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찬란하진 못해도, 위대하진 못해도, 꾸준하게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다. 나 자신에게.
‘이것도 못하는 사람이 나라니…’
운동을 곧 잘하는 나지만 이건 너무나도 힘든 운동이었다. 힘들어 죽겠는데 굴리고 또 굴렸다. 지금에서 보면 푸쉬를 엄청 넣었던 것 같다. 처음의 나는 와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조차 없었다. 매일이 힘들었다. 근데, 이상하리만치 웃긴 나의 장점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이상하리만치 꾸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의무감. 의무감이 나를 계속 박스로 이끌었다. 나는 운동이 끝나면 누워있고 힘든 다리를 질질 끌어가며 샤워장으로 가 씻었다. 조용히 박스 문을 열고 집으로 갔다. 다음날도 마찬가지. 나는 토익이 끝나면 박스로 열심히도 뛰어갔다. 지각도 심심치 않게 했다. 내가 그렇게 빠르진 않았거든.
나는 평일은 토익학원을 마치고 서면 지하도를 뛰어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는 일이기는 하다. 토익학원이 끝나면 수업시간까지 딱 10분이 남는데 나는 그 수업을 듣기 위해 열심히도 뛰었다. 그냥 다음 수업을 들으면 되는데. 나는 헥헥거리며 열심히 뛰어서 수업시간에 들어갔다. 종종 지각을 했다고 버피를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참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냥 다음 수업을 들으면 될 것을 왜 그렇게 힘을 썼나 싶다. 원래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하는 것이다. 비는 시간 없이 딱딱 맞아떨어져 집에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쉬고 싶은 마음. 그 마음 나도 잘 안다.
크로스핏은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다. 산이라는 것은 정복하고 나면 끝이다. 물론 모든 날과 상황에 따라 그 느낌은 다르겠지만 종점은 존재한다. 허나 크로스핏이라는 하나의 산은 종점이 없다. 내가 이 한 동작을 마스터했다고 마스터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풀업을 한다고 치자. 처음에는 모두 밴드를 풀업바에 달아야 할 것이다. 밴드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밴드를 빼고 키핑 풀업을 연습한다. 키핑 풀업으로 어느 정도 와드에 적용하여 수행이 가능한 정도에 이르면 버터플라이 풀업에 들어간다. 왜냐고? 그게 더 효율적이니까. 무엇보다 동작이 신기하고 멋있으니까. 그렇게 다시 버터플라이에 들어가는 키핑을 연습하여 한 마리의 나비가 된다. 끝인 것 같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턱을 바에 걸고 나면 다시 가슴을 바에 터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바가 가슴에 닿으면 이제는 골반을 걸어야 한다. 머슬업이다. 머슬업에서 끝이면 다행이지. 이제는 풀오버라는 동작이 최근에 새로 생겨서 연습해야 한다. 모든 동작에 마스터는 없다. 잘한다 못한다만 존재한다. 풀업을 잘한다고 하자, 그런 사람이 풀업 개수가 많은 와드를 모두 언브로큰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크로스핏에서 마스터는 없다. 이건 간단하게 풀업바로 하는 동작만 이야기한 거다. 물론 역도도 있고 맨손 운동 동작도 있다. 참으로 신기한 운동이다.
처음에는 출석도장을 찍는대만 열중했다. 정말 생각 없이 왔다 갔다 했다. 와드라는 말은 알지만 영어로 적힌 동작은 알지 못했다. 처음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시작하면 와드를 이해하고 읽어내는데만 몇 개월이 걸린다. 어느 날은 다리가 너무 아파 지하철 계단을 옆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내려간 적도 있었고 배가 아파 재채기를 할 때마다 배가 아파 죽을 뻔한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도 운동 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처음에 운동하는 회원분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항상 얘기한다.
“그냥 뭐 더 할려고 하지 마시고 출석만 잘하세요.”
어떤 회원분들을 보면 정말 잘하고 싶은 욕구가 초사이어인처럼 몸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이는 분들이 있다.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지만 열정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열정이 사람을 한 번에 그가 원하는 사람으로는 만들어주지 못한다. 절차탁마. 자르고 갈고 다듬고 문질러 빛을 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보자마자 바로 그 동작을 수행한다는 것은 욕심에 가깝지만 그걸 해내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누구? 선수출신. 줄여서 선출. 잊지 말자 선출은 우리와 다르다. 밥 먹고 운동만 한 사람들을 따라가려 하지 말자.
처음에는 뭐를 더 하려고 해도 그럴 체력이 없다. 크로스핏이라고 얘기하면 돌아오는 말이 뭔가.
‘아, 그 힘든 운동?’
그렇다. 크로스핏은 단시간에 최대의 출력을 뽑은 운동이다. 우리는 그래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운동할 체력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굳이 식단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식단을 하면서 운동을 하기에는 체력소모가 너무 심하다. 나는 군대에서 최고 몸무게를 찍고 전역했다. 살이 너무 빼고 싶었다. 그래서 식단을 해가며 20킬로를 감량했다. 그때 내가 홍콩에서 산 아페쎄 바지가 -1 사이즈를 하여 28을 구매했다. 그 바지는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지금 내 허리가 32 사이즈를 입으니까. 내가 몸을 유지한답시고 크로스핏이 끝나면 두유를 사 먹었다. 그렇게 나는 한 달 동안 장염이 3번이 걸렸었다. 체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나는 항상 이야기해 준다. 내가 동작을 연습하는 방법을. 버터플라이 풀업을 예로 들자. 이 동작은 우리 모두의 꿈이니까. 나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딱 10분에서 20분만 연습한다. 물론 이 동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배운다. 물론 잘될 리가 없다. 잘하기 위해서 하는 연습이니까. 딱 10분에서 20분만 한다. 다음날도 마찬가지 똑같이 연습한다. 그렇게 두 달이 되고 세 달이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기간 동안 1개, 2개, 3개, 4개 이렇게 늘어나지 않는다. 오늘 1개를 하고 무한히 1개를 반복한다. 그렇게 3개가 되는 시점이 오고 어느 날이 되어 키핑이 몸에 익혀지만 갑자기 8개 이렇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수업시간에 적용시킨다. 여기서도 꼭 알아두셔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 동작을 하나 한다고 해서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다. 그 동작으로 와드에서 써먹을 수 있어야 할 줄 아는 것이다. 고니가 들었던 말을 기억하자. 모든 바닥이 겸손해야 한다.
괜찮다. 오늘 못했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자. 진짜 괜찮다. 오늘 하나 밖에 못했다고? 토투바를 연습하는데 발이 바에 안 닿는다고? 괜찮다. 오늘 너무 자책하지 마라. 내일 딱 하나만 발이 닿으면 된다. 결국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너무 자책하지 마라 정말 괜찮다. 오늘 못했다고 때려치우는 사람보다 하나라도 연습하는 당신이 1000배는 더 나은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