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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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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로 Oct 29. 2021

오늘 2

오늘

공들여

조금 덜 걷는 걸음으로


조금-빨리

끊은 통화

번개가 땅에 드러눕듯이


조금 더 깊게 빤

담배 연기

먼지가 쌓인 거울처럼


오늘은

희망했던 죽음의 날

조금은 덜 불안한 밤

예지된 순간처럼


쳐다보지 않는 그렇다고

힐끔거리지도 않는

괜찮다고 말할 때의 그 특유의 리듬으로

오늘은 가만히


몸을 부르르 떨 뿐인

아직 걸리지 않은 통화

할 말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말을

잘라내는

단호한 믿음으로


죄의 고개

이게 진짜라는 넘실거리는 기분

그 정점에 멈춰 선 바위와 같이


정말?


의심하듯이 남발되는

주문과

도리어 이 말에 접된 오늘처럼


무엇이든 어떻게든 나에게는 오늘,

오늘은

조금은


조금이라도 더 조금 더 조그마한 오늘,

오늘은

여기저기


많이 더 많이, 많이도

묻어둔 운의 자투리

나의 전부


그 끝을 쥐고서, 그게 아니라며

따져 묻는 용기로

오늘은 어제가 아니라고


오는 나에게, 오늘만큼은

너는 울지 않는다고 속으로

참 크게도 많이도 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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