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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Apr 05. 2019

못난 자기애(愛)

진정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선택

  잠 못 드는 밤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날의 택하지 않은 선택과 길들 때문에, 오늘의 부끄러운 실수 때문에, 불확실한 내일의 걱정과 고민 때문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후회와 걱정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라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만든다. 오늘 나의 밤이 유독 길어지는 이유는 상처받지 않으려던 못난 자기애의 발현이 나의 정체성과 자아상을 지워왔다는 사실에 깊은 공허함과 슬픔을 느끼기 때문이다. 차가운 세상에서 자신이 상처받지 않고, 힘들지 않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걱정과 근심을 만든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해 걱정하는 마음도 자기 자신을 아끼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어떨지를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왔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시선에 내 모습이 어떠한지가 나에겐 그렇게도 중요했나 보다. 돌이켜 본 나의 삶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해준다. 학창시절엔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남들이 다 입고 다니는 옷을 사달라며 어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내가 원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 가꾸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를 가꾸려 노력했다. 자신이 어떤 공부를 하고 싶고, 좋아하는지 보다 어리석게도 ‘사회에서 불편한 시선을 받지 않을 만한 대학’에 진학하려 애썼다. 대학을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사회생활에서 불편한 시선을 감당하지 않으려 진학했던 탓에 학업에도 늘 어중간한 태도였다. 졸업한 이후에도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그 시선으로부터 스스로를 안전히 지킬 수 있겠다고 생각될만한 직장만을 찾아 지원했다. 그러다보니 늘 턱걸이 인생을 면치 못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높게 세워둔 기준 앞에서 번번이 넘어지는 자신을 미워했고, 용서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자기 자신을 냉정히 외면했으며 외로운 상황 속에 고립시켰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감에 불편하지 않길 바랐던 마음이 역설적이게도 철저히 혼자 남겨 놓았고, 어느덧 껍데기뿐인 불쌍한 내가 남아있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자신을 위해서 소중히 배워오고 간직해야 했던 것은 분명했다. 행복을 위해 중요한건 살아오는 과정에서 무엇을 할 때 좋아하고 행복한지,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쁨을 만끽하는지, 어떤 장소와 분위기 속에서 평온함을 느끼는지, 어떤 공부를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해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게 될 직장에 만족스럽게 다닐 수 있을지, 어떤 풍경이나 사물을 보았을 때 아이 같은 미소를 짓게 되는지와 같은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선명한 것들이다. 정작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던 특정한 기준이나 조건에 맞추기 위해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삶은 불행했다.



  물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은 드물다. 그렇게 되기엔 인류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정치적으로도 평등해졌으나 주변사람들과의 작은 차이 때문에 쉽게 불행해질 수 있는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그렇기에 비슷한 무리에서 낙오되고 싶지 않은 가련한 마음과 낙오되었을 경우 타인에게 받게 될 시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은 못난 자기애는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살아온 지난 삶은 불행했다. 타인이나 사회를 의식해서 사실은 더 행복할 수 있는 많은 길들을 포기하거나 외면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부족한 자신을 탓하고 미워하며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었다. 지금의 나는 너무나 분명하고 선명한 선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타인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되 자기 자신을 위해 알아가고, 사랑하며 행복해지는 삶(어쩌면 불편한 시선이라는 것도 자신이 만들어 낸 상상에 불과할지 모른다.)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회가 멋대로 정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불행한 삶 중에서 과감히 하나를 선택하려 한다. 무엇을 끊어내지 못했을 때 더 뼈아픈 후회를 남길지는 분명하다. 그렇기에 더는 뒤를 돌아볼 이유도 없다. 다만, 지금의 나는 확실히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기에 이제와 너무 늦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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