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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로 Mar 30. 2022

먹고사는 일

브랜드 론칭 준비 중

지난 반년 간 뜸했던 것은 매일 밤 9시 출근 새벽 5시 퇴근이라는 동대문 새벽시장의 세계에 내가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전에 살던 세계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물론 중간에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그래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이 일의 시작은. 그와 별개로 피가 마르는 고통이 무엇인지 내게 알려준 일들에 관해서는 어찌 나도 모르게 내가 친애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그 사람을 직접 만난다면, 자동으로 나와버린다. 자랑이 아님에도 자랑처럼 떠벌리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는 도저히 그것을 옮겨 적지 못하겠다. 내 머릿속에 매일 깨어있는 악몽으로, 대낮의 고문으로 생생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옮겨 적을 수는 없는 것이다. 너무 생생하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결국 어디서든 어떻게든 떠벌리는 사람으로서 이곳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내보이는 이 이야기는 인화된 사진처럼 현상처리가 된 것이겠다. 내보일만한 것이겠다. 이는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고 또 동시에 비교해가며 그 사진의 필름을 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어떤 괴리감에, 또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그 괴리만큼 또한 큰 연관성에 놀라는 사람처럼 나는 놀랄 것 같다. 이를테면 가득 채운 필름을 몇 달째 사진관에 가져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사람이—왜냐하면 그 필름 안에는 괴물 같은 시간이 찍혀있기 때문이다—비로소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나는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빛과 어두움만큼이나 반대되는 성질의 삶의 태도를. 죽고 싶어 매일 뺨을 때린 사람과 살고 싶어 매일 영양제를 챙겨 먹은 사람이 나라는 것을, 나는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창   아니지만, 패션 브랜드를 친구와 함께 만들고 있다. 티셔츠를   만들고 있는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러 전문 용어의 얼토당토아니함은 당연하고,  당연히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전문 용어의 정의와 같은 것이겠지만, 특히 패션 업계의 용어는 특이하다. 프랑스에서 기원한 단어가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나라에 정착이 되는 과정에서 소리 나는 대로 쓰이다 들리는 대로 받아 적어졌다는 느낌이다.   말이 많다.  경험들을 다시금 남기고자 한다. 경험은 쌓이는 대로 무너지고 무너지는 대로 단단해지기 때문에 처음 경험 입자들이 손에 닿았던 느낌은 지금 많이 희석됐다. 하지만 모래 알갱이와 같았던 것은 어느새 내가 밟고 다니는 지반 같은 것이 되었고 나는 매일 흙먼지를 일으키며 그곳을 가로지른다. 이제 손에 닿았던 감촉은 땅바닥과 발바닥 사이에 신발의 익숙함 정도로 축소되었지만 어쨌거나 발바닥이 아렵게 돌아다녔던 시간은 신발에 각인되어 남아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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