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들여
조금 덜 걷는 걸음으로
조금-빨리
끊은 통화
번개가 땅에 드러눕듯이
조금 더 깊게 빤
담배 연기
먼지가 쌓인 거울처럼
오늘은
희망했던 죽음의 날
조금은 덜 불안한 밤
예지된 순간처럼
쳐다보지 않는 그렇다고
힐끔거리지도 않는
괜찮다고 말할 때의 그 특유의 리듬으로
오늘은 가만히
몸을 부르르 떨 뿐인
아직 걸리지 않은 통화
할 말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말을
잘라내는
단호한 믿음으로
죄의 고개
이게 진짜라는 넘실거리는 기분
그 정점에 멈춰 선 바위와 같이
정말?
의심하듯이 남발되는
주문과
도리어 이 말에 접된 오늘처럼
무엇이든 어떻게든 나에게는 오늘,
오늘은
조금은
조금이라도 더 조금 더 조그마한 오늘,
오늘은
여기저기에
많이 더 많이, 많이도
묻어둔 운의 자투리
나의 전부
그 끝을 쥐고서, 그게 아니라며
따져 묻는 용기로
오늘은 어제가 아니라고
오는 나에게, 오늘만큼은
너는 울지 않는다고 속으로
참 크게도 많이도 말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