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 설명서 (2)
무엇이든 완벽하게 하려 했다. 극단적인 J는 아니지만 내가 행동하는 반경은 늘 내 시행착오 속에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이 고민했고,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지금의 내 자리로 오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교장, 교감을 보좌하거나 학교 선생님들의 의견을 수합해서 다양한 안을 만드는 일은 나름 재미도 있었다. 교육청 정책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태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오니 그 일들이 쉽진 않더라.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누구나 똑같겠지만, 나는 특히나 더 인정받으려 애쓰는 것 같다. 물론 이 부분을 벗어나려고 노력 많이 한다. 비난을 받아도 쿨하게 넘기려는 노력.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겠는가? 결국은 51:49가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해 보고. 아무튼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나쁜 사람은 되지 말아야 겠다는 게 요즘 소망이다.
교감 선생님 이거 어쩌죠? ㅠㅠ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늘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펼쳐진 일에 대해서 집중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게 맞다고 본다. 물론, 이런 일이 다시 안 일어났으면 하는 피드백은 필요하겠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일 때 당연한 이런 일들이 나한테 일어나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이불킥이라고 했지? 밤새 복기하고 왜 그랬을까를 되뇌이다가 머리를 쥐어뜯고 (안그래도 없는 내 모발..) 불면의 밤을 지새우다가 결국 문제를 어찌 어찌 해결하고는 숙면을 취하게 된다. (지쳐 잠들게 된다) 실수할 수 있다고 늘 되뇌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실수하면 안된다는 반복하고 있나 보다. 어쩌면 실수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안도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아니, 안도에서 넘어서서 우월감을 느끼고 있진 않았는지. 반성 또 반성. 그래서 그들을 도와준 게 아닌데.
이러다 보니 일이 제법 어려워 보이면 간을 보다가 도망가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편한 방법만을 쫒지는 않았지만, 효율성을 좀 더 따지면서 계산해 보고 지레짐작으로 포기해 버리기도 했다. 당시에는 효율적이었는지 몰라도 인생을 살아보니 궂은 길도 길이었더라. 그렇게 고민하고 선택한 길이었지만 늘 후회를 남긴다. 그 후회를 실수로 생각하는 순간 가끔 잠을 못 이룰 순간이 오기도 하고.
확실한 건 나는 강하지는 못하는 거다. 겁도 많고, 나약하고. 하지만 남들에겐 쎄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러니 몸과 마음이 피곤해 지는 거지.
그냥 나는 나대로. 언제쯤 나를 놓아버리고 인정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