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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씨네 Apr 07. 2022

[대표는 처음인지라] 실패 실패 좌절 좌절

쉽지 않네 이거



요즘은 족족 쓰는 사업계획서마다 탈락한다.


지원사업에서 자주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2019년 처음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됐을 때만 하더라도, 그 당시에 줄줄이 됐던 지원사업만 하더라도


나는 무척이나 사업계획서를 잘 쓰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그 이후로 쓰는 사업계획서는 전부다 탈락하게 된다.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아 그때는 이게 부족했어, 아 그때는 저게 부족했어.


여러 가지를 느끼고 생각하고 피드백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쉽진 않다.


최근에 만든 영화도 그렇다.


보여주는 족족 돌아오는 피드백은 밝지 않다.


사업계획서에 떨어졌을 때는 생계가 위협받는 느낌이라면,


만들었던 영화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을 때는


내가 바라봤던 세상과 나의 시선이 부정받는 느낌이다.


즉 내 정신과 세상이 부정받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아. 오늘은 꼭 이 말을 해야겠어.


적어 내려 가야지, 기록해야지, 나중에 또 이 감정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누구와 싸우거나 사소한 다툼이 있더라도 금방 털어내 버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멘탈적인 회복도 빠르다.


즉 관성이 강하여 원래 자리로 쉽게 돌아온 다는 것이며, ‘나’라는 존재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편하게 아이패드로 열심히 총총총총 써 내려가는 이유도, 지금의 심정과 마음을 꼭 기억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분명 이 글은 똥이 될 것이다.


새벽이 되어 쓰는 글은 분명 똥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분명 손발이 오그라들겠지.


아니야. 이것은 나에게 주는 형벌이야.


그 정도의 고통도 이겨내지 못하면서 무슨 일을 하고 영화를 만든다고 그래?


그래 이것은 관성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나 자신에게 주는 형벌이다.


정신 차려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다시 한번 차근차근 배우고 되새기고.


피와 살을 만들어서 무언가라도 짜내 보자.


사업계획서든, 시나리오든.


육체적인 피와 살만 찌우지 말고 정신적으로 충만해져 보자.


정신 차려!


분명히 멋들어진 에세이 글 같은 경우에는 따듯한 위로와 내일을 잡을 수 있는 희망의 문장을 적고 이 글을 마무리 지을 테지만,


나에게 그럴 능력은 없으니


재주껏 알아서 봉합해 보자.


역시 항상 저지르고 마무리가 시원치 않은 사람이란 말이야.


<해피투게더> 보영이 아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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