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씨네 Mar 02. 2023

[대표는 처음인지라] 세 번째 공간을 준비하며

이사 가기 귀찮다, 자본에 졌다.

2019년 첫 공간을 계약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과 함께 이것저것 꾸미며 어떻게 어떤 가구를 놓을지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2021년 두 번째 공간을 계약했다.

근로하는 친구들이 별도의 사무실이 필요하다 이야기했고, 나도 필요성을 느껴 준비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짬이 있어서 공간을 구하고 필요한 것을 준비하였다.

아무것도 없던 두 번째 공간


그리고 2023년 지금,

세 번째 공간을 준비한다.


나의 불찰이 컸다.

임대차계약서 하나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고 별도로 법인의 이름으로 돌려놓지 않았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공간에서 나가게 되었다.


두 번째 공간의 집주인은 다른 사람에게 건물을 팔았으며 세대주가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법인으로 하여서 등기부등본이나 사업자등록증에 올려놓지 않아 승계 절차가 이루어지진 않았다.

더불어 새로운 건물주님은 본인이 그 공간을 쓰겠다고 하여서 임대차계약서 2년간의 기간은 보호해 주며

이후에 연장은 없다고 하였다.


순화에서 이렇게 말한 거지 쉽게 말하면 아는 사람에게 눈뜨고 코베였다.


뭐, 이번에는 나름의 애정이 깊었던 두 번째 공간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두 번째 공간은 영상공장공장장으로 불렀다 (나 스스로)

같이 일하는 친구들은 영상작업을 주로 하기에 많은 장비와 컴퓨터를 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나름의 사무실이니 회의실도 필요했다.

그래서 저기 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나름의 아티스틱하게 꾸며나갔다.


 벽을 칠하고, 바닥도 칠하고, 조명도 달려고 하고, 노출이 좋겠다 싶어서 처음 집주인 할머니에게 여쭤봤지만 대차게 혼나서 천장은 저대로 뒀다.


벽과 바닥은 며칠 동안 칠하고 말리고 칠하고 말리고를 반복했다.

결국 셀프로 하다 보니 냄새도 나고 울퉁불퉁한 것도 여의치 않아 그다지 이쁘진 않다.

그래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어르고 달래고 하던 손길이 있다 보니 정감이 갔다.


가장 좋은 것은 사무실 뒤의 테라스, 흡연실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보는 뷰가 무척이나 좋았다.

계절이 흘러감을 느낄 수 있는 하늘과 벽면의 담쟁이는 피고 지고를 반복했다.


아 그리고 사무실을 계약한 이유 중 하나는 감영뷰라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메리트로 생각하고 여기로 계약을 했는데, 너무 바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즐기진 못했다.

(물론 뉴집주인도 이걸 보고 들어왔지)


아무튼,

이 공간은 나에게 잠자리를 줬고 돈을 벌게 해 줬고 친구들과 더 돈독하게 해 줬고 많은 사람들과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줬다.



새로 온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제대로 할 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공간에서 지역 안에 흐름과 역사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고, 영화를 만들었으며 지역살이와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기억은 가지고 있다.

지역 안에서 흐름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 자부한다.

우리로 인해 원도심에 사람들이 모였었고 왕래했었다.

이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 역사적인 공간을 우린 이제 다음 주에 떠난다.


나름 내 애정하는 자리도 만들어 놨었는데,,,,,,,

추억에 대한 한풀이 정도가 될 것 같은 글인데

사실은 무척이나 분노하고 있다.

자본에 밀려 떠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이며

이렇게 했던 것을 한 번 더 하는 게 타의적이라는 게 두 번째 포인트다.


새로운 공간에 가서 이제 바닥도 다시 하고 인테리어도 하고 가구배치도 다시 해야 한다.

아 물론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없는 공간은 아니라 나름의 기대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계기가 불순하단 것이다.

더러운 자본주의


새로운 공간에서는 2년 전에 이야기만 해놓고 여력이 없어서 못했던 촬영 스튜디오를 만들 것이다.

꼭.

진짜.

여러 가지 영상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도전이다.

타의로 하게 된 새로운 도전과 명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성장해야 한다.

고인 물이 될 순 없다.


계기와 기회를 발판 삼아 더 커나가자.

아직 한창 배울 것이 더 많다.


열심히 사진도 정리하고 이렇게 길게 오랜만에 글을 쓴 이유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글도 안 쓰다 보니 폼이 죽었다.

이것 봐- 단어 선택도 저렴하잖아.


다시 열심히 시작해 보자.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대표는 처음인지라] 실패 실패 좌절 좌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