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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노트 Mar 13. 2020

퇴근은 나의 것

회사 모드 스위치가 꺼지는 시간


직장인의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순간은 바로 '퇴근'이 아닐까 한다. 신데렐라가 밤 12시만 되면 마법이 풀리고 일반인으로 돌아가듯이, 나는 저녁 6시만 되면 직장인 고대리의 마법이 '탁' 풀린다. 이 시간을 위해 오전 9시부터 정말 '열나게' 일하는지도 모르겠다.



사회 초년생일 때 퇴근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일이 끝나지도 않았을뿐더러, 내 옆으로 줄줄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배들이 나를 붙잡아두고 있었다. 물론 퇴근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1분이 1시간인 것처럼 느껴지는 답답함과 무거운 공기는 나를 붙잡아두기에 충분했다.



선배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보면 어느새 저녁식사도 함께 하게 된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빨리 집에 가서 편하게 저녁을 먹고 싶은데, 집이 가까운 동기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 떨고 싶은데, 내 작은 바람은 점점 시간의 물을 먹고 큰 꿈으로 자라게 되었다.



퇴근을 해서도 마음은 영 불편했다. 오늘 끝내지 못한 일은 내 방까지 따라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불편한 마음은 결국 기상시간을 앞당겼고,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그 일부터 처리하게 했다. 출근은 있지만 퇴근은 없는, 슬픈 신입사원의 삶이었다.






사원을 거쳐 대리가 된 지금까지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참 많았다. 혹시나 출퇴근 시간이 나의 성실한 이미지에 타격을 주진 않을까, 남들과 비교되진 않을까, 그렇다면 출근은 언제 하고 퇴근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사회생활이 나에게 던지는 이와 같은 질문들은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를 흔들기에 딱 적당했다.



하지만 1년, 2년 그리고 7년까지 경력이 쌓이다 보니, 비로소 깨달았다. 정답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면 된다'라는 것을. 물론 어느 정도의 눈치는 살펴야겠지만, 결국엔 내가 즐거워야 하고, 내 마음이 편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야 내가 하는 일에 의미가 생기고, 그 일이 주는 성취감으로 인해 내가 올바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가 된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전히 쏟아지고는 있지만 나의 하루, 나의 시간은 내가 관리한다. 9시부터 6시까지. 밀도 있게 일을 했으니 퇴근시간을 준수할 권리가 있다. 아니, 일을 얼마큼 처리하느냐에 관계없이 당연한 나의 권리이다. 반드시 오늘 끝내야 할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오늘의 일은 내일의 몫으로 남겨두고, 과감히 컴퓨터 전원을 끈다. 그리고 회사 로비를 나서는 순간 직장인 모드는 해제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 순간이 주는 달콤하고도 짜릿한 해방감을!



어둠이 찾아온 퇴근길



퇴근 후는 '진정한 ' 돌아가는 시간이다. 어느 회사의 어떤 직책을 가진 사람이 아닌, 나의 일상을 스스로 기획하고 열심히 실천하는 나로 말이다. 시간이 없어서, 피곤해서, 바빠서와 같은 핑계는 더 이상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온전히 집중하며 오늘을 끝까지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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