼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틈새 시간, 내가 써도 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