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uthline May 13. 2024

크로스 포인트

4. 다치고 또 다치고. 나는 또 박스에 간다.

 크로스핏은 부상이 심한 운동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은 인정한다. 워낙 움직임이 격한 운동이니까. 물론 부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정한다.

 제일 흔하고 가벼운 경우는 ‘빵’이다. 박스에 정강이가 부딪히는 것을 보고 ‘박스빵’, 줄넘기를 하다 줄에 맞는 것을 보고 ‘줄빵’, 싯업(윗몸일으키기)을 너무 많이 하는 경우, 엉덩이 쪽이 쓸려 찰과상을 입은걸 보고 ‘싯업빵’이라고 부른다. 링딥, 링머슬업의 경우에는 줄에 팔이 쓸려 찰과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신기한 게 링으로 인한 부상은 왜 ‘링빵’이라고 안 하는지 모르겠다. 다 똑같이 어떠한 기구로 인해 다치는 건데, 와드에 다른 동작들보다 비교적 적게 나와서 그런 듯하다.

 나도 아직 운동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에 비해 고질적인 부상을 달고 사는 편이다.

 일단 내 쇄골. 내 오른쪽 쇄골은 이미 정상의 모양을 하고 있지 않다. 양쪽을 비교해 보면 오른쪽이 심하게 부어있다. 클린을 배우는 과정에서 바벨을 목 깊숙이 넣어야 하는데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데 욕심만 많아 그 자세로 계속 클린을 한 탓이다.

 엉덩이 쪽에 디스크가 있다. 의사 선생님이 나의 허리상태를 보시더니 이 상태로 고통 없이 잘 살고 있는 게 신기하다고 할 정도라도 하셨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내가 스내치를 할 때, 그렇게 무거운 무게도 아닌데 한 번씩 끄는 과정에서 근육통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허리에 쿵하고 고통이 올 때마다 내 디스크가 말썽이었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일주일 동안 운동을 쉬고 한의원에 가 엉덩이 쪽을 치료받고 나면 괜찮아지니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나니 그 자리에 근육이 채워져 이렇게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 왼쪽 팔꿈치도 말썽이다. 클린이나 프론트 스퀏을 할 때 프론트 렉 포지션을 하면 나는 항상 왼쪽 팔꿈치가 아프다. 뭔가 쭈욱 하고 잘 늘어야 할 고무줄이 너무 타이트해서 잘 늘어나지 않는 느낌. 처음부터 이렇게 자세가 안 나왔으면 처음부터 그러려니 했을 건데 원래 잘 나오던 자세가 안 나오면


‘내 몸도 정상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처방으로 꼭 클린이나 프론트 스퀏이 있으면 항상 손목 스트레칭을 해준다. 팔꿈치가 아프면 팔꿈치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손목스트레칭을 하니 괜찮아지더라. 우리 몸은 요지경 같다. 

 요즘은 무릎도 말썽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스쿼트를 해야 하다 보니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다 일어나지도 않고 바로 앉아버린다. 그러면서 무릎에 스트레스가 심하게 가해진 것 같다. 간단하게 의자에서 일어날 때 무릎에 찡하게 아파온다.

 파도파도 나오는 내 부상이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른쪽 어깨도 말썽이다. 정확하게는 오른쪽 어깨 앞쪽이 아프다. 나는 아토피가 있어서 몸이 자주 간지러운데 왼쪽 등이 간지러우면 너무 고통스럽다. 오른팔을 뒤로 돌려 등을 긁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 자리가 고통스러워 오래 긁지 못한다.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이다. 어깨는 아프고 등은 간지럽고. 운동을 쉬면 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일주일정도 쉬고 나면 어깨가 괜찮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 생각할 것이다. 


‘운동을 쉬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닌가?’


타의로 쉬면 해결이 되겠지만 자의로 쉬는 것은 조금 힘들다. 그러기엔 내가 운동을 너무 사랑하는 탓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해도 난 드렁큰타이거. ‘고집쟁이’다. 이렇게 적으며 나를 반추해 보니 정말 내가 봐도 답이 없다. 아프다고 징징거리고 골골대면서 원인을 뻔히 알고 있는데 원인을 제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니. 

 생각해 보면 정말 웃기는 일이다.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인데 이제는 주객전도라고 할까. 몸이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은 이미 너무나도 멀어져 버린 이야기다. 이제는 운동을 위한 운동을 하고 있다. 내 루틴 안에 있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렇다. 오랫동안 운동을 하면서 만들어온 근육이 아깝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관리라는 것도 해야 하는데 그 관리에 해당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정말 2배, 아니 3배로 빠르게 늙어가는 느낌이다.

 크로스핏이 부상이 많고 위험한 운동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그 데이터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크로스핏뿐만이 아니라 다른 운동도 부상위험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헬스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크로스핏과 비슷하게 특정부위의 근육이나 관절이 많이 다친다. 축구는 하체가 비교적 많이 다치는 편이다. 몸이 부딪혀 상체도 종종 다친다. 테니스나 골프의 경우에는 ‘테니스 엘보’, ‘골프 엘보’라는 이름이 따로 붙을 정도로 팔꿈치 부상이 잦다. 테니스의 경우에는 진동에 의한 부상이 심하다고 하여 따로 ‘댐퍼’라고 하는 것을 붙인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기구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부상에 대한 위험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요즘 인기 있는 운동인 러닝도 부상이 있는 운동 중 하나이다. 많이 달리는 경우에는 발목에 무리가 가는 경우도 있고 족저근막염도 흔하게 온다. 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경우에도 부상이 온다. 최근 들어 인기 있는 카본플레이트가 들어있는 신발은 그 탄성을 이용하여 달리는 에너지를 절약시켜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탄성으로 인해 발목에 무리가 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요가의 경우에도 강사분들의 경우에는 후굴이나 고관절을 많이 사용하여 이에 해당하는 부위들이 부상이 종종 생긴다고 한다. 

 부상의 위험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부상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누구나 자신이 부상을 당할 것을 알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아 내가 내일 7시쯤 부상을 당할 것 같으니 쉬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그런 경험들 있지 않으신가. 


‘오늘이다’


하는 순간. 그러면 평소에 하는 것보다 운동량을 더 뽑아내고 퍼포먼스도 더욱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정말 부상이라는 것은 화재와 같다고 본다.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은 예방 밖에는 없다. 운동전후로 스트레칭 잘해주고 잘 먹는 게 부상을 방지하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부상을 당할 위험에 도처에 도사리고 있지만 오늘도 나는 운동복을 입고 운동을 간다. 부상은 내 체크리스트에 없다. 재밌게 운동할 생각뿐이다. 물론 정말 운동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가야지. 오늘의 하루가 내일의 하루를 이끌고 내일의 하루가 일주일을 이끈다. 오늘도 난 습관처럼 운동을 간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오늘의 교훈 : 적당히 운동하자.

작가의 이전글 크로스포인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