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튤 Sep 25. 2020

나의 코로나 9월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

 마스크를 쓴 데다 헬맷까지 쓰면 조금 수상하게 보인다. 마스크만 쓰고 헬맷은 벗든지 아님 마스크를 벗고 헬맷만 쓰든지. 그중 하나만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우리 모임은 두 경우 다 허용하지 않았다. 전부 안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고 수긍하며 나는 수상한 차림새로 자전거를 이끌고 길을 나섰다. 무지막지한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후 가지는 오랜만의 단체 라이딩이었다. 집결지에 라이더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모두 마스크와 헬맷을 착용한 채였다. 자기 소개하는 목소리는 마스크를 통과하지 못하고 웅댔다. 우리는 누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출발했다. 이런 삭막함은 이제 익숙하다. 코로나 이후의 일상은 계속 이런 식이었으니까. 나는 앞사람에게 붙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게 집중하며 페달을 밟았다.


 처음 단체 라이딩을 나가서 배운 건 자전거를 탈 땐 앞사람과 일정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가까우면 갑작스레 멈춰야 할 때 사고가 날 수 있고, 너무 멀면 라이딩 무리에 합류하기 어려워진다. 첫날에 함께 배운 라이딩 매너나, 수신호, 페달링 같은 것은 금방 익혔는데 일정 간격을 유지하기는 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어느 정도가 적절한 거리인지, 어느 정도로 밟아야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매일 들어도 익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단체 라이딩을 시작한 초반에는 언제나 긴장으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었다. 혹시라도 민폐를 끼칠까 눈치 보고 걱정하다가 조금도 즐기지 못 한 채 집으로 돌아간 적도 많았다. 시간이 지난 요즘은 전보다 편안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동료 라이더들의 배려 덕분이다. 어떤 정모에 참여하던 느리면 느린 대로 기다려주고 때론 더 잘 달릴 수 있게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앞에 장애물이 있음을 끊임없이 알려주고 내가 뒤처지거나 힘들어할 땐 속도를 맞추어 함께 달려줬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던 그 순간 단체 라이딩에 푹 빠지게 되었다. 라이딩 끝엔 달려온 거리와 시간을 확인하며 다음엔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보자고 서로를 응원하고 헤어진다. 우리가 기약할 수 있는 다음이 있다는 것은 불확실한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높은 하늘, 시원한 바람, 붉게 물드는 나무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뜨거운 여름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찾아왔다. 가을은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계절이다. 우리는 아마 이번 시즌도 서로에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럼에도 함께 가는 것, 그렇기에 일상을 잃지 않는 것. 앞뒤에 있는 서로를 믿고 배려하는 한 자전거 행렬은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자전거를 타며 코로나 시대를 있는 힘껏 살아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