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대화하는 법을 익히려면 스마트폰은 멀리멀리
요즘 따라 하나의 일에 몰두해서 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진득하게 내용을 곱씹어 읽어 내야 할 '책 읽기'가 아닌,
깜깜한 영화관에서 최소 2시간은 집중해서 임해야 하는 '영화 보기'가 아닌,
이젠 삶의 전반에 우리와 많은 부분을 함께하고 의존하게 하는 '스마트폰 하기'가 늘면서
짧고, 빠르고, 자극적이어야만 선택되고 소비되는 영상들을 더 자주 접해서 일 것이다.
아직 육아 초보라 더 힘든 점이 있겠지만 하루 종일 아기의 스케줄에 끌려다니다 보면 잠깐 틈나는 시간에는 도저히 무언가에 집중해서 임할 기력이 없다. 그럴수록 쉽고 빠르게 나의 도파민을 자극해 현실로부터의 순간적인 만족감과 해방감을 주는 것은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다.
핸드폰을 가장 처음 샀던 대학교 시절 작은 사이즈의 하얗고 예쁜 슬라이드 폰으로 시작해, 그 이후로도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약 3대 정도의 폴더폰을 썼던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부모님 댁에서 내 옛날 책상 서랍 속에 와르르 담겨있던 예전의 폴더폰을 우연히 찾았을 땐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낡은 핸드폰의 몽글몽글한 옛 감성과, 길어 봤자 50자 내외의 짧은 메세지안에 유치한 이모티콘까지 채워 담아가며 친구들과 나누었던 추억의 한편을 읽으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졌더랬다.
그렇게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길지 않아 더욱 꼭 하고 싶은 말만 하던 그때,
반면 현재의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와 혹은 알지 않아도 되는 많은 것들을 스마트폰을 통해 너무 자주 접하며 우리가 정말 가치를 두어야 할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습관처럼 틈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보다 보니 급기야 한 가지에 깊게 집중할 수 없는 모습의 나를 발견하고는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멀리 하고 그 시간 대신에 같은 질량으로 나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했다.
특히 글을 쓰는 행위는 글을 읽는 행위만큼이나 현재의 나를 기록하고 채워주는 나만의 '마음 챙기기' 의식이다. 문득 모든 걸 너무 완벽하게 하려 하면 되려 아무것도 되지 않음을 , 완벽하지 않기에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음을 이렇게 자꾸 서툰 글을 내뱉어보며 내 마음을 정리하고 위로받는다.
앞으로 기대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나의 삶도 무수히 위아래로 파도 타며 나 자신과 끝없는 대화를 하며 살아갈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과의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파도 같은 삶의 선 위에서 지치지 않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지성인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행위들을 찾고 열정적으로 취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오늘도 나를 '소모'하는 것이 아닌 '채워'주는 것들로 하루를 꾸려보자.
나를 충만하게 하는 것에 의식적으로 시간과 정신을 쏟고 노력해 보자.
그러기 위해 나를 갉아먹는 부정적인 행위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내 마음을 챙겨주는 의식들에 몰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