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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우기 Nov 26. 2021

작가를 가르치는 작가의 세 가지 비밀

<쓰기의 감각 Bird by Bird (1994)>

성공하지 못한 작가들 수만큼 많은 글쓰기 책이 있다. 어떤 책은 작가들의 선생님으로서 엄격하고 확실한 이론을 제시하며 초보 작가들에게 위대한 작가 되기 위해 위대한 이론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호언한다. 또 다른 책은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들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선생이라기보다는 선배 혹은 옆집 아저씨 같은 태도로 말한다. 그들은 핵심적이지만 너무 어려운 말로 조언한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작가들의 선생도 옳고, 옆집 아저씨 말도 옳다. 하지만 그것들이 결코 지금 당장 글을 써야 하는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 때가 많다.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 Bird by Bird (1994)> 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작가’의 관점을 가진 책이다. 핵심만 간추린 내용도 없고, 그렇다고 불친절한 단순 진리만 말하지 않는다. 한 손에는 글쓰기가 가진 아름다운 마법들에 대해서, 또 한 손엔 시궁창 바로 직전의 현실들에 대해 다룬다. 마치 우리의 삶이 고통으로만 구성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쁨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작가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선생’도 ‘아무개’도 아닌 ‘작가’ 그 자체다. 작가가 겪는 이상과 현실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묘사한다. 또한 글쓰기를 방해하는 사소하지만 엄청난 것들 (잡생각, 불안, 대인관계, 비평 등)을 다루면서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잘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그녀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녀 역시 자신이 겪는 문제들로 인해 여전히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걸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그녀는 작가의 강의를 하며 만난 수많은 예비작가들의 고민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도왔다. 그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을 책에 그대로 담기 위해 29개의 강의를 만들었고, 총 5개의 챕터로 나눠서 전개한 이 책은 94년에 출간되어 현재까지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수많은 작법서가 쏟아져 나오는 현 시장에서 왜 이 책은 30년 동안 사랑받았을까? 도대체 이 책은 어떤 특별한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일까?


내가 발견한 비밀은 세 가지다. ‘불완전함’, ‘솔직함’, '덜 심각함’. 좀 풀어보자면 인생의 불완전함을  솔직한 자세로 덜 심각하게 대하여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첫 번째인 불 완전함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세계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한쪽엔 넘치는 사랑과 열정이 있지만 한쪽은 죽음과 가난이 언제라도 우릴 덮칠 수 있는 이런 아이러니 세상의 구조에서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인생의 불완전한 구조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나만의 완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려는 태도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면에 거칠게 몰아붙이는 불안과 공포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그 불안과 공포의 원인이 무엇인지 글로 써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보며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 위에서 벌벌 떨지 춤을 출지 선택하라 말한다.


두 번째는 솔직함이 가진 힘이다.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럽고 상처가 깊게 파인 기억이나 경험을 우린 모두 숨기기 바쁘다. 내 약한 자아를 보호하고 스트레스로부터 조금이라도 떨어지기 위해 꽁꽁 숨겨놓으려 하는 이들에게 라모트는 반대로 모든 것을 꺼내 놓길 권한다. 가장 절박하고, 가장 절실한 것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또는 가장 가슴 아프고 가장 부끄러운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글쓰기를 권하는 것이다.


그녀는 책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담고 있는 것임으로 모든 고통과 좌절을 숨기고 덮기보다는 꺼내 놓고 들여다 봄으로써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다 말한다.


새로운 방향이란 다름 아닌 작가의 마음 안에 자라나는 경이로움이다. 사랑받기 위해 억지로 애쓰는 모습이 아닌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을 새롭고 경이롭게 발견할 수 있는 눈을 키워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고통을 직접 꺼내 보임으로써 자신이 가진 절망과 고통이 실은 아름다움으로 가는 과정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경험을 통해 세상을 더 예민하게 관찰하며 풍부한 것들을 느끼는 가슴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유머다. 아버지와 친구를 암으로 보내는 상실의 경험을 두 번이나 했지만 그녀는 세상을 비관적으로 우울하게만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슬픔을 외면한 채 무작정 긍정을 외치는 순짐함을 찬양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상실과 이별, 질투, 불안, 두려움 등을 통해 어두운 면을 만날 때에도 세상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아름다움은 존재하고 있으며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우리가 잃지만 않는다면 이 세상은 경이로운 매력이 넘치는 생동하는 무대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이 세 가지 비밀을 통해 자신의 글쓰기가 불완전한 세상의 춤추기가 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우리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하고 싶다는 마음 못지않게 하기 싫은 마음이 큰 이유는 같다. 작가로서 세상과 나에 대한 진실한 이해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진실은 엄청나고 고귀한 진리가 아니다. 그것에 비하면 소박하고 천박한 것들이다. 질투에 사로잡히고, 난데없는 두려움에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느끼는 주변 시선에 대한 압박 감등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박한 일들이지만 그 고통을 겪는 당사자들은 숨을 쉬기도 벅차다.


라모트는 그런 작가들에게 ‘작가로서 조언한다. 질투심도 두려움도 모두  영혼의 일부분이며 삶에서 고통을 배제하는 순간 케이크의 절반이 날아간다는 . 아름답고 완전한 케이크를 먹으려면  고통을 받아들이고 달래고 어루만지며 함께  어른스러움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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