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실선 위에 비둘기가 가만히 있다
나와
눈을 마주친다 길을 가다가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언뜻 보아도
여기는 왕복 8차선 서울의 어느 유명한 도로
규정은 충분히 낫게 깔린 채
차들은 차라리 미끄러지고 있다
몸에 붙은 날개는 융단 위에 엎지른 잉크처럼
부단히 무너지고 있다
차곡차곡 쌓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리어카 위로 던져진 종이박스처럼
저리 훠이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납작한 경적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새는 위로 뛰어드는 대신
바닥이 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