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왜 난
1.
수능때가 되면 마음이 참 불편하다. 내 애가 수능을 보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 아이들 중 몇몇은 제자들이었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의 자녀이기도 하고. 그래서 밤늦게 학원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아래층 딸내미를 보면 참 안쓰럽다. 왠 아저씨가 아는 척하냐고 두려워(?)할까봐 아무런 인사도 못해주지만 마음 속 깊이 누구보다도 응원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2.
누군가는 잘 봤겠지만 누군가는 못 봤을 거다. 절대등급인 몇몇 과목을 빼 놓고는 결국 니가 못봐야 내가 잘 보는 요상한 싸움을 하는 터라 나의 행운에 쉽게 웃음을 터뜨릴 수 없고, 상대방의 불운에 진심으로 슬퍼하기가 어렵다. 상대평가라는 요상한 구조가 전국적으로 고착화되어 있는게 안타깝다. 그게 문제가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다만, 선발을 해야 한다는 목표를 그나마 제일 공정하고 만족스러운 제도로 정착된 게 이거일 뿐이지. 이 체제를 바꾸려면 정말 여기에 기댄 산업들, 기득권들과의 전쟁이라도 해야 할텐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를 지킬 건 결국 나일수 밖에.
3.
수능 성적이라는 게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하진 않는다. 어쩌다 잘 본 것일수도 있고, 실수해서 못 것일 수도 있지. 인생을 크게 놓고 생각해 본다면 좋은 대학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 안에서도 결국 경쟁해서 견뎌내야하고 이겨내야 한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을 평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중고등학생들이 그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 일단 성적을 올리는 일에 힘써야 하는 건 매우 아쉽다. 나도 그렇게 살았고 내 아이도 그렇게 살았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일을 깨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는 믿음도 필요하고. 쉽지 않으니 실행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겠지?
4.
확신으로 만드려면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더 잘 알아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결국 그 범위 안에서 내 활동이 진행되어야 한다. 어쩌면 수능이 끝난 그 이후는 (물론 면접에 논술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좀 더 이런 고민을 힘써야 하지 않을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것에 좀 더 빠져서 살길. 아, 여기에는 쇼핑이나 게임, 주류 같은 한 두 번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즐거움을 매번 추구하는 건 해당되지 않으니 조심.
수험생들, 아니 도전하는 젊은 청춘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